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 김윤배 청주대 총장과 총학생회 간부들이 15일 오후 면담을 가졌다. 이날 면담에서 김 총장은 '선 정상화 후 사퇴 검토'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학생들은 '사퇴'를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총학생회와 총동문회, 교수회 간부들은 공식 면담 이후에도 김 총장과 부총장실에서 5시간 동안 '릴레이 면담'을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불상사'가 일어났다. 김 총장은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학생 100여명은 부총장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부총장실에서 나오려던 김 총장을 가로막으며 복도에 드러눕기도 했다. 경청호 총동문회장은 면담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는 김 총장을 가로막으며 멱살을 잡는 폭력을 휘둘렀다. 이 같은 볼썽사나운 모습을 방송과 신문을 통해 낱낱이 보았다. 그것도 공개된 자리에서 학생들과 면담을 하는 총장에게 동문회장이 폭력을 행사하는 광경을 본 국민들은 혀를 찼을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내 구성원들의 총장 퇴진 운동은 청주대가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촉발됐다. 총학생회, 총동문회, 교수회, 직원 노동조합 등 학교 구성원들은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청주대는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 학과 폐과에 따른 대규모 학제개편의 혼란과 갈등을 없애고 학생과 교수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학교발전방안에 대한 현실적인 의견을 내 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최종적인 책임은 총장에게 있고, 잘못을 질타할 수 있다. 비상대책위의 입장과 행동이 학교를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방법으로는 어떤 명분이나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더구나 극단적이고, 반민주적·반사회적 수단으로는 그 무엇도 관철될 수 없고 관철돼서는 안 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다.

사회 갈등은 어디에나 있다. 민주주의는 의견차를 조율해 갈등을 해소하는 합의 정치 시스템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갈등을 대화와 타협이 아닌 집단투쟁으로 해결하려 한다. 대학 구성원엔 구성원 입장이, 이해단체엔 그 단체 입장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당연시한다. 그러나 법을 넘고 선을 넘는 막무가내 주장과 완력 자랑까지 허용할 국민은 없다.

청주대학교는 한수 이남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전통 있는 명문사립대학이다. 갈등과 혼란 속에서 대학이 소용돌이에 빠져든다면 어느 누구도 승리자가 될 수 없고, 패자만이 존재할 뿐이다.

청주대학이 하루빨리 경쟁력을 찾아 건강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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