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단의 성공적 임무 수행엔 많은 도움 ‘켜켜이’

▲ 하바로프스크에 있는 작가의 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 안드레이 교수. 그는 늘 열정적인 자세로 답사단원들에게 조명희 선생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동양일보 김명기 기자) 출국을 앞두고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이양구 총영사, 김일환 영사와 긴밀한 연락이 오갔었다. 포석과 관련된 ‘무엇’이라도 건질 요량으로 여러차례 메일과 통화가 오갔지만 딱히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출국 5일을 앞두고 김일환 영사의 반가운 답신이 도착했다.

 

김부장님 혜존.

안녕하십니까?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김일환 영사입니다.

좋은 취재기획 감사드리며 문의하신 사항에 대해서 소견을 드립니다.

조명희 선생 제자 등 관련 인물들의 섭외 건.

=> 지속적으로 알아보고는 있으나 파악과 주선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연해주에는 유관 인사가 사실상 생존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됩니다.

총영사님과의 회합 건.

=> 9월 2일은 총영사님과 저 모두 다른 행사 등으로 부재 예정이오니 다음날인 9월 3일(수) 12시30분 오찬을 제안드립니다. 가능하다는 답을 주시면 시간과 장소를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인력 지원 건.

=> 저희 공관은 9월 초에는 다양한 행사들로 이미 예약이 되어 있어 직원 지원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원인력은 고려인 동포로서 목적하시는 취재 주제와 현지 사정 등에 정통하고 한국어가 능통하며 한국 언론사와 함께 일한 경험이 많은 남정우 교수님(전 사할린국립대 역사학과 교수)을 추천합니다. 특히 고려인 역사나 조명희 선생 관련 일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분으로서 방문 전 취재원 섭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입니다. 남 교수님 1일 사례는 $250이니 검토 하신 후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방문 예정지에 대한 정보 건.

=> 동 관련해서는 공관에서 오래 전에 마련한 작은 책자를 오찬 시 준비하겠으나 방문 전 수원대학교 박환교수님에게 자문을 구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2014년 8월 27일.

김일환 영사.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9월 22일이 러시아 한인이주 150주년 기념일이라 벌써부터 여러가지 행사들로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은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그 와중에서도 고국에서 찾아오는 조명희 답사단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다. 감사의 말 전한다.

김일환 영사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조명희 선생님 탐사와 관련,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2일이 매우 바쁜 날이라 하니, 영사님께서 말씀하신대로 9월 3일(수요일) 낮 12시 30분에 총영사관으로 찾아뵙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조명희 선생의 제자로, ‘최 예까떼리나 미하일로브나’라는 분이 있는데, 조명희 선생에 대한 중요한 증언을 해줄수 있는 분으로 생각됩니다. 혹시 그분에 대해 정보를 알수 있을까 문의드리고 싶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신경 써 주신 점 다시 감사드리며 3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2014년 8월 28일.

김명기 부장.

 

김부장님 혜존.

거의 도움을 못드리고 있는데 이해해 주시는 점 감사드립니다.

최선생님에 대한 정보는 다각도로 알아보겠습니다. 하바롭스크에도 후손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아울러 일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수원대학교 박환교수님과 오시기 전에 연락을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9월 3일 12시 30분에는 공관에 오시기 전에 블라디보스톡 현대호텔 1층에 소재한 한식당 ‘해금강’에서 오찬을 모시고 싶습니다.

사실 저희 총영사관이 협소하고 누추해서 총영사님 응접실로 모시기에는 조금 그렇습니다.

추후 블라디보스톡 현지 연락처를 주시기 바랍니다.

2014년 8월 29일.

김일환 올림.

 

참 고마운 일이었다. 따지고 보면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에서는 러시아 한인이주 150주년과 관련된 여러가지 업무들이 겹겹이 쌓여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답사단에 대한 살가운 환대는 두고두고 고마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 안드레이 교수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된다.

포석 조명희 선생의 외손자로 우즈베키스탄 타시켄트대학에서 부학장까지 역임했던 김 교수는 이번 답사길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자임했고, 큰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김 교수를 처음 알게된 것은 이번 답사길이 아닌, 1990년대 중반께였다.

그때 필자는 동양일보 취재부 기자였고, 김 교수는 타시켄트에서 청주 서원대 국문학과로 유학 온 학생이었다.

숙박할만한 거처가 없어 그는 기자들이 쓰던 당직실을 같이 사용했는데, 내가 당직을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몇가지의 한글단어나 문장 등을 적어 물어보곤 했었다.

족발과 치킨을 워낙 좋아했던 친구라, 소주 한 병 곁들여 꽤 먹었었다.

답사단이 장도에 나서기 전 김 교수에게 편지를 보냈었다.

 

▲ 하바로프스크 작가의 집 앞에서 김 안드레이 교수.

김 안드레이 교수, 오랜만일세.

안드레이가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나는 김명기 기자일세. 지금은 동양일보 편집부 부장을 맡고 있다네. 옛날에 꽃동네사람들 쓴 작가, 혹은 내가 당직 설때 안드레이에게 족발 치킨 사주고, 한국어도 좀 가르쳤던 사람.

내가 그랬었지.

“안드레이, 을씨년스럽다가 뭔 뜻인지 알아?”

안드레이 왈, “서(性)과 관련된 것?”

그래서 내가 그 뜻을 자세히 가르쳐 준 적이 있지.

각설하고. 안드레이, 이번 조명희 선생 탐사단에 나도 같이 가게 되었다네. 동행취재로 가는 것인데, 탐사가 끝난 뒤에는 조명희 선생에 대한 시리즈를 쓸 계획이라네.

우선, 몇가지 내용의 답신을 부탁하네.

첫째, 조명희 선생 관련 방문지에 대한 것. 나 나름대로 첨부파일에 열거해 놓았는데, 여기엔 갈 수 있는 곳이거나, 혹은 현재는 그 자취조차 찾을 수 없는 곳도 있겠지.

덧붙여 안드레이가 추천하여 꼭 방문해야 할 곳도 답신에 적어주게.

둘째, 항공권은 동양일보에서 예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호텔과 탐사단 이동 때 탈 차량 수배는 안드레이가 해야 할 것으로 알고 있네.

우리가 9박 10일 동안 묵어야 할 호텔 이름과 방문지에 대한 동선을 첨부파일로 보낸 내용을 참고하여 확정해 주게.(특히, 블라디보스토크, 우스리스크, 하바로프스크 지역. 우스리스크는 아직까지 탐사단이 가본적이 없는 것 같더군. 안드레이가 한 번 확인해 보았으면 하네. 포석이 거주했던 곳이나, 혹은 교사로 있었던 조선사범학교 등.)

셋째,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의 이양구 총영사와 전화 통화를 했고, 이메일도 주고받았는데, 현재 담당영사가 조명희 선생 제자, 관련 학자 등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더군.

현재 그 일이 어떻게 진척됐는지 안드레이가 체크를 해 주시게.

몇일 남지 않았다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보기로 하고, 빠른 답신 기다리겠네.

2014년 8월 20일.

며칠뒤 김 교수로부터 답신이 왔다. 옛날 그와 꽤 친했을 때 그는 나에게 선배라는 호칭을 썼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김 교수도 나와 같은 1965년생 뱀띠였다. 해서 서로 막역하게 친구로 삼자고 제안했는데, 한 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여서인지, 그는 그러자고 하면서도 늘 존대어를 썼다.

 

김 안드레이

안녕하세요, 김부장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업무와 출장 때문에 너무 바빠서 답장을 바로 보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을씨년스럽다’는 말 뜻도, 김명기 기자님이 사준 족발이나 치킨의 맛도 아직도 기억하죠.

그때에 한국유학생활에 익숙할 수 있게 동양일보 직원들 중에 김명기 기자는 저한테 많이 도와준 것도 잘 기억합니다.

첫째는, 한국 국내에 사용하는 HWP한글프로그램을 여기에 찾기는 어려워서 김부장이 보내 준 첨부파일을 읽지는 못했군요. 저가 알기로 우수리스크 갈 계획이 없었던 것 같아요.

둘째로, 각각 블라디보스톡에서 ‘슬라비안스카야’ 호텔, 하바롭스크에 ‘아리랑’호텔, 모스크바에 ‘보스홋’ 호텔, 그리고 타슈켄트에 한인들이 전용하는 ‘KDY’ 호텔에서 예약해 놓았어요. 그리고요, 탐사단 지출비용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이러한 호텔을 찾아 예약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니 그렇게 업무를 처리해 놓았어요.

러시아에서 2~3성급의 호텔 수준이 한국과 비해 많이 떨어져 있으니 좋은 서비스나 시설을 기대하지 마세요.

이양구 영사와 접촉을 잘 하셨는데 혹은 모스크바나 타슈켄트에도 한국외교관들과 연락한 적이 있어요? 하여튼, 블라디에서 만나기로 해요.

안드레이 김 배상.

2014년 8월 25일.

▲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한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뒤 이양구(오른쪽에서 두번째) 총영사와 답사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양구 총영사와 김일환 영사는 답사단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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