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으로 타오르는 불꽃…인도 아샤딥을 환희 비추다


인도·스리랑카 충북방문단(단장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이 지난 2월 6일 10박 11일의 일정으로 한국월드비전 해외사업장을 다녀왔다.
이번 방문은 동양일보와 월드비전 충북지부, CJB가 공동 주최하는 ‘사랑의 점심나누기’ 행사에서 모금한 성금으로 후원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동양일보와 월드비전 충북지부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들과 국내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지난 1996년부터 공동으로 ‘사랑의 점심나누기’ 순회 모금 캠페인을 펼쳐왔으며, 올해 20회를 맞는다.
오는 4월 10일 옥천군(농협옥천군지부)을 시작으로 13일 진천읍사무소, 14일 단양중앙공원, 15일 제천시민회관, 16일 증평읍사무소, 17일 음성체육관, 20일 영동읍사무소, 21일 보은문화예술회관 22일 충주호암체육관, 23일 괴산문화체육센터, 24일 청주서원구청, 27일 상당구청, 28일 청원구청 29일 흥덕구청에서 실시된다.
이 캠페인을 통해 모아진 성금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한국마을에 학교를 세우고 자립기반을 도왔으며, 충북도교육청을 통한 결식아동 중식비 지원, 도내 시·군청을 통한 저소득가정 아동·청소년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과 장영진 월드비전 충북지부장 등 6명으로 구성된 충북방문단은 한국월드비전에서 지원하고 있는 인도 차티스가르주 더그 아샤딥 사업장과 스리랑카 우비주 비발레 사업장 곳곳을 둘러봤다.
이 사업장은 유아기 보건·영양관리, 식수위생 관련 의식 개선 등 보건사업과 방과후 교실 지원, 학교환경 개선 활동 등 교육사업, 텃밭가꾸기 등 소득증대사업을 펼치고 있다.
동양일보는 충북방문단의 한국월드비전 인도·스리랑카 사업장 방문기를 2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①인도
인도는 남부아시아 버마와 파키스탄 사이에 있는 국가로 정식명칭은 인디아공화국이며, 국가 면적(328만7263㎢)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넓다.
인구는 12억2080만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다. 19세기 중반부터 영국의 지배를 받아오다 간디에 의해 주도된 비폭력주의 독립운동 이후인 1947년 독립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의료파병국으로 활동했다. 한국과는 1962년 3월 영사관계를 수립한 이후 1973년 12월10일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지난 1974년 8월 무역협정을 시작으로 문화협정(1974년 8월)과 과학기술협력협정(1976년 3월), 그리고 2009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이 체결됐다.
한국월드비전은 1995년 처음 인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군들루펫, 비사카파트남, 부바네스와르, 아샤딥, 빌라스푸르, 몸바이 이스트 사업장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지역의 자립을 위해 주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보건·교육·식수 등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칸헤리 석굴 사원
지난 2월 6일 자정을 넘은 12시 40분에 인도 뭄바이에 도착한 충북방문단은 한국월드비전 인도 사업장 방문에 앞서 인도 문화와 역사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뭄바이는 인도의 역사를 주도해온 도시다. 1885년 독립운동의 모체인 인도국민회의가 열렸던 역사적인 곳이며, 인도 민족자본의 근간을 이루기도 했다.
800만을 넘는 인구를 지니고 있는 인도 최대의 상업도시로 경제의 중심지다. 인도를 대표하는 대부분 기업들의 본사가 이곳에 있다.
현지 가이드가 없었던 방문단의 통역은 월드비전 서울본부 이창섭 대리가 맡았다. 방문단이 운전기사에게 뭄바이에서 가볼만한 곳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Sanjay Gandhi National Park)을 안내했다. 방문단이 갖고 있던 가이드북에도 없던 곳이다.
공원입구에서 1인당 36루피(한화 7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국립공원은 형편없는 몰골 이었다. 흔한 꽃 한 송이가 없었고, 나무들도 잘 가꿔지지 않았다.
한국의 시골 숲길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양 길 옆에는 한국 농촌에서 봄철 영농기를 앞두고 병·해충 예방을 위한 논두렁 태우기를 하듯 불을 놓아 연기가 차올랐다.
그 길을 15분(6km) 정도 달리자 더 이상 갈 수 없는 길에 다다랐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100m 정도의 계단을 오르자 매표소가 나왔다. 외국인은 1인당 100루피(한화 2000원), 내국인은 5루피(100원)을 받는다. 캠코더로 촬영을 하거나 전문가가 사진을 찍을 경우 관련된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매표소로 올라가는 길에 원숭이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애처롭게 쳐다본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사람들의 물건을 호시탐탐 노리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방에서 땅콩봉지를 꺼내다 쏜살같이 빼앗겼다.
매표소를 통과하자 바로 ‘칸헤리 석굴’(KANHERI CAVES)이 나왔다. 뭄바이 고대 석굴사원 유적의 하나다.
거대한 바위산에 축조된 이 석굴의 수는 무려 109개에 이른다. 석굴의 형식은 한결같지 않으며, 2~8세기 말 사이에 만들어 졌다고 한다. 돌 벽에 섬세하게 불상을 새겨 놓다니 역시 종교의 나라 인도답다.
특히 세 번째 석굴은 경주 석굴암의 모습을 닮았다. 기도하고 명상하는 장소다. 종교적인 곳임을 알 수 있는 상징물들이 있다. 가운데 신성한 원형 부조(부처의 형상)와 옆의 기둥을 잘 조각해 놓았다. 원형부조 하단 홈에 촛불을 켜 놓고 기원을 한다고 한다.
불상 없이 방만 있는 곳들도 많고, 집단 교육장소, 생활공간, 기도방 등이 즐비하다. 109개의 석굴을 모두 둘러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도승들이 이곳에서 생활할 때의 지혜가 엿보였다. 그냥 동굴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지형을 잘 이용해서 모든 것을 지혜롭게 이용한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났다.
비가 오는 날에는 그 빗물을 그냥 흘리지 않고 고스란히 받아서 저장 창고에 물을 모아두는 지혜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바위에 홈이 파여져 있다. 이 홈이 바로 물줄기다. 바위에서 타고 내려오는 물들이 이 홈을 통해 물 저장창고로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물수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수로를 따라가 보면 어김없이 바위 속들을 파놓은 저장창고가 보인다.
바위에 2개의 작은 웅덩이를 나란히 파놓고 1차 웅덩이에서 한번 거른 뒤 2차 웅덩이의 물을 먹고 나머지는 지하저장창고에 담아 놓는다.
또 다른 석굴은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도저히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랜턴을 켜니 천장에 그림들이 보였다. 바로 석화다. 바위위에 그림을 그려 놓은 것이다.
방문단은 오후에 뭄바이 도심의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 ‘마니바반’을 찾았다.
이곳은 원래 간디의 친구가 살던 집이었는데, 간디가 1917~1934년 자주 머물면서 인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운동본부로 사용했던 곳이다.
기념관 1층에는 간디 저서와 그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그것들에 관한 화제를 모은 책들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간디가 사용했던 방이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탓에 한국어 안내문을 비치하고 나눠준다.


●아샤딥 사업장
방문단은 8일 오후 2시35분 뭄바이 공항을 출발, 한국월드비전 아샤딥 사업장이 있는 라이푸르로 이동했다. 이튿날 오전 9시 라이푸르 더그 아샤딥 사업장을 찾았다.
아샤딥 지역은 인도 차티스가르주의 남서부에 위치한 더그 지역의 5개 행정구역 가운데 가장 개발이 뒤처진 곳 중 하나인 군더데히 구역에 속하는 지역으로 정부에 의해 ‘빈곤퇴치사업’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곳이다.
군더데히 구역은 농업지역으로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나 관개시설이 돼 있는 경작지의 비율이 20%에 불과해 흉작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전체 163개 마을에 18만2000명 이상이 살고 있지만 2개의 공중보건소와 4개의 기초보건소가 유일한 보건시설일 정도로 보건환경이 열악하고, 안전한 식수 보급률이 낮아 보건환경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아샤딥 사업장을 총괄하고 있는 헤멘드라 팀장은 “동양일보에서 방문해 줘서 고맙다”며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한국월드비전의 도움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 2005년 첫 사업을 시작해 현재 군더데히 8개 클러스터 49개 마을에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15명(사무소 7명, 8개 클러스터 책임자 1명씩) 직원과 119명의 자원봉사자가 1만246가구 7만9625명을 대상으로 교육사업과 영양사업, 아동결연사업 등 3가지 사업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연간 결연사업 16만8075달러, 교육사업 31만9610달러, 영양사업 27만2315달러 등 76만달러(한화 8억원)가 투자된다. 이 가운데 82%가 직접 사업비로, 나머지 18%는 사무실 운영비와 직원 임금, 지원되는 전문가 인건비, 행정비 등 간접사업비로 쓰인다.
이런 사업들이 실제로 지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었지만 현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다보니 월드비전에서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실감이 와 닿았다.
방문단은 아샤딥 사업장에서 전반적인 사업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칼랑푸르 마을에 위치한 ‘HIGHER SECONDARY SCHOOL’로 이동했다.
이 학교는 9~12학년 과정으로 한국의 중·고등학교에 해당된다. 지난 2001년 개교해 현재 학생은 전체 750명에 이른다. 한국월드비전은 2013~2014년 학교 건물을 지어줬다.
방문단은 학생들에게 연필과 볼펜, 문구류 등의 학용품을 전달했다. 학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학생 대표는 “교육은 어느 나라든 중요하다. 학생들은 그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이라며 “이전 작은 교실로 잘 앉을 수 없었고,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던 환경 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름다운 학교건물을 제공해 줘서 고맙다”며 “지금 우리는 행복하다. 월드비전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조철호 회장은 “교육은 낮은 것을 높이고 높은 것을 더욱 높이는 것”이라며 “여기 있는 한 사람 한사람이 자신을 태워서 이웃을 밝히는 촛불이길 바란다. 그 촛불이 하나둘 모이고 무리를 이루면 자신과 지역과 이 시대를 밝히게 된다”고 화답했다.
조 회장은 “우정과 사랑은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이라며 “그 불꽃이 여러분 가슴속에 오래오래 타오르길 바라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가꾸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방문단은 이어 유기농 마을인 ‘칼라리’를 찾았다. 이곳은 월드비전에서 유기농 비료를 만드는 방법 등의 교육을 통해 기존 화학농법보다 60%의 절감효과 등을 거둬 인도 정부에서 유기농 인증제를 받은 마을이다.
이 마을 450명 농부들은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써왔으나 이제는 유기농법으로 해충 퇴치 등을 해결하고 있다. 집 앞에 지렁이를 이용한 유기농 퇴비를 만드는 모습이 한국의 70년대 식량증산을 위한 모습과 흡사하다.
소똥과 분뇨, 재 등으로 발효액을 만들어 밭의 농산물에 뿌려준다. 이 발효액이 해충퇴치 등 살충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이제 화학비료를 사지 않기 때문에 농사비의 40%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16개 마을에서 시범적으로 하고 있으며, 다른 마을에서 확대 요청이 들어오고 있지만 인력과 사업비 등으로 많이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인증을 받기위해 4년 정도가 걸리며, 매년 정부 감사를 통과해야 유기농 마을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11개 가정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매달 50루피 저축을 한다. 처음 2년 동안 지원을 하지만 2년 후부터는 그치기 때문에 그 돈을 종자돈 삼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쌀 등은 땅 주인에게 일부주고, 일부는 판매하고, 가정에서 먹는 등 이걸 통해 더 이상의 떠돌이 생활을 않고 정착하게 됐다.
월드비전은 결연아동 가정의 소득증대 사업도 한다. 매일 12시간 이상 일용직 일을 했던 모케시(32)씨에게 이동스낵바를 지원, 매일 700루피의 소득을 올린다.
또 12세와 8세 아이들 둔 매그넛(35)씨에게 작은 가게 운영을 지원, 매일 300루피의 소득을 올려 안정적 생계유지를 할 수 있게 했다.
월드비전에서 소득증대와 영양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친환경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판기리 마을도 둘러봤다.
차티스가르주는 쌀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인데 쌀은 탄수화물만 있어 몸은 비타민과 단백질 같은 것이 필요해 영양 불균형이 심하다. 100명이 태어나면 36명이 5세 미만에 사망하고 영양이 학교 중퇴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영양사업을 핵심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아이들 영양 불균형이 심한 후원결연 20가정을 선정, 정부로부터 좋은 씨앗을 받아 배분하고 재배법을 가르쳤다.
현재는 텃밭 가꾸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649가정이 참여하고 있다. 영양개선을 위해 판매목적이 아닌 가족 먹이기를 우선 장려한다.
월드비전은 7가지의 채소재배를 권장, 각 가정의 10평 남짓한 텃밭엔 칠리(고추), 커리플루(브루커리 종류), 토마토, 가지, 스피나치(시금치 종류), 호박, 무 등의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손을 대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 거칠고 쓸모없는 땅 ‘황무지’가 푸른 옥토로 바뀌었다.
마을 관계자는 “전혀 사용치 않았던 땅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처음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월드비전에서 제공한 도움으로 이젠 가족들에게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채소를 줄 수 있게 됐다”고 감격에 빠졌다.
그는 “나와 주민들에게 내밀어준 월드비전의 손길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고마워했다.▶글/지영수·사진/서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