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률 90% 이상 진행된 충북미래여성플라자.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충북미래여성플라자·재단이 나아갈 방향

여성플라자, 지역 여성정책·지식정보 공유 힘써야

시민사회·여성계-충북도 가교 역할 수행도 기대

재단 설립시 충북 여성가족정책 전문성 향상 전망

공공기관에서 민간기관으로의 변화에 대한 고민 필요

충북 여성계의 숙원의 산물인 충북미래여성플라자(이하 여성플라자)가 내년 1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같은 시기 출범할 것으로 예상됐던 충북여성재단은 2017년 설립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성플라자는 충북도내 여성들의 소통과 문화 활동,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공간으로 지난 2013년 충북 성별영향평가센터 개소식 당시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신축을 약속하며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후 여성플라자는 여성계의 지속적인 요구에 의해 2014년 지방선거시 공약으로 확정된 충북여성재단 설립과 함께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플라자는 주차장 문제, 공간 구성 문제 등으로 지역 여성계와 충돌하며 표류해 왔다. 충북여성재단 역시 애초 올해 말 출범할 계획이었으나 운영의 내실화를 위해 충분한 검토와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출범 시기를 늦춘 상태다.

동양일보는 지면을 통해 당면한 여성계의 현안인 여성플라자·여성재단과 관련된 쟁점들을 살펴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점검해 봤다.

◇좌충우돌 끝 완공되는 충북미래여성플라자

여성플라자는 청주시 상당구 목련로 27(지북동) 일원 현 충북여성발전센터 옆에 건립된다.

충북도는 12월 현재 9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1월 건축 공사를 완료하고 조경과 주차 공간이 마무리 되는 내년 4월 말경 준공식을 한다는 계획이다. 준공식 이전 내년 2월부터는 본격적인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착공에 들어간 여성플라자는 총사업비 76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2575㎡ 규모로 건립된다. 이곳은 현 충북여성발전센터 건물과 함께 여성정책 연구, 여성 교육, 여성 활동 및 문화교류, 지역네트워크 등 충북의 여성중심 복합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지난 3월 여성플라자 설명회를 통해 충북도가 지역주민들에게 여성플라자 추진 상황을 처음으로 공개한 이후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사안은 주차문제였다.

주차 시설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접근성이 떨어져 자칫 주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여성플라자가 완공될 경우 기존의 주차장을 활용할 수 없게 되므로 주차장 추가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은 이미 대두되었었다.

이에 대해 도는 자주식 주차타워를 건립하는 안을 내놓았으나 일부 여성계는 주차타워 건립은 여성계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도의 일방적인 계획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급기야 ‘충북여성플라자 주차타워를 반대하는 지역여성들’이라는 이름으로 4월 충북도의회에 여성플라자 주차타워 예산심의 유보를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주차타워의 안전성 문제, 주차대수 확보의 어려움, 여성과 노약자·장애인에 대한 배려 부족 등을 이유로 들어 반대 의견을 밝혔다. 또한 주차타워 대신 부지를 매입해 주차장을 건립할 것을 요구했으나 도는 예산 부족 등으로 난색을 보였다.

주차타워 문제로 비화됐던 도와 여성계의 갈등은 그 밑바탕에 추진과정에서의 의견수렴과 의사소통의 부재라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또한 주차타워 문제는 급기야 도내 여성계를 분열시키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결국 충북 여성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주차타워 건립안은 충북도가 인근 부지 910㎡를 추가 매입하기로 LH와 협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면서 폐기됐다. 이로 인해 48대의 추가 주차가 가능하게 됐다.

주차타워 건립안이 마무리되면서 최근에는 공간 설계 문제가 불거졌다.

도는 여성플라자 1층에는 문화 공간으로 160석을 갖춘 문화이벤트홀(공연장), 영상미디어실(58석), 북카페(현관홀), 멀티박스, 관리실 등을, 2층에는 교육과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체험실습실, 아동공간, 다문화 허브센터, 청소년성문화센터, 여성단체 사무실(4곳)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접근성이 떨어지고 시설이 낙후된 청주시 수동의 충북청소년성문화센터를 여성플라자로 이전시켜 이용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여성단체 사무실에는 충북여성단체협의회, 충북여성포럼, 충북여성연대 3개 단체가 입주하게 되며 1곳은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활용된다. 3층의 다목적실은 레크리에이션, 운동, 회의, 교육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계획이 발표된 이후 지난 11월 17일 충북여성발전센터에서 ‘여성플라자 공간 구성에 대한 여성계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성문화센터의 입주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여성 전문가들은 성문화센터가 들어설 경우 위탁의 어려움, 이전 비용 발생, 주말·야간 개방, 성문화센터 관리 인력 사무실 마련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성문화센터는 교재 매뉴얼식 공간으로 한번 설치하면 쉽게 이동이 불가능하며 이전 시 1억여원의 비용이 발생해 이전에 있어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부 여성 전문가들은 공간 배치에 대한 기존 여성계 입장과 차이가 있는 추진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한 여성계 인사는 “여성계가 우선순위 공간으로 제안한 여성전시관, 작은도서관 등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다. 도가 계획하고 있는 다문화 허브센터와 체험실습실이 이들 공간 보다 우선 배치된 이유가 의문”이라며 “체험실습실의 경우 실질적인 요리 공간으로 여성플라자 내에 배치될 경우 사실상 성역할 고정관념 강화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는 성문화센터 이전 비용 1억원은 확보됐으며, 건물이 거의 완공돼 공간 구획은 바꿀 수 없지만 콘텐츠는 변경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성정책 질적 발전 기대되는 충북여성재단

충북여성계는 오랜 시간 동안 충북여성재단의 설립을 기원해 왔다. 1998년 여성정책관실 신설 이후 여성계는 충북도 여성가족정책 전문성 강화와 정책 추진 체계 확립·확대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와 같은 요구에 의해 충북여성재단은 2014년 민선 6기 충북도지사 공약사항으로 수렴·확정, 2017년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세종시 제외)에는 다양한 유형의 여성가족정책 전담 조직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서울(서울여성가족재단) 등 11개 지역은 별도의 독립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전(대전발전연구원)과 전북(전북발전연구원)은 여성가족정책 연구센터에 전담연구 인력을 배치해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남(경남발전연구원)은 별도의 센터를 두지 않고 ‘사회·여성연구실’ 내에 여성가족정책 연구를 병행하는 연구진을 배치하는 유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충북(충북여성발전센터)과 강원(강원여성가족연구원)의 경우는 사업소에서 정책연구를 추진해 왔다.

충북여성재단은 현 충북여성발전센터의 기능을 확대해 도 여성정책 조사와 연구, 프로그램 개발, 성인지 교육과 다문화 교육 및 여성역량강화와 의식향상을 위한 사회교육 실시 등 충북여성정책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여성재단 설립이 가시화되며 가장 먼저 우려가 됐던 부분은 기존 충북여성발전센터와의 기능과 역할 분담에 관한 것이었다. 그동안 충북여성발전센터는 도내 11개 기초자치단체 여성회관과 유기적 네트워크를 통해 교육을 지원하고 강사를 파견하는 등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충북여성 교육의 허브로 인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공기관으로서 가졌던 11개 시·군 여성회관의 교육과 네트워킹에 대한 역할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성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또한 재단으로 통합될 경우, 단순히 기능 이전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민간기관으로 변화되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민간과 공공과의 관계성에 대한 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충북여성재단은 애초 여성플라자 건립과 동시에 설립, 시설 운영을 맡기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운영 내실화를 위해 출범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충북여성발전센터가 신축되는 여성플라자를 운영하며 2017년에는 여성재단과 여성발전센터가 역할을 분담해 기능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2018년 이후에는 여성재단을 확대하고 여성발전센터는 기능을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는 수순이다. 여성재단 출범 후 여성재단은 여성정책 연구·여성인력개발·취업 및 창업 교육 등을, 여성발전센터는 시설관리·여성문화 교류 및 협력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출연기관으로 운영될 여성재단이 출범하면 사업소 개념으로 운영되던 여성발전센터에 비해 전문성이 더욱 강화돼 여성정책의 질적 수준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충북여성가족 누구나’를 위한 공간되기를

충북여성발전센터는 최근 ‘충북여성재단·미래여성플라자 설립에 따른 도민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충북여성발전센터가 충북미래여성플라자와 충북여성재단에 대해 충북도민 22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여성플라자의 운영주체로 가장 많은 40.8%가 ‘지자체 출연 및 법인 위탁 운영’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지자체 직영’이 32.5%, ‘여성가족 관련 민간기관·단체 위탁 운영’이 15.4% 순으로 조사됐다.

운영주체 선택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예산 확보와 운영 재정의 안정성’을 꼽은 답변이 56.6%로 가장 많았으며, ‘운영의 독립성, 도민 참여 개방성’이 42.5%, ‘지역사회 기여(공헌)성과 환원성’이 39.3%로 나타났다.

여성플라자 공간은 ‘교육과 역량강화(65.4%)’, ‘문화생활 향유(57.5%)’ 등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수요가 많았다. 이어 ‘학술·아카데미(36.8%)’, ‘휴식과 여가(31.6%)’, ‘친목도모와 교류(27.2%)’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답변이 있었다. 여성플라자에 접목되기를 희망하는 공간으로는 ‘문화·문예공간’이 67.5%로 가장 많이 선택됐고 ‘공공도서관·평생학습관’이 56.6%, ‘여성단체·기관 인큐베이팅’이 50.0%, ‘소그룹·동아리·사랑방’이 46.9% 등으로 이어졌다.

여성플라자가 충북지역에 운영될 경우 누구를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1순위로 ‘충북여성가족 누구나(67.5%)’를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가장 많이 답했다.

충북여성재단 설립에 관해서는 여성발전, 양성평등, 정책 전반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답변이 66.4%로 조사돼 상당수가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잘 모르겠음’이라는 응답도 30.1%로 적지 않게 나타났다. 특히 기업소속 응답자의 경우 여성재단의 역할 필요도에 대해 전체적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어 여성재단 설립과 여성가족정책 전반에 대한 도민 수혜가능성 확대와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여성재단 설립 시 기대되는 가장 유익한 영향으로는 ‘충북 여성가족정책의 전문성 제고’라는 응답이 60.5%로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박혜영 충북여발센터 연구개발팀장은 “결론적으로 도민 수요조사 결과 여성플라자와 여성재단에 대한 지역 여성계와 도민의 기대감은 다양하나 그 맥락은 지역사회 전반의 발전과 여성가족정책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발전적 이정표로 이들 사안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도민수요조사에 따르면 여성플라자는 지역 여성가족정책을 위한 사람, 지식, 정보와 정책이 공유하고 토론되며 제안되고 발전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으로 나타났다. 또한 충북여성재단은 시민사회 또는 여성계와 충북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여성가족정책 전담기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도민 수요조사 시 지역 전문가들로부터 모아진 의견이다.

앞서 충북도는 여성플라자 건립과 여성재단 설치 문제에 관해 2013년 3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총 33회에 걸쳐 간담회, 설명회, 토론회, 선진시설 견학 등을 실시하고 학계, 지역여성리더, 의회 등의 의견수렴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또한 도는 지난 6월까지 민관이 협력해 추진하는 TF팀을 운영하고 충북여성재단·여성플라자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현재 재단 추진위원회 구성을 이유로 해체된 상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여성플라자의 공간 설계를 거의 완료하고 착공에 들어간 시점에서 본격적인 여성계의 의견 수렴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후 진행된 간담회, 토론회 등의 내용은 대부분 ‘과거로의 회귀’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여성플라자 완공을 한 달, 여성재단 출범을 2년여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그동안의 토론들을 하나의 합의된 의견으로 도출하고 지역 사회 곳곳에 확산시켜 여성재단과 여성플라자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무수한 논의들과 지난한 의견 충돌의 과정들은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만 했던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 내년 2월 도민들에게 문을 열고 첫 선을 보이는 여성플라자가 그동안의 논란을 종식시키고 ‘민관 협치 여성가족정책 추진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충북도민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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