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수(편집국 취재부 부국장)

▲ 지영수(편집국 취재부 부국장)

지방의회가 부활한지 25년을 맞았지만 지방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신은 여전히 깊다.
지방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과 비위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추문 탓에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의회 위상이 위태롭다.
청주시의회가 각종 비위에 연루돼 물의를 빚는 상황에서 일부 시의원이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청주시가 막아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열린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의 감사관실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성택 의원은 “외부적으로 시의회가 엄청난 범죄 집단인양 비치고 있다”며 “시에서 (언론보도를)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결과를 놓고 문제로 삼을 수 있지만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으니 없는 말까지 생긴다”며 “법률에 근거해 수사 중인 사항은 (보도를) 자제해야하고 감사관실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구체적으로 사건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공무원 2명이 시의 보조금을 받은 모 무역협회로부터 여행경비를 상납한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6억원 특혜지원과 공무원 ‘갑질’, 시의원 개입 의혹 등의 ‘수상한 커넥션’을 보도하지 않는다면 언론은 존재 이유가 없다.
부당하게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를 집중보도해 시민들에게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청 감사감실을 향해 보도를 자제하게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시의원으로서 자격미달이다.
10대 청주시의회 개원이후 각종 비위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부모 연합회장을 맡았던 시의원이 장학금 모금 행사 수익금의 일부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 불구속 입건됐다.
또 다른 시의원은 행정기관 허가 없이 공원에 설치한 정자를 행정절차도 밟지 않고 임의로 철거해 물의를 빚었다. 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시의원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충주시의회 윤범로 의장은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받았지만 여성 공무원들을 성희롱한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서는 수모를 겪었다.
제천시의회 성명중 의장은 관급 공사와 관련해 청탁·알선 행위를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도의회 박한범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3월 술집에서 공무원과 언쟁하다 술병을 집어던져 구설에 올랐다.
박 위원장의 ‘음주 추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면서 도의회 윤리특위에 회부됐으나 윤리특위는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내면서 면죄부만 줬다.
지방의회가 정작 자신들의 비위에는 관대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방의회 임기 전·후반 원 구성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감투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되는 모습이다. 
지방자치제 정착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은 채 토호세력의 권력 차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주민의 뜻을 지방행정에 반영하고 집행부를 감시·견제해야 할 이들이 본연이 역할을 망각하고 부적절한 처신과 일탈로 도마에 오르면서 풀뿌리민주주의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활 25년을 맞아 지방자치제의 핵심인 지방의회가 제대로 정착해 본연의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부조리의 매듭을 끊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방의원 스스로가 도덕성으로 무장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지방의원은 주민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