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수(취재부 부국장)

▲ 지영수(취재부 부국장)

탄핵과 조기 대선정국 속 충청권 인사들이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면서 ‘충청권 대망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에 머물렀던 충청권에서 유력 대선 주자들가 잇따르고 인구도 호남을 추월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충청권 대망론’에 거는 기대가 크다.
15일 현대 대선 도전을 선언했거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충청출신 인사는 이인제(논산)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반기문(음성) 전 유엔 사무총장, 안희정(논산) 충남지사 등이다.
이 가운데 이 전 최고위원이 15일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나서 ‘충청권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대선 출마 선언은 1997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1997년 국민신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3위를 기록했고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 도전했다 탈락했다. 2007년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5위를 기록했다. 그의 대선 출마는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섰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후 첫 주말인 지난 14일 친지와 노모가 있는 음성과 충주를 찾았다. 반 전 총장은 음성서 태어나 충주에서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은 잠시뿐 대부분의 시간을 민생현장 방문에 할애해 이미 출마를 공식 선언한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나 다름없다.
반 전 총장측은 이번 공향 방문해 대해 어디까지나 가족·친지에게 귀국 인사를 하고 틈틈이 민심을 청취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지만 가는 곳마다 열린 성대한 환영행사 규모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 이후 ‘제3지대 정당’이나 ‘신당 창당’을 통해 대권 출마를 공식화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 지사는 충청 출신으로는 야권 유일의 대선주자다. 상대적으로 본격적 정계 활동은 늦었지만 충남지사에 재선하며 정치적 입지를 탄탄히 했다. 친노계의 적자지만 강경하지 않고 할 말은 하지만 통합을 중시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이미 한 차례 대권에 도전했던 ‘대선 재수생’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에 하나 흔들릴 경우 ‘젊은 기수론’을 내세워 안 지사가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다.
그동안 수차례 대선 출마의사를 내비쳐 왔던 안 지사는 오는 22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이 같은 충청 대망론은 충청민들의 염원이다. 충청권은 그동안 대선과 총선에서 영·호남의 캐스팅보트와 킹메이커 역할을 해 왔다. 특히 2016년 4.13 총선을 기점으로 더 이상 변방으로 머물길 거부하며 ‘충청권 대망론’을 들고 나와 주목을 받았다.
충청의 맹주 김종필(JP0 전 자민련 총재는 지난해 4월 1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충청권 당선자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충청인들의 합심해 중앙정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 달라”며 충청권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2001년 8월 자민련 명예총재였던 JP가 미국 뉴욕에서 ‘차기 지도자는 경륜이 있어야 한다’고 운을 땐 뒤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JP여권단일후보론’을 들고 나온 것이 충청권 대망론의 시초다.
하지만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충청권 전면공략에 나선 상황에서 자민련 사수를 위해 나온 JP띄우기는 명분과 역량이 부족해 지역당의 한계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
이후 16년이 지나면서 충청의 간판 정치인들의 대망론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이인제 전 의원이 경기지사를 내려놓고 신당을 창당해 대권에 도전했으나 좌절됐고 국민중심당을 창당했던 심대평 전 충남지사도 나래를 펴지 못했다.
이완구 전 충남지사는 여당 원내대표에 이어 국무총리에 임명돼 차기 대선주자로 떠올랐으나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사실상 정치생명에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탄핵과 대선 정국에서 반 전 유엔 사무총장과 이 전 최고위원, 안 지사를 중심으로 한 충청대망론 밑그림이 다시 그려지는 분위기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조기 대선이란 ‘빅 이벤트’를 앞두고 충청 출신 인사가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선 공약을 통해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한 차원 도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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