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시·군 ‘기부·모금활동 지원 제한’ 공문 발송
충북 기부금액 전국 최저…취약계층 사업혜택 줄 듯

▲ 충북도가 지난해 11월 일선 11개 시·군에 공문을 내려 각종 모금행사에서 행사 관련 일정·장소 안내 등을 제한토록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선 시·군에 ‘기부·모금활동 지원 제한’ 공문 발송
-“행자부 ‘자제’ vs 복지부 ‘적극” 정부 부처도 혼동
-충북 기부금액 전국 최저…취약계층 사업혜택 줄 듯

 

(동양일보 이도근·박장미 기자) 경기침체와 조류인플루엔자(AI), 국정농단 사태 등의 여파에도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사랑의 온정이 전국 곳곳에서 활활 타올랐지만 충북은 사정이 다르다. 기부문화 확산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할 자치단체가 되레 기부·모금활동에 재를 뿌리고 나섰기 때문이다.

24일 충북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충북도는 지난해 11월 충북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각종 모금행사에서 행사 관련 일정·장소 안내 등을 제한할 것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일선 11개 시·군에 발송했다.

도 복지정책과는 이 공문에서 ‘매년 민간 주관으로 실시되고 있는 희망나눔캠페인, 사랑의 점심나누기, 연탄나누기 등의 모금행사에 행사 관련 안내 등 협조행위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촉구했다.

공문에는 도 복지정책과가 행정자치부에 기부금품법 위반 여부를 질의해 받은 답변 내용도 포함됐다. 행자부는 “민간주관 모금행사에 자치단체의 협조행위는 기부금품법이 제한하는 모집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공문은 도가 일선 시·군의 기부·모금 지원활동을 도와주기는커녕 사실상 훼방을 놓은 행위라는 게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다.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도의 행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회장에 올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막아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공문을 받은 도내 한 자치단체장은 “성금모금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싶어도 이 공문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쳤다”며 “왜 도가 이런 공문을 보내 재를 뿌리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충북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행자부에선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자제하라고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행정기관의 적극 참여를 독려하고 있어 양 측이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혼동이 빚어지는 상황에다 도가 사실상 지원 불허 공문까지 보내면서 충북지역의 전반적인 기부·모금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달 말까지 전개하고 있는 ‘희망 2017 나눔 캠페인’ 모금 실적에서 충북은 전국 최하위의 결과를 내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사랑의 온도는 충남 108.7도, 대전 101.2도, 인천 120도, 대구 118.6도 등 8개 시·도가 100도를 이미 넘었다. 강원 90.3도, 세종 90도 등 대다수 지역들도 90도 이상으로 목표액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기준 충북은 목표액(64억원) 79.8%인 51억1000만원을 모금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기준 84.4% 수준이다.

충북과 도세가 비슷한 전북의 사랑의 온도가 이미 100도를 넘었고 강원도 역시 충북보다 22억원 더 많이 모금됐다. 자치단체들이 말단 행정조직까지 모금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결과로 분석된다. 도내 또 다른 사회단체 관계자는 “도시지역에 비해 사회활동 참여가 소극적인 지역의 특성상 지자체의 홍보지원 등이 기부·모금에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차상위계층·홀몸노인 등 복지혜택이 필요한 취약계층 위주로 지원금을 배분하는 충북 공동모금회는 기부금이 줄어 혜택을 줄여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앞서 충북 공동모금회는 2016 캠페인을 통해 기탁된 62억원의 성금과 중앙회 배분지원금을 합해 모두 148억원의 상금을 도내에 배분했다.

충북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사랑의 온도탑 100도 달성이 쉽진 않을 것 같다”며 “중앙회의 배분지원금 감축이 예상되고 사업비로 쓸 수 있는 예산도 줄어 수혜자들에게 돌아가는 지원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