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50)가 다시 돌아왔다. 정확히 그의 인기가 다시 돌아왔다. 요즘 말로 '실시간 인기 급상승 중'이다.

방송에는 늘 나왔지만, 젊은층의 관심권에서는 한발 비켜선 지 오래였던 이영자가 오십에 다시 '핫'해졌다.

그 배경이 재미있다. 음식에 대한 탁월한 표현력과 식견이 새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덕분인데, 이영자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이영자는 늘 음식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 "그녀의 음식 설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인다"
 지난달 3일 시작한 MBC TV 토요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이영자 덕에 뜨고 있다. 연예인의 가장 측근인 매니저의 시선과 입장에서 연예인을 관찰하고 조명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이영자는 '음식 탐미주의자' '식도락가'로서의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1991년 데뷔해 27년간 방송에서 종횡무진하며 전국 팔도 안 돌아다닌 곳이 없는 베테랑 이영자의 생생한 식도락 경험이 프로그램 전체를 압도하고 있다. 그가 방송에서 매니저에게 추천하는 맛집은 곧바로 화제가 되는데, 무엇보다 음식을 설명하는 그의 다양하고 풍부하며 생생한 표현력이 시청자의 넋을 빼놓는다.

 이영자는 "우리는 한 번 본 사람은 잊어도 한 번 먹은 음식은 못 잊지~", "첫 입은 설레고 마지막 먹을 때는 그립고", "우리의 말초신경을 다 깨우는 황태가 있다. 그걸로 끓인다. '아, 그래도 세상을 살만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고기들이 입에서 막 돌아다녀" 등 창의력 돋보이는 표현력을 과시한다. '푹' '콱' '쏴' 등 독특하고 걸죽한 의성어도 풍성하게 사용하며 오감을 자극한다.'

그는 심지어 자신만의 맛집노트도 갖고 있다. 그 노트를 출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진다. 광고용이 아닌 진정한 맛집리스트라는 것이다.

 음식을 대하는 그의 '진지한' 자세와 진정 맛을 음미하는 모습도 한밤 시청자의 식욕을 달아오르게 한다. 
 실제로 이영자가 고속도로 휴게소 대표 음식으로 선택한 서울 만남의광장의 말죽거리 소고기 국밥과 안성휴게소의 소떡소떡은 방송 직후 엄청난 매출 상승을 기록하며 인기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음식평론가 이영자로 불러야 함" "이영자 음식얘기 듣고 있다보면 너무 웃겨서 스트레스가 풀림" "음식 설명 할 때는 진짜 달려가고 싶었어용" "이영자 씨 매니저하고 싶어요. 그럼 따라다니면서 맛난 것 많이 먹을 수 있을텐데" 등의 시청평이 쏟아진다.'


 ◇ 무대 중앙으로 돌아온 언니…산전수전 겪은 베테랑의 귀환
 1990년대를 휘어잡았던 '방송계 1인자 언니'의 귀환이다. 쉬지 않고 늘 방송을 하고 있었지만 십여년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비켜 서 있던 이영자가 '전지적 참견 시점' 덕에 다시 무대의 중앙으로 걸어왔다.

 지방흡입에 대한 거짓말에 이어 방송에서 재미를 위해 했다는 거짓말이 문제가 되면서 이영자의 전성기는 끝났다. 넉살 좋고 거리낌 없고 파워풀하면서도 구수한 이영자는 '무리한 거짓말'에 발목이 잡혀 고꾸라졌다. 한때는 여기저기서 잡으려 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열 남자 MC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지만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방송환경의 변화와 MC들의 스타일 변화도 '이영자 전성시대'를 마감하게 했다. 단독 MC에 독보적이고 입담에서 경쟁 상대가 없는 이영자이지만,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가 열리면서 그는 서서히 '옛사람'이 됐다.

 하지만 이영자는 버텼다. 메인 역할에서 보조 역할로 밀려나도, 말하는 역할에서 듣는 역할로 바뀌어도 계속 방송을 했다. 욕심 같아서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프로그램을 휘어잡고도 싶었지만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생명을 연장해갔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자칫 이영자의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다. 스타와 매니저의 관계가 갑과 을로 비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사랑과 탁월한 코믹함으로 무장한 이영자의 모습은 다른 모든 위험을 넘어 시청자가 이영자에게 오롯이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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