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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 서서 / 조철호가 만난 사람 - 김민자 박사(충북농업기술원)
이 길에 서서 / 조철호가 만난 사람 - 김민자 박사(충북농업기술원)
  • 동양일보
  • 승인 2018.11.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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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직은 ‘저녁이 없는 삶’이지만 남모르는 보람 있어 다시 태어나도 이 길에 설 것
‘한 알의 종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 되새기며 충북농기원이 신품종 개발 메카 되었으면
사진 / 조철호

어떤 조직의 책임자든 ‘자랑하고 싶은’ 구성원이 많을수록 행복하다. 비록 권력이나 재물이 없어도 ‘잘난 부하를 거느리는 못난 장수’란 없을 터.

직장인을 가장 잘 꿰뚫는 이는 정점에 있는 책임자일 것이어서 송용섭 원장에게 ‘충북농업기술원에서 자랑할 연구원 한 사람과 유기농에 인생을 건 농민 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팩스가 들어왔다.

-품종육성 공무원: 김민자 (여·52) 친환경연구과 토양환경팀장. 농학박사. 지방농업연구관.
-유기농업 농업인: 안광진(67) 괴산군 장연면 충민로 광진1길. 2008년 유기농 인증획득.

우선 버섯품종연구로 주목 받고 있는 김민자 팀장을 만나기로 했다. 청주와 진천을 수없이 오갔으면서도 멀리 곁눈질로만 보고 지나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가곡길 46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이하 충북농기원)을 찾았다.

예로부터 넓은 들로 소문난 ‘오창뜰’을 가로 질러 ‘아름다운 건축상’을 탔다는 충북농기원 본관 앞에 이르는 데는 불과 1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47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109년의 역사를 지닌 충북농업기술의 총본산을 처음 찾는다는 것이 내심 부끄럽고 미안했다. 옛 청주시 복대동에서 1997년 12월 현 주소로 청사를 옮긴지도 21년, 만추의 끝자락에 허겁지겁 찾아드는 내 모습이라니...오후 2시에 연구동 2층에서 진행되는 ‘도유 품종보호권 통상실시 계약체결’ 행사장을 엿보았다. 충북농기원이 개발한 토종팽이버섯 ‘여름향1호’를 전남 함평군에서 온 농업회사법인 대표와 향후 5년간 150만원에 계약체결을 하는 그 자리에 ‘버섯박사’ 김 팀장이 있었다.

김민자 박사가 버섯 신품종 개발을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김민자 박사가 버섯 신품종 개발을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조금 전 가진 ‘도유 품종보호권 통상실시 계약체결’행사란 무슨 뜻인지요. ‘도유’란 말이 낯설어서...

“우리 농기원이 개발한 버섯 신품종의 보호권한을 충북도가 갖게 됩니다. ‘도유’란 ‘도가 소유한’의 준말입니다. 농민이나 농업법인 등이 균주菌株를 쓰려면 일정 사용료를 내야하는데 이에 대한 계약을 하는 행사입니다.”

-버섯 균菌자와 그루 주株자 니까 버섯의 종자가 되는 균이란 뜻인가요?

“그렇지요. 그동안 우리는 일본에서 들여온 백색팽이버섯만을 보아왔거나 먹어왔습니다. 이 백색팽이버섯은 영상4°C의 저온에서만 재배가 가능해 팽이버섯=겨울버섯winter mushroom이라 불립니다.”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흰색팽이버섯이 모두 로열티를 물고 있다는 것인가요?

“예. 백색의 팽이버섯 재배농가가 지불하는 연간 로열티가 12억 원인데 이는 버섯류의 로열티 80억 원 중 그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이에 충북농기원이 2011년부터 야생팽이버섯처럼 맛있고 다채로운 색상의 토종팽이버섯을 개발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할 신품종을 만들자고 나섰지요. 품종의 개발과 틈새시장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몰이가 올 1월까지 7년간 몸담았던 친환경연구과 버섯팀의 지상명령이었습니다.”

-일선 농민들도 품종 개발을 원하고 있었나요?

“일본 품종인 백색팽이버섯을 생산하는 농가들은 여름철에도 적정 생육 온도인 4℃를 맞추려니 에어컨 가동비용이 너무 부담스럽고, 재배기간이 길어서 이 같은 취약성을 극복한 신품종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똘똘한 신품종 버섯’의 출현에 목말라 했습니다.”

-연구 성과는?

“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했어요. 버섯연구와 미생물학 전문지식의 접목은 연구 과정이나 성과에서 시너지 효과를 냈습니다. 수없는 시험을 거쳐 연갈색부터 진한 갈색까지 다양한 색상의 팽이버섯 유전자원을 찾았을 때의 감동이란 대단한 것이었어요. 그리고 갈색 팽이버섯 1호 품종인 ‘금향’이 드디어 태어나지요. 우리 구성원들이 주말도 반납하고 실험실과 생육실을 넘나들면서 서로 격려하고 어깨걸이를 하면서 파이팅을 한 첫 ‘작품’이지요. 품종보호출원 자료완성-전자출원-4회에 걸친 국립종자원 재배심사-품종등록까지의 639일은 지루하고 숨가쁜 반복 시험의 드라마였습니다”

-신품종 몇 가지의 출현이 계속 이어졌지요?

“‘금향’의 재배심사를 준비하면서 교배계통의 특성조사를 병행하는 과정에 진한 갈색으로 식미감이 우수한 ‘흑향’이 개발 됐습니다.”

-농가의 환영을 받았습니까?

“신품종을 개발했다는 기쁨은 잠시였어요. ‘금향’과 ‘흑향’으로 개선장군처럼 박수를 받을 것으로 알았던 우리는 버섯농가와 종균업체를 방문하면서 실망과 좌절감에 빠졌어요. 버섯재배농가들은 이미 로열티를 물면서라도 익숙해진 품종과 재배기술을 누리려하지 구태여 모험을 걸며 품종을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신품종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경제적 부담 등의 리스크를 우려해서지요. 그러나 이미 신품종 개발에 확신을 가진 우리는 ‘버섯농가의 환호를 받는 신품종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곧 고온성 품종인 ‘여름향1호’와 ‘여름향2호’를 성공시켰습니다. 이들 품종은 저온성 팽이버섯을 2~4배 높은 고온성 품종으로 영양가가 더 높고 재배기간도 20일 이상을 단축시키는 획기적인 장점을 가졌지요. 또 비닐고깔을 씌우지 않고 재배가 가능한 노동력 절감형 ‘금향2호’가 탄생합니다.”

-연이은 개가凱歌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겠군요.

“힘은 들었어도 5개 품종을 개발하여 갈색 팽이버섯 품종보호권을 확보한 충북농기원은 명실 공히 ‘대한민국 갈색 팽이버섯 품종육성의 산실’로 공인받게 되었습니다.”

- 신품종 개발에 따른 로열티의 절감효과 등은 계산이 나오던가요?

“이들 품종의 개발로 로열티 절감 69억 원, 냉방비 절감 389억 원, 재배기간 단축에 따른 소득증대 545억 원, 노동력 절감 77억 원으로 평가돼 총 경제적 가치는 무려 1,0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갈색 팽이 신품종과 고온 재배기술을 접목한 현장평가회를 매년 실시해 현재 전국 36개소에 보급됐지요.”

-농민들이 알아서 찾아오던가요?

“우리가 탁월한 신품종을 개발했다고 해도 이를 알고 구매하려는 농민이나 농업단체들은 매우 드뭅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특히 농민들은 길들여진 것에 안주하려 하지 낯선 것에 대한 접근은 꺼립니다. 우리가 전국을 돌며 신품종의 장점을 알리는 일이 연구진들을 힘들게 해요. 신품종 홍보를 하기 위해서는 농가 컨설팅을 하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 연구원들이 직접 발로 뛰어야 합니다. 당연히 장거리 출장을 많이 하게 되죠. 차량 엔진오일을 자주 갈게 되다보니 자동차 정비 업소에선 어디 영업사원이냐고 묻기도 했어요.” (웃음)

-그런 노력의 결과는 좋았는지요.

“품종보호권을 확보한 5종의 팽이버섯 신품종은 16건의 통상실시 계약으로 2275만 원의 실시료(사용료)를 받았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국내·외 바이어의 다품목 일괄발주 추세에 따라 다품목 버섯재배 농가가 급증해 기대가 됩니다. 꾸준히 통상실시 요청이 들어오고 있지요. 최근엔 보급농가 중 4개소가 대량생산과 사업화가 성공하여 경제적 파급효과가 2214억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됩니다.”

- 5종의 신품종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팽이버섯이라면?

“현재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에 도전장을 낸(결과는 11월말이나 12월 초에 발표) ‘여름향2호’일 것입니다. ‘아삭팽이’ ‘자연팽이’ ‘초코팽이’ 등으로 상품화되어 판매중입니다. 경매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장성 평가에서도 극찬을 받았고, 이미 유럽시장을 비롯해 미국, 동남아, 캐나다 까지 수출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들 5종의 신품종 모두가 국내·외에 학술발표 27건, 논문 게재 5건, 신품종전시회 참가 11회, 기술 상담교육 185건 등의 성과를 거둬 경제적 파급효과가 329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오랜 기간 연구개발에 몰두했던 연구진들을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금향2호’는 세계최초로 비닐고깔을 씌우지 않고 재배하여 노동력을 63%나 절감하는 대혁명을 일으켜 농가 주력 품종으로 자리를 굳혔고요.”

-이 연구를 주도한 김 팀장에게도 신품종 개발에 따른 보상이 있었는지요.

“갈색 팽이버섯 신품종 개발과 실용화 실적이 인정돼 2015년에 대한민국 우수연구사로 선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18억 원의 예산이 확보돼 우리 농기원에 자동환경제어시스템과 자동화 장비가 구축된 미래형 친환경버섯연구동이 신축됐습니다. 이는 충북 특화버섯 품종개발을 위한 연구기반 조성을 확고히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16년엔 국내버섯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한국버섯생산자연합회에서 감사패를 받았지요. 지난해엔 농림축산식품과학기술대상(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습니다.”

김 팀장을 만난 이튿날(7일)아침, 행안부는 2018년 8회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충청북도농업기술원 김민자 팀장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토종 팽이버섯 국내 품종 5종을 개발하고 보급과 수출로 다품목 버섯재배농가에 대혁명을 일으킨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 지방행정 달인선정을 축하 합니다.

“이렇게 큰 영광은 혼자 받기엔 벅찹니다. 그동안 함께 고생을 해 온 연구진과 우리의 연구가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 준 우리 농기원 모든 분들의 성원에 힘입은 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특히 기반을 만들어주신 선배 버섯연구팀의 노고를 소중하게 기억하겠습니다.”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도 있겠지요?

“1995년 농업연구사시보로 출발해 연구사-연구관이 되기까지 23년이 넘는 직장생활이 줄곧 연구직이었습니다. 그동안 사무실과 시험실에서 밤을 낮 삼아 보낼 때가 많았습니다. 그 사이 두 아들과 딸 하나가 어느새 다 커버렸어요. 남편 (이규대.52. 회사원)과 큰 아들 태영(23·대학 재학 중)작은 아들 제영(20·군복무 중) 딸 하연(16·고교 재학 중)에게 늘 미안했지요. 아들들에게 용돈부터 인색하다보니 지난 1월 연구관으로 승진했다니까 딸이 ‘그러면 월급도 오르느냐’ 묻기에 ‘그렇다’니까 ‘그러면 나도 대학가도 돼?’라고 물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노후를 위해 재테크에 신경을 쓰다 보니 딸애가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학은 아예 갈 수가 없을 것이라고 포기하고 있다가 형편이 좀 나아질 것 같으니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온 것이지요.”

-현직에 만족하는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과학자가 되려고 카이스트대학 시험을 보았다가 떨어졌어요. 이후 학부와 석사과정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면서 ‘이 길에 들어서기를 잘했다’고 생각했고 보람을 느껴 왔습니다. 연구직이란 것이 ‘저녁이 없는 삶’이지만, 미지의 성과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과 초극超克의 인내심이 자기성장을 돕는다고 생각하지요. 다시 직장을 잡는다 해도 결국은 이 길에 들어설 것입니다. ‘한 알의 종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음미하면서. 이제 관리자가 되면서 또 다른 자기관리와 목표를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혜택을 받도록 해야 올바른 관리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잊혀 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전에 모셨던 과장 한 분을 잊지 못하지요. 보통의 상사들은 직원들을 성과 위주로 평가를 하는데 이 분은 모두를 인간적으로 대해 주셨는데 오히려 업무성과가 눈에 띄게 올랐지요. 생각해 보니 그 분은 공무에 사심을 섞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언제나 당당하고 공평하고 용기와 희망을 갖도록 에너지를 충전해 주었지요.”

-취미는 재테크입니까?

“재테크는 노후를 위한 관심사일 뿐, 취미는 배드민턴입니다. 술 한 잔도 하지 못하니 어떤 기쁨이나 감동도 대화로 나누지요.”

-역시 돈이 들지 않는 취미군요. (웃음) 좌우명이 있다면?

“특별히 내세우지는 않지만 ‘오늘에 충실하자’를 자주 뇌이지요. 젊은 시절 혼신을 다해 13년간 매달렸던 덩굴성 약용작물인 백수오白首烏연구(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음)는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그 때 지하 30cm, 길이 2m에 육박하는 뿌리를 끊기지 않게 굴취 하는 수없는 작업에서 열의와 끈기가 몸에 밴 것이 팽이버섯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야생식용버섯인 민자주방망이버섯 인공재배와 신품종 개발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충북농업기술원이 토종버섯 신품종개발과 실용화의 메카가 되는데 한 몫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농민이 부러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그 꿈이 이뤄지기를 지켜보겠습니다.

동양일보 회장·시인


김민자金敏子 박사는...
-1966년 충북 진천군 초평면 출생
-1986년 청주 중앙여고·충북대 미생물학과 동 대학원 졸. 농학박사
-1995년 충북농촌진흥원 임용
-1997년 충북도 지방농업연구사
-2018년 충북도 지방농업연구관 충북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 친환경연구과 팀장
-1995년 농촌진흥청장 표창(농업연구우수팀상)
-2015년 농업연구 우수상 대한민국우수농업연구사 선정
-2016년 올해의 농업기술상 한국버섯생산자연합회 감사패
-2017년 농림축산식품과학기술대상(국무총리상)
-2018년 8회 지방행정의 달인(행안부)선정.


<품종보호권 등록 개발신품종>
갈색팽이버섯 ‘금향’(2012)’ ‘흑향’(2014) ‘여름향1호’(2015)호’ ‘여름향2호’(2015) ‘금향2호’(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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