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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 서서 / 조철호가 만난 사람 - 안광진 유기농업인
이 길에 서서 / 조철호가 만난 사람 - 안광진 유기농업인
  • 동양일보
  • 승인 2018.11.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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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사람이 아니라, 땅이 짓는 것···땅이 건강하면 작물은 제가 크지요”

농사꾼이 장사꾼이 되는 세상 같아 씁쓸 유기농업만이 살길 농사철학 확고

줄 서 있는 단골고객 900여명 수요 맞추지 못해 늘 고맙고 송구스러워



충북도내에서는 유일한 유기농고추 생산자인 안광진(67)씨가 사는 곳은 괴산군 장연면 광진리다.

안 씨의 이름이 마을 이름과 똑같지만, 마을 이름 때문에 안 씨가 돋보이기보다는 안 씨가 유명인사(?)여서 마을이름이 전국적으로 회자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미 현장명예연구관으로, 충북대는 충북에서 유일한 충북고추산학협력단원으로 선정한 안 씨를 찾아 나섰다. 11월 하순의 빈들에는 만추의 끝자락이 사라진 자리에 곤포梱包사일리지 흰 덩이들이 도열하듯 세워져 있었다.

이천~대구 간 중앙고속도로가 집 앞으로 지나는 곳에 위치한 안 씨의 농장은 ‘옛날맛나는 농원’이지만, 간판이 없다. 그러나 괴산 일대에서는 ‘유기농 집’하면 광진리 사는 안광진 씨를 모르면 농사꾼이 아니다. 유기영농인으로는 독보적이어서 농업관련 각급 기관장에서 장관에 이르기까지, 선진농업 교육을 받는 이들의 현장교육 견학장으로 그의 농장 방문은 줄을 잇는다.

기자가 안 씨를 방문하기 전 ‘유기有機’란 말의 정확한 뜻을 알고자 사전을 펴보니 ①‘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 ②‘생명을 가지며, 생활력을 갖추고 있음’이라 풀이돼 있다. 유기농업은‘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비료를 쓰며,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병충해를 방지하는 농업’이란다. 그러니 안 씨는 일반적인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질 비료를 만들어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일 터.

농사를 쉽게 짓는 길을 외면하고 어렵고 힘들고 실수익이 많지 않은 유기 농사를 고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안 씨 집으로 들어서는 찻길 양편에 300주의 사과나무가 도열해 있었다. 농약 한 번 쓰지 않은 것이라 30%는 버려야하는 사과가 매달려 있다. 넓은 논을 지나니 비닐하우스가 나란하게 어깨를 맞대고 서 있다. 논과 밭과 비닐하우스를 모두 합쳐 9000평. 이곳이 충북을 뛰어넘어 한국 유기농업의 모델이자 총본산인 안 씨의 농장이다. 아니, 세계유기농엑스포가 매년 열리는 충북 괴산군의 자랑이자 자부심의 근간이 되는 안 씨의 일터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기농업에 관련하여 안 씨의 이력을 꿰고 있는 괴산농업기술센터 최병렬(55)기획팀장의 동행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안 씨의 성격이 ‘꼿꼿한 선비’만 같다 는 말이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한 비닐하우스에 들어서니 5,6명의 아주머니들과 안 씨가 배추절임을 하고 있었다.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 써서 금방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으나 이목구비가 단정한 60대, 인터뷰를 하면서 줄곧 ‘확고한 농사철학을 가진 농부’의 전형典型이라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었다.

 

안광진씨가 운영하고 있는 유기농 농장.
안광진씨가 운영하고 있는 유기농 농장.

 

-바쁘신데 시간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초면의 방문객에게 작업장 주변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를 한 개 가져 오더니 “여기서 하실까요, 안으로 들어갈까요”를 묻는다. 아무래도 좀 조용한 곳이 좋겠다하자 안채의 잠긴 현관문을 따고 앞장선다. 비워놓아서인지 냉방이다. 안 씨는 작업하던 복장 그대로, 쓰고 있던 작업모를 쓴 채 마주 앉는다. 대충 몇 마디 끝나면 곧장 작업하던 곳으로 달려갈 채비다.

-유기농업인 인증은 언제 어디서 받으셨는지요.

“유기농 인증을 받기 전에 무농약으로 3년 이상 농사를 지은 것이 확인 되어야 유기농 인증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2003년부터 3년간 무농약농업 확인을 받은 후 1년간의 전환기를 가진 후 비로소 농산물 관리원에 유기농업인 인증을 받습니다. 신청은 개인이 하는데 인증을 해 줄지는 까다로운 여러 절차를 거칩니다. 무농약 확인을 받을 때부터 작성되는 농약잔류 검사, 영농일지 등 관련자료를 제출하고 수시로 현장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이 때 농업기술센터는 유기농을 하고자 하는 장소의 토양검사 등을 병행실시합니다.”

-유기농업 인증을 받으면 유효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요.

“유효기간이 없습니다. 인증되면 매년 토양검사나 영농일지, 현장확인 등 해마다 인증갱신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 그 어렵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면서 왜 유기농업을 하려고 마음먹었는지요.

“젊은 시절부터 농사를 짓는데 농약을 뿌리려면 비닐 옷을 입고 마스크를 했는데도 농약을 뿌리고 나면 후유증이 나오더라고요. 농약의 냄새부터가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이렇게 독한 농약으로 때깔 좋은 열매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미처 모르지요. 그래서 속으로 기회만 되면 유기농법에 의한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했지요. 우선 농사짓는 나부터 건강하려면 농약을 피하자고 되 뇌이곤 했습니다.”

- 지금 이 지역이 고향이신가요?

“아닙니다. 제천시 한수면서 태어났고 한수초를 나왔습니다. 1982년 충주댐 수몰에 따라 이주해 온 곳이 바로 이 자리-광진리740번지입니다. 내 이름과 같은 지명이 우연이지만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는 곳인 것 같습니다.”

-학교는?

“한수초등학교 졸업이 유일한 학력입니다. 가난 때문에 상급학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지요. 산골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지금 사람들은 이해를 못할 것입니다.”

-학력은 초등학교가 전부지만, 농사만큼은 박사 아니십니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유기농에 관해서만은 누구에게나 지고 싶지는 않지요.”

-직거래하는 고객은 얼마나 되는지요.

“전국에 900여명이나 됩니다. 한 가구에 한 명씩이니 900여 가구입니다. 그런데 어느 땐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주문에 다 응할 수가 없어 주문이 고맙기도 하지만 생산량이 부족해 미처 기대에 응할 수 없어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올 해 같은 경우가 그러한데, 고추 비닐하우스 두 동에 진딧물이 끼어서 다 버렸어요. 화학농약을 쓰면 되는 것을 알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즘은 가격에 상관 않고 건강을 위해서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소문이 확산일로입니다. 생산량은 정해져 있는데 유기농산물에 관한 수요가 급속하게 늘어나 감당을 못하겠습니다.”

-품목별로 가격은 어떤지요.

“나는 수년째 시장시세와는 상관없이 적정가격을 정해 받고 있습니다. 유기농 쌀 4킬로그램에 1만7000원을 받지요. 이 값은 무농약 시세와 같은 가격입니다. 고추는 600그램에 2만원, 고춧가루는 480그램에 2만5000원, 옥수수는 1자루(30개)에 2만원을 받습니다. 이 가격은 농사가 풍년이든 흉년이든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입니다.”

-수요가 딸리는데 가격을 좀 올려야 되는 것은 아닌가요?

“그러지 않아도 소비자들께서 가격을 좀 올려서 꼭 먹겠다는 사람들에게는 공급해 주는 게 좋지 않으냐고 하십니다만,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고추의 경우는 진딧물 때문에 두 동을 버리는 바람에 지난 해 5000근을 했다가 올 해는 4500근 밖에 못해서 못 드린 고객이 많습니다. 저도 살만큼 살고, 연간 매출이 1억원 정도 되고 이에 따른 수익이 5000만원 쯤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매출 1억이면 수익은 7,8천만원 쯤 된다는데 상관할 바 없습니다. 아이들 다 키웠고, 농사꾼이 이정도 수익이면 됐지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남들보다 어렵게 농사짓고, 수익은 낮고...이중으로 손해 보는 것은 아닌가요?

“농사꾼이 장사꾼 되면 되겠습니까? 요즘 들어 농사꾼이 장사꾼 되는 듯한 일들을 자주 봅니다. 한마디로 서글퍼요. 농사꾼은 농사꾼다워야 제 맛이 나지요. 무농약에서 유기농으로 발전하여 해를 거듭하면서 이만하면 됐다는 안도감과 고객들의 칭찬에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고객들이 싸지 않은 돈으로 사주면서도 ‘고맙다’ ‘맛있다’ ‘확실히 다르다’라고 칭찬해주시는 것이 얼마나 큰 보람인지 모릅니다. 누가 이렇게 시골에서 농사만 짓는 사람에게 농사꾼 대접, 사람대접 제대로 해주겠습니까. 유기농으로 고집 세우지 않았으면 받지 못하는 과분한 대접을 받지요.”

-유기농 중에서도 특별하다고 충북도농업기술원이나 괴산농업기술센터에서 말하던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입니까?

“농사는 사람이 짓는 게 아니라, 땅이 짓는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땅만 좋으면 농작물은 저희들이 알아서 잘 크고 실한 열매 맺습니다. 토양관리를 어떻게 잘 해 주느냐 지요. 남들은 유기농한다고 부직포만 깔고 잡초 제거에 신경을 쓰는데 나는 좀 다르지요. 땅을 살리고 지력을 키우기 위해 헛골 사이에 보리나 잡초를 일부러 심어서 갈아엎어 유기질 비료를 얻지요. 벼농사도 따로 시비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빗물 속에 질소성분이 충분하므로 빗물을 이용하여 물만 주어도 시비가 됩니다. 거기다 다른 비료를 더 준다면 과잉영양으로 벼나 작물들이 쓰러지게 됩니다. 주작물의 성장환경을 자연환경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비결이지요. 산의 숲을 보세요. 비만 맞아도 울창해지잖아요? 산에 누가 비료를 줍니까? 농작물도 마찬가지지요. 지력을 키우는 유기질 시비와 빗물을 잘 활용하면 실한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력증진을 위한 농업기술센터의 미생물배양액을 유용하게 활용합니다.”

- 이제 농한기 일 텐데, 심신을 휴식하기 위한 여행이라도 계획하고 있으신지요.

“농사꾼에게 농한기가 어디 있습니까? 지금부터 준비해 12월엔 고추묘를 부어야 합니다. 여행할 틈이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이 줄 대고 섰는데 어떻게 비워요. 매일 쉬지 않고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합니다. 좋은 회사 다니는 사람들 일하듯 하지요. 일에서 기쁨을 얻어요. 나는 모든 종자를 토종에서 구해요. 개량품종이 좋은 점도 있으나 제 맛을 얻으려면 토종에서 얻는 것이 최고죠. 종자 값도 절약되고 건강한 토종이 지니고 있는 면역력도 무시하면 않되지요.”

-농사짓는 분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먹을거리가 좋으면 몸이 건강해집니다. 몸이 건강해지면 병이 들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병원에 자주 가면 죽습니다. 그러나 자연으로 들어가면 건강을 되찾고 살아나옵니다. 땅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토양은 작물을 제절로 키웁니다. 땅을 건강하게 만드십시오. 땅 속에 미생물들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되도록 토종에서 종자를 쓰십시오. 그래야 제 맛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좋은 농산물 생산은 국가나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닙니다. 유기농업만이 농민과 국민이 사는 길입니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우리 농민들에게 그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유기농이라는 선진농업을 하는 농민이 많지 않아서 외롭지는 않으신가요?

“유기농업이 선진농업이 아니라 사실은 옛날 방식입니다. 그런데 요즘 농민들은 옛날 농부들보다 일하는 양은 줄이고 소득은 더 얻으려니까 화학비료를 쓰고 독한 농약을 많이 쓰게 되는 것입니다. 농사란 꾸준히 하면 힘도 덜 들고 돈 쓸 일도 줄어듭니다. 농산물울 생산하는 것도 힘들지만 판로를 개척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나같이 고객들의 주문이 밀리는 것도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들이 훨씬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바람은 생각만 할 뿐 누구에게 부탁하거나 소리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안타깝지요. 유기농업을 하면서 확실히 깨달은 것은 어떤 농산물이든 전국 최고품만 만들면 돈은 뒤 따라 온다는 사실입니다. 좋은 농산물이 없어 걱정이지 소비자가 없어 걱정할 일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앞으로의 소망이 있으시다면?

“이제껏 나를 도와 상머슴 일을 해 주는 아내(박주만.67)도 이제 나이를 먹었습니다. 나도 지금은 건강하지만 몇 년 후면 힘이 달릴 것입니다. 수원에서 회사에 다니는 아들(명근.42)과 딸(명옥. 41) 등 가족들이 혹시 내려와 대를 이어줄지 몰라 땅을 더욱 유기토양으로 기름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농약 한 병 쓰지 않고도 좋은 먹을거리를 생산해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농사꾼의 자랑을 끝까지 유지해 나가겠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시는 데 보답하는 일-건강한 땅을 만들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여 고객들을 만족시키고자 합니다. 더불어 나도 건강하고 칭찬 받는 농사꾼으로 오래 살고 싶습니다.”

-바쁜 시간에 귀한 말씀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동양일보 회장. 시인.



안광진安光眞씨는...

*1951년 충북 제천시 한수면에서 출생
*1965년 한수초등학교 졸업
*1982년 충주호 수몰로 괴산군 장연면 광진리로 이사.
*2003년~ 2005년까지 3년간 무농약 농사 확인
*2008년 유기농 인증 획득, 충북고추산학협력단원 선정
*2015년 현장명예연구관(농촌진흥청 진흥원)
*2018년 현재까지 유기농 농업인 인증

-벼 5000평
-옥수수 2000평
-고추 시설하우스 12동(2000평)
-유기농 총 면적: 9000평
-배추 들깨 참깨 양파 병작

*2018년 괴산고추품평회 은상 수상
*현주소: 충북 괴산군 장연면 충민로 광진1길 7-25 (010-8842-7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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