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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 서서 / 조철호가 만난 사람 - 이진행 애니피그 대표
이 길에 서서 / 조철호가 만난 사람 - 이진행 애니피그 대표
  • 동양일보
  • 승인 2019.01.15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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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업 35년… 돼지가족 8천두 거느린 돼지띠 부부의 ‘돼지 만세’

2011년 구제역에 생때같은 8400여두 묻은 그 트라우마 아직도 생생한 아픔

“황금돼지의 해에 세상사람 모두 부자되는 ‘돼지꿈’ 꾸며… 기쁜일만 있기를”


지난 한 해는 한숨과 우려와 긴장의 연속이었다. 서민경제가 나락(奈落)으로곤두박질치고 국내·외 정세는 한치 앞을 가늠키 조차어려웠다. 모든 이들은 늪에 빠진 이세월이어서 지나가길 바랐다.

예나 이제나 가난한 이들은 부자가 되기를, 힘없는 이들은 마음대로 살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는 결코 소박하거나 쉽게이뤄지는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꿈이라도 꾸어야 한다. 그 꿈속에서만이라도 부자가 되고,권력자가되고, 못다 한 일을이루어소망을이루고자한다. 생활이 피폐할수록 꿈은 선명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힘들었던 어제를 딛고, 안도와기쁨과희망의한 해가 되기를 염원하면서 2019년새 해를 맞았다. 벌써보름이지났다.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다. 부(富)와 번영의 상징 ‘돼지띠’의 해가 밝으면서 ‘돼지 밖에모르는돼지띠부부’가 있다는 소문을 따라 갔다.

충북진천군문백면문덕리에서애니피그양돈농장을하는 이진행·송기옥씨 부부. 올 해 회갑을맞는 동갑내기 부부다.


-반갑습니다. 들어오는 길에 안내판 하나도 없는데 들어와 보니 꽤나 큰 농장입니다.

“부지는 1만1000평 쯤 됩니다. 임야와 밭을 사들여 시설을 했습니다. 양돈장은 12동이 있고 사료창고 2동과 사무실동이 있지요. 현재는 늘 8000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돼지는 원래 4800년 전에 동남아에서 멧돼지를 고기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가축화 했고, 유럽은 3500년 전에 식용으로 썼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우리나라엔 언제 들어왔는지요.

“문헌상으로는 지금부터 115년 전인 1903년에 들어왔다고 나옵니다. 품종은 1000여 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양돈 사업을 평생의 업으로 선택한 까닭이 있다면…

“제 고향이 진천군 덕산면 용몽리인데, 할아버지 때부터 해오시던 양조장집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그 곳에서 보냈어요. 양조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많아 이를 이용해 늘 가족들이 돼지 10여 마리를 키웠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돼지와 가까워지고 새끼를 낳는 것부터 관리까지가 익숙해졌지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돼지는 지능이 높고 청결한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어린 시절에 알았지요. 더구나 아버님이 서울대 수의학과 출신이어서 남보다 다른 시각으로 양돈 상식 등을 익힐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덕산약주’가 나오던 덕산양조장 집안입니까? 한 때 정계에 나오셨던 고 이재철(1930~2014) 사장님의…

“예, 그 집 4남2녀 중 장남입니다. 저는 서울서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어버님의 뜻에 따라 천안 연암대 축산과를 나왔지요. 그리고 1983년도에 본격적으로 양돈업에 뛰어듭니다. 25마리로 시작하여 열악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했지요. 그래서 1300마리까지 늘려 주위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어요. 그런데 이곳이 개발이 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더 이상 양돈장을 운영할 수가 없게 됐지요. 그래서 1994년에 일단 양돈 사업을 접습니다.”

-이 곳에 자리를 잡게 된 때는?

“1996년입니다. 양돈하던 친구들 6명과 진천양돈조합을 법인으로 발기하여 조합장이 됩니다. 1인당 6000만원씩 출자하여 어미돼지 500두로 시작하여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듬해엔 양돈협회 진천지부장도 맡게 되고 양돈 숫자도 괄목할 만큼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호사다마란 말대로 1998년에 양돈장에 화재가 발생해 위기를 겪습니다. 이후 2003년에 법인 지분을 모두 인수하여 이젠 개인 사업체가 되었습니다.”

-양돈 사업이 다른 사업과 다르다면?

“이 사업은 시설투자비가 많이 들어서 쉽게 달려들기가 어렵지요. 그러나 회전이 빠르고 수요가 한결같아서 제일 중요한 판로 걱정은 없습니다.”

-다른 사업보다 시설비가 많이 든다면 …

“우선 사육장 부지를 확보하기가 힘듭니다. 축산업에 대한 규제가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의 규제가 더 까다로워서 인가와 격리된 부지를 선택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이미 있는 양돈장도 사업을 확대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예요. 그래서 기존 양돈장 값이 천정부지예요. 물, 사료, 배변 등이 자동화 시설이어야 하고 온도나 환기시설 등이 자동이어야 합니다. 미생물 첨가사료를 먹여야 배변냄새가 제거되는데 이렇게 된 시설과 사료를 쓴 배변기 세척수는 손을 씻어도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들어서도 과거 양돈장 인근까지 심하던 배변냄새가 나지 않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돈(돼지고기)은 사랑하는데 한돈산업(양돈부터 유통판매까지)은 가까이 하기 싫어하지요. 그러나 유럽이나 세계제일의 양돈국가인 덴마크 국민들은 ‘가축 분뇨냄새를 참을 줄 모르면 고기를 먹을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요. 양돈의 위생적인 처리에 최선을 다하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은 이해해 주는 관용과 배려지요.”

-요즘 들어 ‘한돈’(韓豚)이란 말을 자주 듣는데요.

“돼지를 키우는 것을 양돈(養豚)이라 하는 것은 그대로인데, 수입고기가 들어오면서 이에 맞서는 말로 국내생산 돼지고기를 한돈이라 합니다. 2010년쯤부터 이 말을 본격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한우’라는 말이 수입우와 구별 짓기 위해 쓰이는 것과 같지요.”

-법정 전염병인 구제역(口蹄疫· foot-and-mouth disease) 때문에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2011년이었습니다. 구제역이 돈다고 하여 꼬박 한달 간을 사육장에서 숙식하며 지켰는데도 방역망이 뚫렸지요. 어떻게 감당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끝내 8400마리 몽땅 땅에 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꼭 자식들을 묻는 것만 같아 하늘이 원망스러웠어요. 사육장 내에 큰 웅덩이를 파고 어제까지도 멀쩡하던 놈들을 몰아넣어 묻어야 하는데 그 놈들의 착한 눈빛들을 차마 볼 수가 없더라고요. 남모르게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직도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제역 파동은 모든 국민들에게도 큰 아픔이었어요. 그런데 궁금한 것은 그 많은 돼지들을 묻은 웅덩이에서 생기는 침출수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하지는 않는지요.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퍽 과학적으로 처리돼 문제가 없습니다. 웅덩이에 두꺼운 비닐을 접착테이프로 완전하게 봉해서 묻은 후 미생물을 증식시켜 분해하게 합니다. 침출수 등은 배수파이프를 통해 뽑아내어 다시 미생물 공법으로 정화시키는데 일정기간이 지나면 웅덩이 속에는 뼈만 남아있게 됩니다. 구제역 파동의 후유증은 가축의 처리보다 처리를 맡았던 공무원과 수의사 사육자들의 정신적인 충격이 심했지요. 저도 7년이나 지났는데도 그 악몽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바이러스에 의한 그 전염병이 다시 돌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걱정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런 홍역을 치른 후 이에 대한 방제법을 알게 됐지요. 사육장을 고온다습하게 관리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만약에 질병에 걸리면 벌침을 맞히는 것입니다. 사람들도 맞는 벌침은 항생제의 200배에 달하는 효과가 있는 데다 내성도 없는 치료법입니다. 벌 한통에는 벌이 3만 마리 이상이 살고 있어 이보다 싼 약이 없습니다. 여차하면 직침(직접 침을 놓는)을 놓으면 됩니다. 이 같은 처방들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뒤늦게나마 배운 셈이지요. 이젠 웬만한 양축농가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사육장은 몇 명이 관리하는지요.

“관리와 운영에 모두 10명이 일합니다. 시설이 자동화되어 더 사육할 수가 있어도 규정 때문에 8000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판매는 어떻게 되는지요.

“규격돈과 자돈(새끼돼지)으로 구분하는데, 규격돈은 비육돈으로 115㎏이면 출하되고 자돈은 생후 70~80일이면 출하합니다. 우리 농장은 자돈 70%, 규격돈 30% 비율로 출하하면서 언제나 8000두를 유지합니다. 우리 애니피그 양돈장의 자돈은 품질이 좋아 구매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자랑이지요. 자돈은 종자가 문제가 아니라 품질이 어떠냐가 문제지요.”

-한돈의 가격변동은 있습니까? 소비자들이 즐겨먹는 삼겹살은 오르기만 하지 내릴 줄을 몰라 불만을 사고 있는데요.

“규격돈은 유통회사가 정하는데, 금값처럼 매일 다양합니다.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는 대략 3~5단계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변동 폭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농업생산품 액수로는 쌀이 아니라 돼지고기가 1위인데 앞으로는 이에 대한 가격대의 합리적인 산출이 될 것이라 봅니다.”

-한돈 가격이 현재 호황입니까?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지요.

“한국에서의 양돈 사업은 호황이냐 불황이냐의 차이가 아니라 생산성의 차이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입니다. 현재 한국의 모돈(母豚) 한 마리의 연평균 출하두수가 18두인데 비해 세계 제1의 양돈국가인 덴마크는 27두입니다. 거의 10마리 차이가 납니다. 한국은 여러 가지 규제 등으로 양돈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지난 83년도에 5두 이상의 양돈농가가 26만 가구이던 것이 현재는 4000호만 남아있습니다. 가구당 2500두 정도지요.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나 우리나라가 치른 86아시안게임이나 88서울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의 밑바탕에는 축산인들이 공헌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갈수록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이 높아지고 있어 자부심을 갖습니다.”

-애니피그(ANYPIG)란 농장이름은 누가 지었나요?

“언제 어디서나 잘 되는 농장이 되기를 염원하면서 제가 지었는데, 외국어를 쓴 것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이 사업으로 돈을 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요.

“지난 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위기를 겪지 않았으면 진천군내에 있는 탈북자들을 돕는 자선단체를 만들어 돕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직 그 후유증이 남아있어 뜻을 펴지 못하고 있지만, 여유가 생긴다면 그 사업을 꼭 하고 싶습니다. 진천에서 낳고 자라고 사업을 하고 있으므로 언젠가 고향을 위한 헌신을 꼭 하고자 합니다. 이 같은 소망은 돌아가신 선친의 뜻을 잇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진천이나 충북의 양돈장 실태는 어떤지요?

“진천엔 위탁농장을 포함하여 70여 곳의 양돈농장이 있습니다. 청주도 비슷합니다. 이 같은 두 지역의 양돈농장의 규모가 충북에서는 제일 크지요. 그런데 충북 전체 양돈농가의 규모를 합쳐도 충남의 홍성군 양돈농장 규모에는 못 미칩니다.”

-양돈사업의 전망은 어떤지요.

“이제부터는 문제가 좀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하반기부터 미·중 무역마찰로 미국의 돼지고기 수출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경기가 나빠지고 있습니다. 국내 대단위 양돈농장이 위협 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또 수입 소고기와 수입 돈육, 유가공품 등이 냉동창고에 가득 차 있어 국내 생산을 꺼리는 실정입니다. 이 같은 유통구조의 난맥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요.”

-돼지고기는 어떤 부위를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요.

“돼지고기는 잡은 지 3~4일이 지난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부위는 대략 6가지로 구분하지요. ‘등심’은 가장 연하고 지방이 적은 최상육으로 스테이크·커틀렛·로스트·불고기·찌개에 씁니다. ‘방앗살’은 힘줄이 없고 연하여 등심에 버금가는 상육인데 로스트·커틀렛·불고기·버터구이, ‘어깨살’은 힘줄이 있어 질기고 빛깔이 진해 찌개·스튜·수프·포크빈즈·장조림으로, ‘삼겹살’은 지방과 살이 번갈아 있어 짙은 맛이 나 로스트·불고기·수프·조림·베이컨으로, ‘뒷다리’는 힘줄이 있으나 연하며 지방이 적어 햄·로스트·버터구이·볶음·장조림으로, ‘갈비’는 지방이 좀 있으나 감칠맛이 있어 구이와 찜으로 쓰입니다.”

-좌우명이 있다면…

“애니피그의 사훈이기도 합니다만, ‘초심을 잃지 말자’를 뇌이며 살고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듯 초심·열심·뒷심 등 3심을 잊지 않으면 소원하는 바를 얻는다하는 말을 믿습니다.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구제역 파동 때 겪은 끔찍한 현상도 큰 교훈으로 삼고 다시는 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돌다리를 두드리며 가겠습니다.”

-가족으로는?

“돼지띠 동갑내기인 아내(송기옥)와 두 아들이 있습니다. 아들 둘도 축산관련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장남(건일·32·덴마크 오르후스대 축산과 박사과정)은 지난해 결혼하자마자 유학 가 있고, 차남(건준·29·호주 퀸즐랜드주립대 축산과 졸업반)도 해외에 가 있습니다. 매일 일어나면 이 곳 농장에 나와 일을 봅니다. 하루 종일 함께 있는 가족이라면 애니피그의 돼지 8000두가 가족인 셈입니다. 집에 가면 돼지띠 아내와 함께 있고… 그래서 돼지띠 우리부부에게 2019년 기해년 ‘황금돼지 해’는 특별합니다. 결혼 34년 만에 맞는 회갑년 이기도하여 어떻게 의미 있는 일을 할까 궁리중입니다.”

-부디 부와 번영의 돼지꿈 이루시길 바랍니다.

동양일보 회장·시인


■ 이진행李鎭行 대표는…

* 1959년 충북 진천군 덕산면 용몽리 출생
* 1978년 서울 보성고 졸업
* 1980년 천안 연암대학 축산과 졸업
* 1990년 한국방송통신대학 농학과 졸업
* 1993년 건국대 농축산대학원 졸업(농학석사)
* 1993년 도드람양돈조합 운영위원
* 1994년 덕산청년회의소 회장
* 1997년 대한양돈협회 진천지부장
* 2000년 도드람유통회사 유통이사
* 2012년 진천경찰서 보안협력위원장
* 현 한국JC특우산악회 부회장
충북한돈조합 이사
동양일보진천기획위원장
애니피그 농장 대표

* 현주소: 27862충북 진천군 문백면 파재로660 (전화 043-532-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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