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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에 서서 / 유영선이 만난 사람 –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이 길에 서서 / 유영선이 만난 사람 –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
  • 동양일보
  • 승인 2019.03.0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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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면 매일 새로운 그대 가슴에 ‘띵동’, 편지를 씁니다”
독서가였고 장서가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고도원씨는 늘 책을 읽는다. 그가 강조하는 ‘밑줄긋기’ 운동도 올바른 독서법을 가르쳤던 목회자 아버지 영향이 크다. 옹달샘 북카페 ‘꿈 너머 꿈’.

2001년부터 한결같이 쓴 ‘고도원의 아침편지’… “언어는 무의식을 대변하는 영혼”

‘깊은산속 옹달샘’ 열어 힐링 메신저로… 국립산림치유원장 취임 ‘치유 프로그램’ 이식



하루를 여는 아침의 색은 무슨 빛일까. 맑고 고요한, 깨끗하고 청초한, 어쩌면 투명한 푸른 빛. 이렇게 표현이 어려운 아름다운 아침을 세상 사람들에게 선사해 주고자 20년간 자신의 아침을 온전히 바친 이가 있다. 아침편지문화재단의 고도원 이사장(67)이 바로 그다.

이제는 고유명사가 아닌 대한민국의 보통명사가 된 ‘고도원’ 이사장을 찾아 2월의 끝, 충주시 노은면 ‘깊은산속 옹달샘’을 찾았다. 깊은산속 옹달샘에는 이미 봄이 와 있었다. 부푼 땅을 열고 초록색 싹이 올라오고, 나뭇가지마다 물이 오르며 잎눈들이 털옷을 벗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도 ‘아침편지’를 보내셨는지요.

“그럼요, 일과인걸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편지를 씁니다. 2001년 8월부터 시작했으니까 그새 20년이 다 되어가네요.”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보내시나요.

“385만명입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10분1이 조금 안되지요.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 천명, 만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매일 새로운 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왜 이 일을 시작하셨어요?

“저를 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과거 5년 동안 김대중대통령 연설담당비서관으로 일을 했는데 그 일이 사실 사람 죽이는 일이에요. 공적이어야 하고 역사적이어야 하고 흠결이 없어야 하고 필화가 생기면 안되는 일이지요. 스트레스를 넘어서 머리에 쥐가 나고 터질 것 같았어요. 2년 반쯤 될 무렵에, 바늘구멍 하나 낸다는 심정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편지는 개인적이고 말랑말랑한 글이잖아요. 공감은 기본적이고. 매일 밥을 먹다가 맛있는 샐러드 하나 먹으면 기분 좋아지는 것처럼 저를 정화하고 다스리기 위해서 시작을 했죠.”

-이사장님의 미소가 마치 하회탈 같습니다. 아침편지가 이런 미소를 만들어준 것 같네요. 그런데 충주와는 어떻게 인연이 된 것인지요.

“충주는 연고가 없는 곳입니다. 아버님은 제주도 출신이고, 어머니는 전북 부안, 저는 외가에서 낳았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꿈을 갖자 꿈을 이루기 위해 땅이 필요했어요. 땅을 구한다는 소문에 지자체 등 많은 곳에서 추천이 들어왔는데 마침 휴양림 조성계획을 갖고 있던 충주시에서 몇 만 평의 사유지가 있다고 연락이 왔어요. 당시 농정국장이었던 조운희 국장께서 제 사무실로 계획표를 가지고 왔는데 느낌이 너무 좋아서 바로 땅 매입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지요.”

-이사장님을 향한 신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겠네요.

“많은 분들이 저를 믿어주시니까 제 꿈을 이야기하게 되고 그걸 이뤄가는 과정에서 투명하게 일을 하게 되고, 개인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적이고 이타성을 띠었다는 평가를 해주셨기에 가능했지요.”

-꿈 하면 고도원 이사장님 아닌가요?

“네. 저는 꿈쟁이이고 꿈박사입니다.”

-꿈이란 뭔가요?

“꿈은 방향이고 목표입니다. 꽃밭에 가고자 하면 그게 꿈이잖아요. 꽃을 심지 않아도 가는 길에 꽃밭을 만나게 되고, 친구도 만나게 되고. 제게 네 꿈이 뭐냐고 물어주시면 저는 북극성이라고 말합니다. 가슴에 북극성이라는 점을 찍는 것. 북극성은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거든요. 그러나 요즘은 그 너머의 꿈, 꿈 너머 꿈을 꿉니다.”

-옹달샘을 다녀간 분들도 꽤 되지요?

“일년에 약 10만명이 다녀가니까 100만명 정도 되겠네요. 숲속음악회는 한 번에 1만5000명이 왔으니까 프로그램에 따라 다릅니다. 아침편지를 받는 380만명이 평생 한 번은 가봐야할 곳으로 생각하니 잠재적 대기 인원도 꽤 많은 편이죠.”

-프로그램들이 특별한 것이 많아요, 직접 기획하신 것인가요.

“제 젊은 날의 삶의 굴곡, 애환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저는 칼날같은 시국에서 칼끝 위에서 걸었고, 틈이 없었고, 견뎌내야 했고, 휴식이 없었습니다. 소진이었지요. 새소리가 들리는지 비가 오는지 꽃이 피는지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살다가 이 세계로 들어오니 권력이나 물욕, 세상의 출세라는 것들이 얼마나 허망하고 무의미한 것인지 체감되었어요. 그때 비로소 이런 고요함, 고요해야만 들리는 소리들, 멈춤이 왜 나에게 필요한지 눈물나게 체득 체화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어요.”

-권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사람마다 감수성이 다르지만, 요즘은 티벳에서 가져온 소리명상과 오체투지, 요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소리명상은 놋쇠그릇을 땅 치면 울림이 나오지요. 그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합니다. 또 ‘행가마(행복가득한 마음)’ 가족 부부프로그램도 인기가 많아요. 가족 간의 아픔과 눈물을 흠뻑 쏟고 미소 지으며 돌아가는 부부를 보면 마음이 참 좋습니다.”

-청소년 사랑이 남다르시죠. 링컨학교도 많이 알려졌던데요.

“그러고보니 링컨학교를 거쳐간 학생이 1만1000명이 되네요. 처음 링컨학교를 열었을 때 왜 링컨이냐, 우리나라의 세종대왕, 이순신도 있는데라고들 했죠. 링컨은 제 멘토였어요. 어릴 때 아버지가 링컨, 칭기스칸, 간디, 서재필, 이순신 5명의 위인전을 읽게 하고 밑줄긋기를 시키셨어요. 청소년 시절 멘토가 있고 없고에 따라 꿈이 달라집니다. 링컨을 제 삶과 감히 견주거나 범접하기 어렵지만, 링컨을 닮고 싶었어요. 그중에도 핵심은 링컨의 언어입니다. 링컨의 언어는 무의식의 서사시라고 하죠. 2분짜리 게티스버그 즉흥연설이 미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남북전쟁의 승기를 잡았어요. 그의 언어들이 정제되고 힘이 있는 것은 바로 독서의 힘입니다. 링컨학교에서는 링컨을 모델삼아 독서법, 글쓰는 법을 가르쳤지요. 처음부터 링컨학교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우연히 고등학생쯤 되는 예쁜 소녀 셋이 앉아서 대화하는 것을 듣게 됐는데, 입에서 나오는 말이 모두 욕이었어요. 쇼크였지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학생들이 참여할 프로그램을 만들자, 영혼에 상처를 주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언어를 훈련시키자 였지요.”

-‘밑줄긋기’운동도 오래 하셨는데 이제보니 아버님으로부터 배우신 것이네요.

“아버님이 목사였어요. 독서가였고, 장서가였지요. 아버님은 저를 대물리는 목회자로 키우기 위해 중 2때부터 동화대회 웅변대회 백일장에 내보내면서 아버님처럼 독서카드를 쓰게 하셨어요. 독서카드에는 책이름, 저자 외에 이 글을 읽은 날의 사건사고 등을 적고, 읽었던 구절을 옮겨 적고 뒷장엔 나의 생각을 간단한 키워드로 적도록 하셨어요. 아버님은 책을 읽다가 중요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치라고 하셨죠. 처음엔 책이 아까워서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왜 책에 밑줄을 긋지? 했는데, 나중에 보니 밑줄을 긋지 않은 책은 내 책이 아닌 거예요. 밑줄을 그으면 내 책, 그것을 독서카드로 만들면 더 확실한 내 책이 되지요.”

-조금 전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언어의 마술사처럼 언어의 조탁이 탁월하십니다. ‘깊은산속 옹달샘’, ‘꽃피는 아침마을’, ‘고도원의 아침편지’, ‘꿈너머 꿈’ ‘비움’, ‘채움’, ‘잠깐 멈춤’, ‘휴잠’, ‘치유의 숲’ 등 말이 예쁘면서도 정감이 갑니다. 이사장님의 철학과도 관계가 있는 것이겠지요.

“언어의 마술사는 과찬이고요. 언어는 영혼입니다. 우리의 무의식, 영혼의 세계에 어떤 언어들이 달라붙어 있느냐에 따라서 그대로 입으로 나오는 것이지요. 배추가 있으면 배추요리 무가 있으면 무요리가 나오듯. 저는 백퍼센트 우리말을 고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돌아보면 20대 때 뼛속깊이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대학시절 대학신문 연세춘추에 쓴 글이 문제가 되어 5년 동안 긴급조치 9호로 학교를 제적당하고 졸업장도 못 받고 실의와 좌절 속에 보냈지요. 그때 같은 어려움을 겪은 친구들 대부분이 회복이 안 되었습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지요. 저는 생존자 중의 한 사람이고요. 제가 생존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잡지 〈뿌리깊은나무〉의 기자가 된 뒤 한창기 사장님을 만난 덕분입니다. 그 잡지는 순 우리말과 가로쓰기 등 새로운 시도로 화제를 모았는데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강제 폐간되었지요. 한창기 사장님은 전통문화 판소리 등 우리 것에 대해 애정이 많았고 우리 문화를 되살린 분입니다. 언어에도 조예가 깊으셨어요. 그분은 저를 아들처럼 총애해주셨는데 저는 그분이 너무도 경이로워서 따라다니면서 그 분이 하는 말을 한마디도 안 놓치고 메모를 했습니다. 그때 훈련받은 것이 제 무의식에 남았고, 그것이 제 인생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여행 프로그램도 자주 하시던데요.

“제가 포한이 몇 개 있어요. 그중 하나가 학생 때 수학여행을 못가본 것이에요. 예전엔 한 학급에서 적게는 4~5명 많게는 10명 정도 여행을 못갔었지요. 그런데 신문기자가 되고 대통령 수행을 하게되면서 최고의 여행경험을 갖게 되었지요. 좋은 여행은 평생 자산이 됩니다. 그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여행디자인을 제가 직접 합니다. 답사도 직접 다녀오고 여행의 기승전결을 기획하죠. 옹달샘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지식훈련이며 명상이기 때문에 여행비는 좀 비싼 편이지요.”

-또 맡고 계신 일은.

“영주에 있는 국립산림치유원장이 된 지 4개월이 됐습니다. 15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시설인데 참 안타까운 시설입니다. 병원을 지었는데, 넓은 공간에 동선이 잘못돼서 의사도 간호사도 심지어 환자까지도 모두 불편한, 굴리면 굴리수록 적자가 되는 시설입니다. 제가 맡는 동안 직원 80명을 전문 힐러로 훈련시키고, 옹달샘의 프로그램을 이식시켜 플랫폼을 만들고 연구를 잘 접목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하시고 싶은 일이 더 있으신지요.

“들어오시다가 보셨지요. 1만평의 땅을 다듬는 중인데 아직 재원이 마련되지 않았어요. 이곳에 청소련수련센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공교육이 담당하지 못하는 교육의 틈새를 채워주는 곳으로 만들고 싶은 그것이 저의 ‘꿈 너머 꿈’입니다. 학교로 치면 이승훈 선생의 ‘오산학교’ 같은 곳, 김구 선생이 꿈꿨던 ‘서명의숙’ 같은 곳, 암살되는 바람에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김구 선생은 문화주의자였고, 교육에 관심을 가진 분이었지요. 만일 ‘서명의숙’이 있었다면 우리사회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이 나왔을 것인데. 저도 그런 형태의 청소년수련센터를 열고 싶네요. 그곳서 독서법, 글쓰는 법, 스피치, 세상을 읽는 법, 고요하게 하는 법, 통증치유를 배우고 자기 인생의 목표를 확실히 세울 수 있는 곳으로요.”

-요즘 청소년 자살률이 높고 청소년문제가 심각한데 관심이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일엔 국가가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또 한 가지는 ‘1004아카데미’예요. 1004는 엔젤의 뜻도 있지만 1004명의 힐러를 길러내는 거죠. 그 분들이 천사처럼 세상의 모든 아픈 사람들의 회복과 치유를 도와줄 수 있도록.”

-개인적인 꿈도 있으실 텐데요.

“제 꿈이 12개인데 11가지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고 12번째 꿈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무인도에서 알몸 일광욕하고 세상에서 가장 야한 소설 한 번 쓰는 것인데 그건 이루지 못할 것 같네요.(웃음) 이 얘긴 저도 보통사람이라는 얘길 한 번 해 본 것이고요. 제 진짜 마지막 꿈은 세상 떠나는 날 아침까지 온전한 머리로 아침편지를 쓰고 가는 것입니다.”

-일을 하시는 동안 가족의 도움이 컸겠죠.

“아내가 저 때문에 고생이 많았고, 젊을 땐 갈등도 많았어요. 최근 좀 아팠지만 회복되고 있어요. 아내가 아픈 것을 보면서 암과 싸우는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을 세웠어요. 한울타리 소울패밀리가 그렇고, 정기후원자 연대네트워크가 그것입니다.”

인터뷰 내내 잔잔한 미소로 흔들림이 없던 고 이사장은 동갑내기 부인 강은주씨 얘기에 눈빛이 젖었다. 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느낌으로 전해졌다. 한의사와 결혼한 뒤 온라인으로 옹달샘의 ‘몸짱’ 운동강사를 하고 있는 딸 새나씨와, 컴퓨터공학 전공자로 IT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아들 대우씨. 어쩌면 이들 가족이 있기에 고 이사장이 ‘꿈 너머 꿈’을 꿈꿀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며 옹달샘을 돌아 나오는길, 모처럼 미세먼지가 걷힌 푸른 하늘이 보였다. 매주 수요일 게재



■ 동양일보 상임이사·동화작가



■ 고도원 이사장은…

* 1952년전북 부안군 출생

* 연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 미국 미주리대 언론대학원 연수

* 1983년 중앙일보기자, 정치1부 차장

* 월간뿌리깊은나무기자

* 1996~1999년 대통령비서실 국내언론총괄국 국장

* 1999~2003년 대통령비서실 연설담당비서관

* 2001년8월1일 ‘고도원의 아침편지’ 시작

* 2004년아침편지문화재단이사장

* 2006년 환경재단세상을밝게 만든 100인상

* 2018년국립 산림치유원장



저서

*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1,2 /아침편지 ‘아름다움도 자란다’/‘작은 씨앗하나가모든 것의 시작이다’/‘크게 생각하면 크게이룬다’/‘나무는자신을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고도원의 따뜻한 이야기 아흔아홉 가지’/‘꿈너머꿈’/‘위대한 시작’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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