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률반경 미달, 부식, 훼손, 찌그러짐 등 문제 많아
(동양일보 유환권 기자) 교통 안전을 위해 논산시 곳곳에 설치한 도로반사경(이하 반사경) 상당수가 규정에 위배된 불량품으로 나타났다.
곡률반경 미달, 부식, 훼손, 찌그러짐 등의 문제가 많아 전수조사를 통한 교체작업이 시급하다.
이같은 사실은 동양일보가 29일 현재까지 관련법규를 토대로 논산시청 앞 내동 시민로 일부를 비롯해 연무읍 안심리 및 탑정호 생태공원 인근 도로 11.7km 구간을 특정해 전문장비로 실측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반사경은 곡선도로 혹은 건물 등에 가려 주변의 식별이 어려운 교차로 구간에 설치하는 거울로, 상호 충돌을 막고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교통안전 시설물이다.
크기는 Ø와 R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Ø800×R3000일 경우 반사경 거울의 직경 800mm 크기에 곡률반경은 3000이라는 의미다.
거울면의 곡선이 볼록한 정도를 표시하는 ‘곡률반경’은 해당 값이 클수록 커브가 완만하다. 불량 제품은 곡률반경이 작고 커브의 경사도가 높다.
반사경 설치에 관한 국토부 규정은 현재 Ø600×R2200, Ø800×R3000, Ø1000×R3600 등으로 돼있다.
그러나 논산시 관내 반사경 2030여개중 상당수가 불량 폴리카보네이트(PC)나, 곡률표시 미부착, 곡률반경 미달 제품 등으로 확인됐다.
제품 공급 업자들이 중국 등지의 저가 불량품을 납품하고, 논산시에서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탓이다.
곡률반경 미달의 가장 큰 문제는 거리 가늠을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즉 접근하는 차량의 실제거리가 10m인데 보는 이로 하여금 20m거리로 착각하게 만들어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PC 제품은 거울 경면(硬面)의 두께가 3mm, 스테인레스는 0.8~1mm가 표준규격이지만 저가 수입품들은 이 기준에 훨씬 못미쳐 쉽게 찌그러진다. 짧은 수명과 빠른 교체주기로 인한 예산낭비를 부른다.
맑은 거울 역할을 해야 하는 반사경이 누렇게 탈색돼 불투명하게 변형된 경우도 있다.
자외선에 의한 광분해가 PC 재질을 자극해 발생한 탓으로, 사물의 식별이 어렵도록 흐릿해 사고예방 기능을 하지 못한다.
거울면 코팅제의 박피, 후판의 경화 때문에 발생하는 파손과 이탈은 물론 반사경의 각도가 틀어져 엉뚱한 곳을 보여주거나 기둥의 꺾임, 거울 테두리의 망실도 적잖다.
또 수입 스테인리스 제품은 강종을 사용해 녹이 생기기 때문에 거울의 역할을 기대할수 없다.
도로반사경 공사 업체들이 수입품을 쓰는 이유는 국내 표준 제품에 비해 가격이 1/3 정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논산시 관계자는 “반사경의 불량이나 망실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적은 없다”며 “교통사고 위험 등 민원이 발생하면 즉시 교체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수조사에 따른 비규격 제품의 완전한 교체가 없는 한 차량과 인명 충돌 가능성은 상존한다. 사고로 인한 피해와 각종 보험재정의 손실 역시 고스란히 시민들 몫이다. 논산 유환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