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29주년 특집 인터뷰/청남대 설계 참여 김민호 원건설 회장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대청호를 품고 있는 청남대는 주변 풍광이 빼어나고 지리적 여건 또한 매우 훌륭합니다. 전두환 대통령 때 지어져 4명의 역대 대통령들의 별장으로, 또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때 개방된 이후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되기까지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며 도민과 함께 했습니다”
청남대를 이야기하는 김민호(68) 원건설 회장의 말에서 남다른 애정이 묻어난다. 그는 37년 전 청남대를 설계한 건축설계사다. 이 사실은 세월이 흘러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청주시 문의면 대청댐 부근 약 56만평의 면적에 지어진 대통령 전용별장 청남대.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 곳 풍광에 반해 ‘이런 곳에 별장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에 실제 청남대가 지어졌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반면 청남대를 누가 설계했는지, 어떻게 지어졌는 지에 대해서는 수 십년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1980년대 당시 시대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되는 일이지만 실제 김 회장이 청남대 설계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2003년 청남대가 개방되기까지 23년 동안 그의 아버지(작고) 단 1명 외에 주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김 회장은 1983년 청남대를 설계한 5명 가운데 하나다. 1978년 27세로 대림산업에 입사한 김 회장은 1983년 청남대 설계팀에 차출됐다. 당시 대림산업 설계팀에는 1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대림산업에서 청남대 설계를 맡게 된 것은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회장의 형인 이재형 민정당 대표의 입김 때문이었던 같다”며 “당시 길이 없어서 항공사진 찍은 것을 토대로 설계도를 그렸고, 길을 만들어가면서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청남대 건립은 전형적인 ‘전두환식 밀어붙이기’를 제대로 보여줬다. 1983년 1월에 팀이 꾸려져 설계를 시작해 6월에 착공한 후 12월에 완공됐다. 까다롭다는 건축 허가 역시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그는 “회사에서 청주가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접 청원군청에 가서 건축허가를 받아오라고 했다”며 “서류에는 설계도면도 없이 겉면에 ‘대청댐 방호 통제소’ 단 여덟글자 뿐이어서 과연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서류를 냈는데 바로 허가가 났다”고 회고했다.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청주에 내려온 김 회장은 대통령 별장을 설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전했고, 그의 아버지 역시 ‘문의 사람들 힘들어지겠네’라는 단 한마디 외에는 죽 함구해 왔다.
그는 “비밀 유지각서 같은 것도 없었고 ‘말하면 안된다’는 규정도 없었는데 모두들 알아서 비밀 유지를 했던 그런 시절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청남대가 개방되기 전, 삼엄한 경호에 겹겹이 둘러싸여 있던 청남대를 두고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다. 수도꼭지가 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부터 지하에 은밀한 공간이 있다는 뒷말까지 다양한 소문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는 “청남대가 개방된 후 사실 그 수수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 때 기준으로 보면 최고급 자재로 돈 아끼지 않고 튼튼하게 지은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청주석교초, 청주중, 청주고를 나와 인하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이후 대림산업에 입사했다. 그는 1983년 청남대 설계 업무를 마지막으로 퇴사했다. 이후 약 1년 간 서울의 한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하다 1984년 고향으로 돌아와 원건설의 모태가 된 원건축사무소를 설립, 2005년 ㈜원건설로 상호를 변경했다.
원건설은 2006년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첫 아파트(코아루)를 선보였고 이어 전국 각지에 ‘힐데스하임’ 아파트를 잇따라 공급, 완판 행진을 이어왔다.
김 회장은 리비아 진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줬고 이후 2016년 원건설은 전국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 100대 업체에 선정됐다.
그는 “청남대가 개방되고 많은 국민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감사한 일이지만, 대통령 별장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대통령이 잠시라도 머무르는 공간이 돼야 더욱 빛이 날 것”이라며 “앞으로 청남대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