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 카페 컨설턴트·다락방의 불빛 대표
[동양일보]커피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듣게 되는 것이 칼디의 전설이다.
에티오피아 지마(Jimma) 지역에 사는 칼디라는 목동이 한 언덕에서 염소를 치고 있다.
그런데 염소들이 어떤 빨간 열매를 먹고는 평소와는 다르게 미친 듯이 춤을 추고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목동이 궁금한 마음에 그 열매를 먹어 보니 기분이 상쾌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을 하고는 그 열매를 수도승에게 전하게 된다. 이후로 수도승들은 기도하거나 명상을 할 때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용도로 그 열매를 활용하게 되는데, 그 빨간 열매가 바로 오늘날 전 세계인의 절반이 즐긴다는 커피다.
커피의 정확한 기원을 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되어 먹기 시작했으며, 그다음 이슬람 문화권으로 전해졌다.
에티오피아에서 야생의 커피를 채취하여 생커피콩을 먹는 수준이었다면, 이슬람 문화권으로 전해진 이후에는 사람들이 커피나무를 재배하여 대량 생산을 하고, 커피 열매를 끓여서 마시는 등 좀 더 발전된 형태로 즐기게 되었는데, 술을 금기시하는 이슬람의 율법 때문에 커피는 짧은 시간에 이슬람 문화권에서 ’이슬람의 와인’으로 불릴 정도로 크게 사랑받는 음료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다가 십자군 전쟁 이후 지중해 무역이 발달하면서 유럽과 이슬람 문화권과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유럽으로 전해졌는데, 초기에는 이교도들이 마시는 음료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금기시했고 ’악마의 유혹‘이라고도 불렸다.
어쨌든 이러한 시기를 지나 유럽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음료로 우뚝 선 커피는 이후 수많은 유명인들로부터도 최고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중 지극한 커피 사랑을 보여준 사례가 버지니아주 초대 주지사를 지낸 패트릭 헨리의 이야기이다.
그는 1775년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는 유명한 연설로 잘 알려져 있는데, 커피와 관련해서도 “내게 커피를 주시오 아니면 죽음을 주시오”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또 세계 최초로 군대 보급품에 커피를 지정할 만큼 커피 애호가였던 나폴레옹 1세(1769~1821)는 “나를 정신 차리게 하는 것은 진한 커피, 아주 진한 커피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영국과 프로이센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패한 후 세인트 헬레나섬에 유배되어 말년을 보낼 때에도 커피만이 그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1880년대가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졌는데 ’가베차‘, ’양탕국‘ 이라고 불렸다.
요즘 N잡러(복수의 직업을 가진 사람), 부캐(주 캐릭터 이외의 부 캐릭터)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살아간다는 일이 예전처럼 그리 단순하고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종일 긴장의 시간을 보내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긴장의 시간이 있었다면 이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완의 시간을 가질 때 가장 좋은 건 음악과 커피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되어 인류가 즐기기 시작한 이후로 천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당신에게 왔다. 한 사람에게 너무나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복잡한 시대에, 이 매력적인 음료가 당신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