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작가 약력
-1991년 서울 강서구 출생
-청주 서원고 졸업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학사)
-고려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석사 수료)
-증평군립도서관 근무
●수상소감
도서관 데스크에 앉아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쉬이 믿을 수 없었다. 전화를 끊고 얼마간 사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오소소 소름이 돋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마침 그날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아내에게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어서 더없이 기뻤다. 아내는 주인공 자리를 빼앗겼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입가에 묻은 기쁨을 숨기진 못했다.
닿을 수 없는 별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만할까, 수도 없이 고민했다. 그러나 포기하지만 않으면 아주 더딘 걸음일지라도 언젠간 닿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소설 쓰기가 막히면 소설을 읽었다. 나도 그들처럼 빛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소설을 썼다.
‘자개장롱’은 지인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빚진 소설이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날실과 씨실로 엮어냈다.
지금까지 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모두와 소설을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영원한 나의 뮤즈 아내 그리고 내 전부인 세 아이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계속해서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사평
이번 투고된 작품 수는 전국에서 총 238편이었다. 하나하나 읽는 중 오탈자가 많고 아직 소설로서의 미흡한 내용도 더러 눈에 띠었지만 거개가 심혈을 기우려 완성도를 높인 작품들이 많았다. 이중 10편을 고르고 다시 최종심에 오른 작품이 3편이다. 곧 ‘문짝을 찾아서’, ‘북항에서’, ‘자개장롱’ 이 그것이다.
‘문짝을 찾아서’는 1인칭 소설로, 고향 친구인 몽상가(가끔 꿈을 꾸듯 이상한 소리를 해서 붙은 이름이다)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나는 어릴 적 떠난 몽상가의 집 문짝이 없어진 것을 본다. 그 문짝은 그 몽상가의 아버지가 손수 제작한 것으로 대단히 아름다웠는데 몽상가는 이 문짝에 새겨진 여인이 집나간 엄마라고 여기며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엄마를 찾지 않는 아버질 원망하다 집을 나갔다. 그 후 실로 50여년 만에 몽상가가 찾아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그 문짝은 아버지와 함께 불태워버렸다고 한다. 그러고 얼마 후 내가 주말에 고향을 찾았을 때 놀랍게도 몽상가의 옛집에 문짝이 돌아와 있었다. 몽상가가 똑같은 문짝을 제작해 달았다는 거다 그러면서 말했다. 고향어른들이 나를 지켜줘 이 집을 동네 카페로 만들겠다고.
문장이 정확하고 소재가 참신했고 내용을 풀어나가는 솜씨가 좋았다.
‘북항에서’는,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들이 많다. 죽은 이의 어머니, 남동생 둘, 여동생 둘, 제수씨, 제수씨의 아이, 그리고 죽은 이의 아들 해서 이들이 풀어내는 전라도의 고향 말씨가 정감적이다. 이들은 자살한 이의 사생활에 모두 언짢게 여기면서도 살아생전 고인의 좋았던 점도 드러내 보인다. 그런 말들을 담아내는 마음들이 실감이 가는 건 가족들의 사랑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유골은 영달산에 뿌려달라는 고인의 생전의 뜻에 따르지 않고 산 사람위주로 고향 마을로 유골을 모시고 간다.
우리는 여기서 현대인들의 마음을 읽는다. 하나하나 문장이 좋았고 구성도 탄탄했으며 풀어나가는 이야기도 무리가 없었다.
‘자개장롱’은, 자격증을 다섯 개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취업에 실패한다. 그래서 애인도 떨어져 나가고 자격지심으로 친구들도 만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아버진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 하고 자신의 진로 문제 역시 당신 기호에 맞추는 데도 아버질 거역할 수 없어 아침 일찍 일어나 대문을 나가는 척 하고는 바깥의 집 창문으로 들어가 어머니가 장만했다는 자개장롱으로 몰래 들어가 잠을 자고는 다시 창문으로 나와 밖에서 들어오는 척한다. 그러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들켜 집을 나와 방황하며 그 강제성의 아버지를 원망한다. 그래도 집으로 오는데 그 자개장롱이 대형폐기물 딱지가 붙은 채 집 밖의 쓰레기장에 나와 있는 게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이 편해 들어가 잠을 자고 아침 일찍 그 자개장롱은 쓰레기수거차가 와 싣고 간다.
취업준비생의 고뇌와 아버지와의 갈등을 표출한 작품이다. 그 정황이 실감나게 잘 그려져 있고 문장도 정확하면서 짜임새도 탄탄하고 주제의식도 있다.
이상 3작품들을 놓고 저울질 했다. 그러다 요즘 세태를 반영한 청년들의 취직문제며 부모와의 갈등으로 방황하는 내용을 엮은 홍순명 씨의 ‘자개장롱’을 당선작으로 미는 데 합의했다. 정진하기 바라며, 나머지 두 작품은 애석하나 꾸준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김봉군(문학평론가), 박희팔(소설가), 안수길(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