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카페 컨설턴트
[동양일보]아라비카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커피 품종이 로부스타이다. 전 세계 생산량으로 보면 아라비카 품종이 약 70%, 로부스타 품종이 약 30%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서는 커피전문점에서도 그 특유의 풍미를 즐기기 위해 로부스타 품종을 일부 사용하기도 하는데, 아직은 아라비카 품종이 더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그 맛과 향이 좋기 때문에 대부분 아라비카 품종을 사용한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꼭 더 맛있는 것은 아니라서 아라비카 품종이 좀 더 깔끔하고, 향이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로부스타 품종은 좀 더 구수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라비카 커피에 설탕이나 우유를 넣으면 더 부드러운 맛이 나는 반면, 로부스타 커피에 설탕이나 우유를 가미하면 좀 더 거친 커피의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커피믹스에는 로부스타 품종을 사용하는데 이는 로부스타 커피 가격이 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탕이나 크림과 함께 마셨을 때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느낌을 좀 더 강하게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라비카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많이들 아시겠지만,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이고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품종이 현재의 아라비카 품종이다. 하지만 커피가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으로 전해진 후 예멘에서 본격적으로 대중화, 산업화하였기 때문에 예멘에서 커피 원두를 수입해갔던 나라들은 커피를 아라비아의 것으로 생각했고 예멘에서 수입해가던 커피 품종의 이름이 아라비카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라비아는 7세기 초 마호메트가 통일한 후 이슬람제국으로 번영했던 지역으로, 현재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예멘 등이 속한 지역의 이름이다.
이렇게 아라비카라는 이름이 지명과 관련이 있지만 로부스타라는 이름은 병충해에 강한 품종이라는 특징과 관련이 있는데, ’강력하다‘, ’내구성이 있다‘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Robust’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현재 로부스타 품종은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생산이 된다. 동남아시아는 1860년 이전까지만 해도 아라비카 품종 커피의 세계 최대 생산지였으나 1860년대 동남아시아를 휩쓴 잎곰팡이병(커피 녹병)으로 인해 커피농장이 쑥대밭이 된 이후에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선택하다 보니 지금처럼 로부스타 품종 세계 최대 생산지가 되었다.
이때 스리랑카는 커피나무가 모두 죽어 나간 자리에 차(Tea)나무를 심어서 오늘날 실론티라고 불리는 유명한 차의 생산국이 되기도 한다.
현재까지는 산미가 좋고 깔끔한 아라비카 품종이 커피 시장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그동안 싼 커피라는 인식이 많았던 로부스타 품종이 커피 시장에서 지분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바디감, 묵직함, 구수함 같은 장점을 무기로 독자적으로 아니면 아라비카 품종과의 블렌딩을 통해서 새로운 맛을 원하는 커피 애호가들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선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