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교복’으로 착한가격·노인취업·자원절약 등 ‘1석3조’

SK하이닉스가 청주서원노인복지관에 마련한 행복교복 판매장과 수선실에서 근무 중인 노인들이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버드(RE:BUD) 홍보부스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헌 교복을 깨끗이 세탁한 뒤 정성스런 손길로 한 땀 한 땀 수선해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 하는 것에 이어, 실용적이고 멋진 가방이나 파우치로 변신한 교복은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저소득층의 교복비용 부담 해소는 물론 노인일자리 창출, 자원절약·환경보호 등 1석3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2018년 4월 청주서원노인복지관(충북 청주시 서원구 원흥로 11-10·☏043-238-3786)에 교복 판매장과 수선실 문을 열면서 시작된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

노인들이 학교에서 기증받은 중고교복을 새 옷처럼 수선해 10분의 1 가격에 재판매하는 이 사업은 SK하이닉스가 구성원들과 함께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임직원이 기부한 만큼 동일한 금액을 회사가 함께 기부하는 형태) 방식으로 조성한 ‘행복나눔기금’으로 시작됐다.

과거 양품점, 의상실 등에서 일했거나 수선에 재능 있는 지역의 65세 이상 노인들을 고용, 교육을 통해 교복의 수거-세탁-수선-판매 등 전 과정을 도맡아 처리하며 연간 130여명의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

보통 새 교복의 구매가격은 40만원. 더욱이 한창 성장기인 학생들은 학년이 바뀔 때 마다 교복을 재구매해야 하기에 학부모들 입장에선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반면 행복교복의 경우 새 교복에 비해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가격은 단돈 4만원에 불과해 신학기가 시작되거나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전국의 학부모들이 매장을 찾을 정도로 그 인기가 높다.

행복교복 사업의 고용인원도 오픈 첫 해인 2018년 수선 7명, 매장 5명 등 모두 12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부터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현재 수선 20명, 매장 12명 등 모두 32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버드(RE:BUD)를 론칭,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RE+Birth+Upcycle+Dream의 합성어로 ‘다시 싹을 틔우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리버드는 사업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사실 지금까지 교복을 재활용한 사례가 없다 보니 디자인에 대한 방향성을 잡기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리버드 기획담당자들은 패션분야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청주대 패션디자인학과와 산학협력을 체결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생산되는 리버드 제품 개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샘플 아이템을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었고, 패션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이끌어 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개발해 완성도를 높여 나갔고, 결국 리버드 백(RE:BUD Bag), 리버시블 백(Reversible Bag), 리버드 파우치(RE:BUD Pouch) 등 3가지로 분류되는 11종의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시그니처인 리버드 백은 교복의 각기 다른 패턴을 곳곳에 포인트로 디자인한 가방으로 교복마다 각기 다른 컬러와 패턴이 제품 곳곳에 랜덤으로 배치되는 것이 특징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함을 만끽할 수 있다. 리버시블 백은 양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이 돋보이는 가방으로 재활용 교복 원단을 사용해 양쪽 면의 스타일을 대비되게 제작, 단순히 가방을 뒤집는 것만으로도 다른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 의상에 따라 매칭시킬 수 있다.

리버드 파우치의 경우 재활용 교복을 활용한 휴대용 주머니로 교복의 원단과 패턴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리버드는 지난 1월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일반 고객들에게 판매한지 한 달 만에 11종의 전체 제품 가운데 7종이 품절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리버드를 통해 지난 3월 현재까지 모인 총 판매 수익금에서 제작비와 배송비 등을 제외한 760만원 상당을 청주서원노인복지관에 기부, 노인들의 자립과 일자리를 지원하기도 했다.

정영일 SK하이닉스 청주CPR팀 TL은 “행복교복과 리버드는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지원과 자원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 노인들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탄생된 사회공헌사업의 결정체”라며 “처음부터 이윤 추구를 위한 사업이 아니다 보니 운영에 다소 어려운 점이 있지만, 누군가의 추억을 ‘행복한 기억’으로 다시 재탄생시켜 SK하이닉스가 추구하는 ‘함께’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석준 기자 yohan@dynews.co.kr

SK하이닉스 행복교복 실버천사들이 중고교복을 해체·수선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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