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신 한국노총 공무원본부장

부여간첩사건 특종상 받은 동양일보 기자 출신
취재기자에서 전국 공무원들 목소리 대변자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노동운동계 ‘컴백’
범법자 만드는 시간외수당 제도 개선 총력
“옳지 않은 일에 맞서는 비판적 동반자 관계”

 

 

[동양일보 정래수 기자]1995년 10월24일 오후 2시.

충남 부여군 석성면 정각사를 오르는 비탈길에서 “탕! 탕!” 총성이 울렸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여간첩사건’의 시작이었다. (부여간첩사건 = 1995년 10월 24일 충남 부여에서 일어난 간첩사건으로 2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음. 당시 간첩 김동식과 박광남은 북으로 함께 귀환하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이날 부여를 이동.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 총격전 끝에 간첩 1명을 현장에서 생포했지만 나성주 순경과 장진희 순경이 순직)

동양일보에서는 다른 언론사보다 4시간 먼저 이 소식을 전했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간첩의 총격에 쓰러져 후송 중인 장면을 촬영 보도하는 특종을 했다. 국내 중앙언론은 물론 로이터통신에서도 보도협조 요청이 올 정도로 세계적 이슈였던 사건이었다.

이 특종상의 주인공이 바로 당시 동양일보 김태신(사진·54) 기자다.

그런 그가 지금은 전국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노총 공무원본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취재기자에서 공무원으로, 충남도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에서 한국노총 공무원본부장까지 이어지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9월 청량한 가을날, 그를 금융 1번가인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기자생활은 제 삶에 소중한 부분이죠.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하는 의사결정, 인적네트워크, 사회의 행간을 읽는 직관 등은 삶의 고비마다 큰 역할을 해주었지요”

시대적으로 ‘6.10 민주항쟁’의 한가운데 설 수 밖에 없었던 87학번이자 충남대 노래패 ‘함성’ 출신인 그가 노동운동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넌즈시 물었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조승래 국회의원, 맹정호 서산시장들이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선배 및 동료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니다’였다.

뒤늦게 공직에 들어온 뒤 김 본부장은 약 10년간 노조비만 내고 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온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뒤 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가 역할을 달라고 요구했단다.

“커다란 충격이었어요.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 민주화는 안착됐다고 생각했는데, 노 대통령을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너무 컸어요”  

김 본부장은 노조활동을 시작한 뒤 11년간 2개로 갈라져 있던 충남도청 노조를 통합하는 역사를 이뤘다. 이어 재선에 성공한 뒤 위원장 자리를 후배에게 넘겨줬다.

그러자 그에게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한국노총 공무원본부장이다.

그동안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명)에는 공무원 관련 조직이 없었다.

전국광역연맹이 지난 2월 한국노총에 가입하자 교사연맹, 교육청연맹, 통합노조, 소방·경찰 등 전국의 공무원조직이 뒤를 따랐다.

9월말 현재 공무원 조합원수는 약 11만명에 달한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이 됐다.

공무원본부는 이 조직들을 하나로 묶고, 정책개발을 하며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대통령 직속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참여해 공직사회 제도개선에 주력하게 된다.

김 본부장은 “공무원을 범법자로 만드는 시간외수당 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설 생각”이라며 “소득공백 해소 및 고용연장,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공무원노조법(time-off) 개정, 정치기본권 쟁취에 투쟁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간외수당과 관련해 “120만 공직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근로기준법에는 150%를 주게 돼 있는데 우리에겐 50%만 준다. (게다가) 1시간은 무조건 공제한다. 하루 4시간을 못 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도 일반 노동자와 같은 시각으로 봐야 하며, 법률도 아닌 지침사항인 만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의지만 있으면 가능(시간외수당 개선)하다는 게 김 본부장의 소신이다.

그는 끝으로 “공무원은 정권의 시녀가 아니다. 노조는 오히려 정부정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판적 동반자 관계”라며 “노동조합이 없는 사회는 나쁜 위정자들이 ‘영혼 없는 공무원’을 육성해 권력의 시녀로 만든다. 공무원노동조합이 바로서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다”고 했다.

침묵하지 않는, 옳지 않은 일에 과감히 맞서고 주저하지 않는 사회, 그게 한국노총 김태신 공무원본부장이 꿈꾸는 사회이자 '희망'이다.

정래수 기자 raesu197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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