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한종수 기자]사랑의 점심 나누기 25년
한국전쟁 때 6000여 명의 대규모 전투 병력을 한국전선에 파견해 121명의 전사자를 낸 혈맹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을 돕기 위해 동양일보가 충북 최초로 시작한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 캠페인이 25년의 역사를 마무리 했다.
동양일보는 한국월드비전과 공동으로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간 캠페인을 통해 충북도민의 정성이 담긴 164억 원을 모금했다.
성금 일부는 에티오피아 내 초·중학교 교실과 도서관 지어주기, 참전용사 가족 소득증대사업장과 직업기술학교 설립, 오지마을 커뮤니티공간인 ‘충청북도 홀’ 건립 등에 사용됐고 해외 빈곤국가에 대한 지원사업과 북한 어린이 돕기, 충북도내 소외가정 나눔 행사, 시·군별 지역 지원 사업비 등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밀알이 됐다.
충북도민의 정성 이어지다
충북도 곳곳에 나눔의 문화를 퍼트리고 절망의 땅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희망을 전하기 위해 1996년 시작된 ‘사랑의 점심나누기’는 첫해 1억2000만원을 시작으로 1997년 7500만원, 1998년 9000만원, 1999년 1억2800만원에 머무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0년 2억6920만원, 2001년 3억9000만원, 2002년 3억2432만4000원, 2003년 3억5380만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2004년 5억875만4000원, 2005년 7억1834만6000원, 2006년 7억789만3000원, 2007년 7억5152만1000원, 2008년 7억8682만5000원, 2009년 9억227만1706원, 2010년 9억8266만1201원, 2011년에는 9억5764만4366원으로 늘었다.
2012년에는 10억3504만1050원을 기록해 모금 최초로 10억 원을 넘어섰고 2013년 10억3570만305원, 2014년 10억6045만9910원, 2015년에는 11억1571만8595원의 정성이 모여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모금된 성금은 △위기아동 지원 사업 △학교 조식지원사업 ‘아침머꼬’ △세계시민교육 문화사업 △도내 11개 시·군을 통한 저소득 아동·청소년 지원 △아동 중식비 지원 사업 △북한 돕기 등 해외사업 △취약계층 석식지원 사업 △긴급구호사업 등에 쓰였다.
특히 2019년부터는 교육복지 차량지원 사업인 ‘드림버스 붕붕’을 시행해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포함한 도내 초등학교의 체험활동을 지원했다.
사진 설명 충북 도민들의 나눔과 사랑으로 국내·외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사랑의 점심나누기 순회모금 캠페인이 2020년 25주년을 맞았다.
혈맹 에티오피아
한반도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고 돌아오라는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1892~1975) 황제의 명을 받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용사는 모두 6037명.
한국전에 참전해 피를 흘렸던 20대 안팎의 혈기왕성했던 그들은 귀국 후 빈곤과 병마와 싸우며 힘든 날을 보냈고 이 소식은 월드비전 충북지역본부를 통해 동양일보에 전해졌다.
이에 동양일보와 월드비전은 1996년부터 세계 최고의 극 빈국이자 문맹국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를 돕기 위해 사랑의 점심 나누기 모금 캠페인을 전개했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 당시 유엔연합군 일원으로 참전한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였다.
1951년 5월 12일 배를 타고 두 달 남짓 걸려 한국에 도착한 에티오피아군은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일념으로 250여회의 전투에 참여해 121명 전사자와 536명의 부상자를 냈다.
이후 1965년 3월 1일까지 주둔하며 전후 복구활동을 지원하는 등 혈맹국의 우정을 베풀었다.
하지만 이들은 쿠데타로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연금을 박탈당하고정치적인 박해를 받았다.
다행히 1992년 정권이 바뀌면서 수도 아디스아바바 변두리에 ‘코리아 마을’을 형성해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후손들은 열악한 환경과 빈곤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프리카에 ‘충북 빌리지(마을)’와 ‘충청북도 홀’이 생겼다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 돕기를 지속해 오고 있는 충북도민들의 사랑의 점심나누기 성금이 ‘충북’의 이름을 갖는 마을을 조성하고 마을회관을 건립하는데 큰 몫을 했다.
동양일보와 월드비전은 1996년부터 사랑의 점심 나누기 캠페인을 통해 모은 충북도민의 성금 중 일부인 10만 달러를 매년 보내 학교 교실을 건립해 왔다.
특히 동양일보와 월드비전은 에티오피아 돕기 22주년을 기념해 2017년 3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198㎞ 떨어진 남부국가민족주(SNNPR·Southern Nations Nationalities and Peoples Region) 에너모레나 에너 와레다(Enemorena Ener Woreda) 지역을 ‘충북 빌리지’로 지정하기로 협약하고, 군치레(Gonichire) 마을에 사업비 1억5000만원을 들여 241.5㎡ (73평)규모의 마을 회관을 건립하고 ‘충청북도 홀’로 명명했다.
1개의 홀과 2개의 사무실, 샤워장, 화장실 등을 갖춘 커뮤니티 센터로 충북도민의 성금으로 건립됐다는 내용이 담긴 알미늄 명판이 부착돼 있다.
에티오피아 에너모레나 에너지역은 세계적 특산물인 커피와 낙농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행정구역 상 한국의 면(面)에 준하지만 68개 마을과 2개의 읍내에 인구 26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초등학교만 80여개교가 있다.
특히 이곳 주민들은 타 지역보다 상업적 능력과 성실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충청북도 홀 건립을 계기로 10~15년 후에는 자립기반이 가능한 유망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 설명 2019년 2월 27일 준공식을 갖은 에티오피아 에너모레나 에너지역 '충청북도 홀' 전경
사진 설명 2019년 2월 27일 6.25참전국인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찾은 충북방문단이 에네모레나 현지에서 열린 ‘충청북도 홀’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 커팅을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 국무총리 표창 수상
조철호(77) 동양일보 회장은 에티오피아 민간외교 활동과 대북지원 사업 추진 등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민족민중문학가며 독립운동가 포석 조명희 선생의 후손인 조 회장은 1996년부터 혈맹 에티오피아의 6.25 참전용사와 후손을 돕기 위한 ‘사랑의 점심나누기 성금 캠페인’을 벌여 25년간 164억 원을 모금, 에티오피아에 자활사업을 지원했다.
또 북한 어린이 돕기 등 나눔 운동에 앞장서 온 조 회장은 모국어를 지키며 살고 있는 중국 내 조선족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한종수 기자
사진 설명 김부겸(왼쪽) 국무총리가 지난 6월 21일 서울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6월 호국보훈의 달’ 정부 포상식에서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뒤 메달을 달아주고 있다.
- 기자명 한종수
- 입력 2021.10.11 19:21
- 수정 2021.10.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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