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미술평론가

‘낯선 우아함’, 빗자루, 먼지털이, 목재 설치작업, 2021

[동양일보]순박한 마음이 성장을 돋군다. 김승현(32) 작가는 일본 교토시립대학(대학원 미술연구과)을 마치고 그곳에서 첫 개인전 ‘위장(Camouflage, 마로니에 갤러리, 2017)’을 하고, 2년 후 ‘가려진 나. 가리는 나 Camouflaged(청주시립미술관 오창전시관과 도교 Azabujuban 갤러리, 2019)’로 작가의 고향과 일본에서 두 차례 더했다. 지금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낯선 우아함(Unfamiliar Elegance)’으로 27일까지 네 번째 개인전을 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작가의 창작 물음은 ‘위장(Camouflage 또는 Camouflaged)’이었다. 작가의 손에 새롭게 쥔 ‘낯선 우아함’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전에 ‘위장’을 먼저 청했다. ‘되돌이켜 보니 위장보다는 치장’이 더 적절했다고 한다.

"형제가 없는 나는 어릴 적 혼자 노는 경우가 많았다. 장난감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에 내 편이 되어 함께 싸워주기도 했다. 장난감뿐만 아니라 일상의 물건들에 감정을 느끼며 그들과 소통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의 손에서 함께한 장난감은 주로 영화 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피규어)이 많았다. 각양각색의 성격과 능력을 가진 여러 캐릭터를 집적(assembly)하여 작가 자신의 상상속 수호자를 만들었다. 작가는 "어릴 적부터 타인에게 약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고, 나는 항상 강한 척하려 했다"고 한다. 이것이 다소 기괴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 합체물을 만들어낸 동기로 생각된다. 이솝우화 ‘까마귀의 깃털’ 이야기가 떠오른다. 새들의 왕이 되기 위해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여러 새들의 아름다운 깃털을 모아 마치 자신의 것인양 치장한 우화이다.

김승현 작가
김승현 작가

 

작가는 작업을 통해 ‘남을 속이기 위한 위장은 결국 나를 속이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첫 개인전 이후 작가는 매 순간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에서, 생각에서, 말에서, 작품에서 가식을 찾아 걷어내 왔고, 그의 작품에 이 메시지를 우의적으로 담았다. 가식을 걷어내는 수련이 반복되니 자신에게 더 솔직해지고 담담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밖으로 확장되어 작가의 일상에 함께하는 모든 사물과 현상에도 덤덤하게 보는 시각을 얻게 된 듯하다. 깨달음은 쥐고 있는 것을 편히 놓게 한다. 작가는 그렇게 자신이 아닌 캐릭터를 덤덤히 놓는다.

"늘 사용하는 물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소와는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필자는 평일 작가의 전시공간에 한적한 마음으로 편히 바닥에 앉았다. 전시장 그의 설치작품 사이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앉았다. 다양한 크기, 모양, 색깔의 빗자루와 먼지털이 설치물을 필자도 작가처럼 덤덤히 본다. 때로 눈감고 들어본다. 익숙한 일상에서 만나는 새로운 순간을 작가는 ‘낯선 우아함’이라 이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이 ‘역전’의 순간에 ‘즐거움’이 있다고 한다.

작가는 "우리 주변의 어떤 것이든 예술이 될 수 있기에 늘 관찰하고 수집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즐거움을 누리는 특권이 예술가에게만 그러할까?



▷김승현 작가는...

충북대 미술과(조소전공, 2014), 교토시립대학 대학원 미술연구과(조각전공, 석사, 2017) 졸업. 개인전 4회, 단체전 14회. ‘레이어드 신진작가 공모전’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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