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미술평론가

선물(Gift), 가변설치, 구리(銅), 2021
선물(Gift), 20*40*70, 스테일레스 철에 우레탄, 2021

[동양일보]‘언제까지 어디까지 나를 덮어야 하지?’ 껍데기를 만드는 자는 작가 자신일 수도 있고, 밖의 시선일 수도 있다. 배승수(32) 작가가 여전히 그 답을 찾고 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2017년 작가가 대학 졸업 후 자신만의 개성적 작업을 모색하던 와중에 여성 드레스에 눈길이 가면서 시작되었다.

여성 드레스의 우아한 굴곡과 변화 가득한 조형성이 작가의 흥미를 끌었다. 그 안에 인체 없이 드레스 형태만을 선재 구성으로 조형화했다. 결과물에 대한 주변의 일부 반응은 무척 당혹스러웠다. ‘하고 많은 것 중에 왜 여성의 드레스인가?’ 그리고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페미니즘’ 성향 여부에 대한 공격적 질문이었다. 그저 단순히 조형미에 흥미를 두고 선택한 주제였는데 외부의 과도한 의미 해석은 작가의 의도를 전혀 다른 곳을 끌고 갔다. 그렇게 작가는 여성 드레스에서 손을 뗐다.

여성 드레스에 대한 공격적 질문과 동시에 당시 작가의 흥미를 끈 것은 TPO(시간 Time, 장소 Place, 상황 Occasion)라는 (1950년대 중반 일본 패션계가 만든) 신조어였다.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에 맞게 적절히 옷을 입어야 옷차림의 효과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옷(의상)이 달라졌을 때 주변 사람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드레스에 대한 흥미와 공격적 질문에서 출발하여, 사람과 의상에 사이의 관계를 거처, 내용을 담고 있는 또는 덮고 있는 ‘포장’의 관계로 옮겨갔다. 작가는 사실 ‘포장’이라는 단어보다 ‘껍데기’를 더 좋아한다. 작가에게 ‘껍데기’가 ‘포장’보다 더 솔직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껍데기가 내용물을 인식(판단)하는데 강한 선입견을 준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그렇다고 작가는 밖으로부터의 인식과 판단, 그리고 나에 대한 규정에 대해 강하게 저항하지는 않는다. 껍데기에 대해 사회비판적 시각은 그의 작업과제가 아니라고 한다. 그것도 과도한 해석이라고 한다.

‘나는 그저 포장이, 껍데기가 좋아요. 여성 드레스가 좋아요. 미적으로 그저 좋아요. 반듯한 것은 반듯한 대로 그 자체로 조형성이 좋아요. 찌그러지고 구겨지고 접히고 기울어진 형태는 또 그대로 그 조형미가 좋아요.’ 작가는 밖의 해석과 과도한 의미 해석조차도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작가가 구겨놓은 껍데기 조형 작품 안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하고 해석하여 무엇인가를 넣으려는 것은 작가가 아니다. 밖의 눈이 그렇게 할 뿐이다. 작가는 호응도 저항도 하지 않는다. ‘나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표현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그렇지만 아직 무엇을 말해야 할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이고 계속해서 알아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아직 무엇을 특별히 담겠다는 것이 없어요.’

작가도 자신이 만든 껍데기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직 모른다. 그는 아직 자신의 껍데기 안에 아무것도 담지 않았다. ‘나중 어느 날 그 껍데기 안에서 무엇인가를 볼 수도 있겠죠.’ 배승수 작가의 개인전이 21일까지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 있다. 관람객이 작가의 껍데기 안에 무엇을 담아도 작가는 게의치 않을 것이다.

배승수 작가
배승수 작가

▷배승수 작가는...

충북대 조형예술학과(조소전공, 2015) 졸업. 동 대학교 대학원(2020) 졸업, 개인전 2회, 단체전 25회. 1회 대한민국 청년미술대전 최우수상(2020) 등 수상, 호서대학교(천안캠퍼스), LH(진주본사) 등 작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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