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 교수
한국 경찰에 미세증거물 개념 도입, 사건 해결에 도움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을 과학수사(CSI)요원 양성 요람으로 만들어
[동양일보 서경석 기자]경찰청이 지난해 말 실시한 과학수사요원(CSI) 특별채용에서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이 전체 채용인원 20명중 80%인 16명을 합격시키며, 언론과 경찰의 주목을 받았다.
2011년 개원한 이 대학 법과학대학원은 최근 5년간 모두 68명(△2017년 10명 채용 중 8명 △2018년 20명 채용 중 16명 △2019년 17명 채용 중 13명 △2020년 19명 채용 중 15명 △2021년 20명 채용 중 16명)의 과학수사요원을 배출하며 우리나라 CSI를 선도하고 있다.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 학생들이 일궈낸 과학수사요원 싹쓸이 합격 뒤에는 동 대학원의 홍성욱 교수(60)의 집념이 자리잡고 있다.
홍 교수는 2013년 현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에 부임하기 이전까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경찰이 감정을 의뢰한 여러 증거물에 부착된 페인트, 섬유 등을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을 해왔다. 그는 증거물 감정과 병행해 한국 경찰에 미세증거물(trace evidence)의 개념을 소개하고 전파했다.
홍 교수는 “서양은 100년 전부터 미세증거물을 수사에 활용하고 있었는데 한국은 그러지 않았다. 한국 경찰에 미세증거물을 소개하면 지문이나 DNA 이외의 또 다른 신원확인 수단을 얻게 되므로 자칫 미궁으로 빠질 수도 있는 사건을 해결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미세증거물 전도사로 나서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경찰관을 대상으로 교육활동을 펼쳤고 직접 ‘과학수사에 숨어있는 미세증거물’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지금은 미세증거물의 과학수사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세증거물 분석을 통해 해결한 수많은 형사 사건들 중에서도 홍 교수의 활약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2008년에 발생한 숭례문 방화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방화 용의자를 확보했지만 그 용의자가 숭례문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서 애를 먹고 있었다.
홍교수에게 미세증거물에 대해 배운 경찰은 용의자의 범행 당시 소지품 일체를 홍교수에게 보내 용의자가 숭례문에 들어갔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소지품 표면을 현미경으로 일일이 관찰한 끝에 운동화 코에서 붉은 색 반점 하나를 찾아냈고, 그 반점은 숭례문 누각에 칠해져 있던 페인트와 화학적으로 동일한 페인트라는 것을 밝힘으로서 용의자를 범인으로 확정지을 수 있었다.
미세증거물을 소개하지 않았더라면 방화범으로 유력한 용의자를 알면서도 미제사건으로 빠질 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홍 교수는 2013년 순천향대 법과학대학원에 부임한 이후에는 감정 대신 후학 양성 외에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홍 교수는 지금까지 과학수사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Forensic Science International’이나 ‘Journal of Forensic Sciences’지 등에 ‘인공지문의 제작’, ‘감열지(thermal paper)에 부착된 잠재지문의 현출’, ‘정전기 전사장치를 이용한 족적의 증강’, ‘미세증거물의 전이 및 탈락 특성’, ‘산성 과산화수소를 이용한 혈흔의 광발광 유도 방법’, ‘인조혈액 제조 방법’ 등에 관한 10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5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그는 학원의 설립 취지에 대해 “과학수사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과학도 고도화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단순히 지문분말을 이용해 지문을 현출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복잡하고 정밀한 광학기법이나 화학시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점차 높은 수준의 과학지식을 요구하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체계적인 자연과학 지식으로 무장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제자들이 경찰 과학수사 요원으로서 수사의 과학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며 “순천향대 프로그램 중에는 미국 등 과학수사 선진국에서 가르치지 않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많다.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세계 과학수사의 틀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이고 꿈이다”고 밝혔다.
홍교수는 과학수사에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실시한 경찰청 주관 17회 과학수사대상 시상식에서 법과학분야 과학수사대상(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아산 서경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