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미술평론가

동부창고 6동, Archival Pigment Print, 150x100cm, 2016 촬영, 2021 인화.
동부창고 6동, Archival Pigment Print, 150x100cm, 2016 촬영, 2021 인화.

[동양일보]카메라의 눈은 늘상 변곡점(catastrophe) 위의 실체로 향한다. 버릇처럼,. 이재복(38) 작가의 꿈은 ‘청주사진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라 한다.

"온라인상의 여러 서점에서 청주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청주의 모습을 보여 주는 사진도서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기존의 자료를 수집하고 눈으로 기록한 청주를 더해 사진도서관을 만들고 싶어요."

우암동 토박이인 작가는 나고 자란 터 위에 자신의 작업실 겸 사무실 만들고, 건물정면에 ‘홀린사진센터’, ‘동네기록관’, ‘청주사진도서관 Photo + Book’, ‘이재복사진문화연구소’ 등의 명패를 달고 있다. 그는 사진작가인 동시에 문화기획자로서 자신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개발로 지금은 옛 모습이 자취를 감춘 ‘봉명주공아파트’의 철거 기록을 시작으로 ‘우암-콜렉티브’ 프로젝트 등 지역주민들과 그들의 체취가 담긴 곳을 기록해오고 있다. 작가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과 증언 작업이 옛 청주연초제조창 담배잎 보관을 위한 ‘동부창고’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옛 청주연초제조창이 그 기능적 구조적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변태(變態, transformation)의 시작점인 2013년 즈음에 동부창고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들고, 기록자로서, 증언자로서, 동부창고는 (2013년 당시 피사체로서) 카메라의 눈으로 보았을 때 응급환자였어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 지금 당장 찍어야 하는 피사체가 된거죠. 공사가 시작되는 순간 그 과거의 피사체는 없어지죠. 사망이죠. 2021년 작년 동부창고는 완전한 사망이예요. 기존의 자취가 아예 사라지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해거든요."

동부창고 전경, Archival Pigment Print, 240x80cm, 2016 촬영, 2021 인화.
동부창고 전경, Archival Pigment Print, 240x80cm, 2016 촬영, 2021 인화.

 

작가에게 왜 사라질 것에 관심을 두었고, 그 첫 번째가 동부창고였는지 재차 질문했다.

"사진을 처음 접하고부터 서양의 자료를 많이 접하고 공부하다 보니, 사진이라면 (서양의 도서자료 속에 있는) 으레 그런 것을 찍는 것이라는 강압적으로 문화적 세뇌를 받아요. 학교에서 교재로 쓰는 것도 그렇고. 한국에서, 더구나 집 근처에 있는 것을 찍을 거라는 생각을, 로컬 중심의 콘텐츠를 생각도 못했죠. 이것은 무척 문제가 있는 생각이죠. 별로 좋은 사고방식이 아닌거죠. 서울 생활 이후 청주로 돌아와 교류한 주변 작가들의 영향도 있고, 내가 나고 자란 여기 청주에서, 지역을 소재로도 작업이 되는거구나 하는 확신이 서는 시간이 됐죠. 제 사진 작업의 태도를 바꾸게 된 거죠."

사라지는 것에 대해 왜 증언하려는가 라는 질문에, 작가는 "동부창고 이후 내가 응급센터 의사도 아니고 왜 자꾸 찍게 되는지 생각했어요. 곧 깨달았죠. 사진작가는 변화되는 것, 변곡점 위에 있는 실체를 포착하고 역사의 증언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직업적 특성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작가는 앞으로 계속해서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들어오는 교차점 위에 서서 카메라를 들고 눈과 마음으로 증언할 것이라 한다. 이것이 그가 지금 여기 지역에서 사진 작업으로 생활을 영위하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버티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복 작가
이재복 작가

 

▷이재복 작가는...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사진디자인전공, 2013년) 졸업, 개인전 2회, 단체전 10여회. 내셔널지오그래픽 국제사진공모전 자연부문 1위(2006년) 등 수상, 청주시문화재단, 아트스티쿰 시립미술관(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등 작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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