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욱 소리창조예화 상임작곡가

독일 뮌스터 광장의 베토벤 동상
독일 뮌스터 광장의 베토벤 동상

 

[동양일보]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고전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악성(樂聖)이라 불리는 칭호에 걸맞게 고단한 인생사에도 불굴의 의지로 수많은 명곡을 남겼던 그이다. 베토벤은 하이든, 모차르트와 함께 고전주의가 표방하는 절대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곡의 전개방식과 화성 양식을 확립하였을 뿐 아니라 낭만주의 음악의 면모도 보여 ‘고전에서 낭만으로’의 길을 연 사람으로 기록된다.

베토벤은 궁정음악가인 할아버지, 그의 뒤를 잇고 싶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음악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음악적 열등감과 알코올 중독으로 성품이 좋지 않았던 아버지는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그랬던 것처럼 베토벤의 재능을 이용해 돈과 명성을 얻을 요량으로 어린 베토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가혹하리만치 혹독하게 음악연습을 시켰다고 한다. 불우한 유년시절이었으나 아버지의 바람대로 그는 10대의 어린나이에 귀족들의 사교음악계에 입성하게 되고 그들의 후원을 받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간다.

베토벤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대다수 작곡가의 작품에는 그들만의 스타일이 담겨있는 반면 베토벤의 작품들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작곡되어 동일인의 작품인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처럼 사랑스러운 멜로디를 가진 음악, 교향곡 6번 ‘전원’처럼 평화로운 음악, 교향곡 5번 ‘운명’처럼 비장한 음악, 그리고 피아노소나타 8번 ‘비창’의 2악장처럼 서정적인 음악 등 그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해 낸다.

베토벤 ‘론도 카프리치오’의 주제
베토벤 ‘론도 카프리치오’의 주제

 

이처럼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음악들은 굳이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에 대한 많은 스토리를 담은 음악과 영화들도 다양한 기회로 접해 보았을 것이다. 그 가운데 조금은 재미있는 일화를 담은 ‘론도 카프리치오(Rondo a Capriccio op.129)’를 소개해보려 한다. 론도는 ‘돈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Rondeau’에서 기인한 음악형식으로 하나의 주제가 다른 여러 개의 주제와 번갈아 연주되는 형식을 이야기한다. ABACA와 같이 A라는 하나의 주제가 반복되고 그 사이사이로 B와 C의 다른 주제가 등장하게 된다. 카프리치오(Capriccio)는 이탈리아어로 ‘변덕 또는 공상’을 뜻하는 말로 규칙 없이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곡된 활기찬 곡을 통칭한다.

베토벤의 ‘론도 카프리치오’는 빠른 템포의 피아노곡으로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라는 부제로도 유명하다. 이 곡은 어느 날 베토벤이 동전을 잃어버리게 되는데 카펫을 들춰보는 등 집안을 샅샅이 뒤져봐도 나오지 않아 그때의 분노를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악보에 적혀있던 메모에서 기인한 제목으로 베토벤의 자필이 아닌 비서의 필체였는데 출판업계에서 붙인 제목이라고 한다. 8분음표의 일정하고 빠른 반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제목에 걸맞게 동전 잃은 사람의 찾고자하는 절박함과 긴장감이 표현된 곡이다. 이 곡을 들은 슈만은 “발에서 신발이 안 벗겨지는 상황의 가벼운 분노와 유사한 느낌으로 이보다 더 유쾌하고 발랄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이와 비슷한 일화로 기차 여행 중 지갑을 잃어버린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또한 돈을 벌기위해 두 달 만에 ‘악흥의 한 때’를 작곡했다고 하는데 이 곡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몰아치는 리듬으로 구성된 피아노곡이다. 이 두 곡을 비교해 들어보면 음악가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간접적으로나마 재미있게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깊고 넓게 표현했던 훌륭한 음악가 베토벤, 그는 죽기 전 ‘출판사에서 보낸 선물로 그가 즐기던 와인이 수송선에 실려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유감인 걸, 너무 늦었어.”. 이 말은 공교롭게도 베토벤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많은 고난과 사랑, 위트가 넘쳤던 베토벤, 그의 일생이 담긴 다채로운 감성의 음악 작품들은 오래오래 대중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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