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욱 소리창조 예화 상임작곡가
[동양일보]왈츠는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3/4박자의 고전 춤곡이다. ‘돌고 돈다’는 뜻의 독일어 ‘Walzer’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남녀가 동그랗게 돌며 추는 춤으로 19세기 유럽의 사교계를 장식했던 춤 양식이다. 고전 왈츠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빈 왈츠(Wiener Walzer)’이며 지금도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댄스교습을 받은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빈 무도회장에서 왈츠를 출 수 있는 무대가 열리곤 한다.
왈츠의 고향으로 불리는 빈에 ‘빈 왈츠’라는 양식이 자리 잡도록 기여한 부자(父子)가 있었으니 바로 요한 슈트라우스 1세(Johann Strauss,1804-1849)와 요한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1825-1899)이다. 요한 슈트라우스라는 이름은 유명하나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그의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는 ‘왈츠의 아버지’, 아들은 ‘왈츠의 왕’으로 불리며 둘 다 빈 왈츠 전성기를 장식한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린 연주자로 빈의 궁정무도회 지휘자를 맡는 등 궁정음악가로 명망이 높았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아들이 음악에 관심을 갖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여 폭력을 휘두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에 대한 반감에서였을까.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아버지 몰래 음악을 공부하게 되고 불과 19세의 나이에 자신의 악단을 만드는 등 빈의 음악계에서 아버지를 능가하는 음악성을 인정받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봄의 왈츠’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등은 아들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이다.
도나우(Donau)는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루마니아 등 유럽을 가로지르는 긴 강으로 다뉴브(Danube)라는 영어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전성기였던 1860년대에 작곡된 곡이다. 당시 전 유럽을 호령하던 오스트리아는 1866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단 7주 만에 패하게 되면서 독일에 대한 지배권을 잃게 되었을 뿐 아니라 주변 유럽 국가들에게 소외되는 등 패전의 아픔을 겪게 된다. 이에 빈의 남성합창단에서는 당대 최고로 인정받는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에게 국민들의 우울함을 달랠 수 있는 합창곡을 의뢰하게 된다. 아름다운 도나우 강을 찬양하는 희망찬 가사에 맞게 밝은 왈츠 풍으로 작곡된 이 곡은 1869년 합창곡으로 초연되는데 정작 그 반응이 뜨겁지 않아 이에 실망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이 곡을 관현악 곡으로 편곡하게 된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이 때 편곡된 관현악 버전의 음악이다.
이 음악은 본래 빈의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작곡된 곡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해 오스트리아의 지배에서 벗어나 국가의 위상을 올리게 된 헝가리 국민들에게 이 곡은 승전의 기쁨을 축하하는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이 사랑스러운 왈츠는 최근 넷플릭스의 컨텐츠로 유명세를 탔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 456명 중 살아남은 최종 3인의 만찬’ 장면에 삽입되었는데, 과연 그들에게는 이 음악이 위험한 난관을 거쳐 살아남은 그들에게 주는 위로로 들렸을지 아니면 치열한 게임을 통과한 그들에게 주는 승전가로 느껴졌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왈츠의 전성기를 시작했던 아버지를 뛰어넘어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가 된 그의 명망을 체감할 수 있는 일화가 있다. 그의 부인이 자신이 흠모하던 음악가 브람스를 만나 사인을 요청하자 브람스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악보 몇 마디를 종이에 그려 넣은 후 이렇게 썼다고 한다.
‘불행히도 브람스 작품이 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