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나 이장이 마을을 카페 고운뜰에서 마을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우식 기자)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지경골, 구말미, 분터골, 소징(송정리). 모두가 두산 2리를 칭하는 옛 명칭이다. 고령 신씨, 단양 우씨 집성촌이던 이 마을은 현재 72가구 119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양 우씨가 마을 주민의 2/3를, 고령 신씨가 1/3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별 의미 없는 수준이다. 현 이장인 김나나(여‧53)이장도 이 곳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지만, 마을 주민들과 문제 없이 소통하며 마을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때문에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라는 농담도 나온다. 그러면서 “하지만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데, 진짜 마을이 발전하고 있다”라고 극찬도 이어진다.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는 김나나 이장의 모습(사진=신우식 기자)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는 김나나 이장의 모습(사진=신우식 기자)

 

김 이장과 마을 주민들은 “지경(地境)골이라는 말은 가덕면하고 남일면의 경계에 위치한 곳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또 과거에 보은에서 청주로 넘어오는 장사꾼들이 이 곳을 모두 경유해 갔다. 이 때 장사꾼들이 부르던 이름이 ‘구말미’였다. 마을 모양이 말을 닮았대서 그렇게 불렀다더라. 현재도 청주 도심과 거리가 가까워 교통의 요지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을 경관 정비사업으로 주민들이 심어 둔 꽃모종(사진=김나나 이장)
마을 경관 정비사업으로 주민들이 심어 둔 꽃모종(사진=김나나 이장)

 

마을 명소로는 태봉산, 고운뜰 카페, 울소가덕한우, 지경골 식당 등이 있다. 태봉산은 마을 바로 뒷산으로 1시간정도면 산행을 마칠 수 있어 마을 주민들의 산책 장소다. 완만한 경사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해 60세 이상 주민들도 편하게 등반이 가능하다. 산 명칭은 과거 어느 왕이 태어난 뒤 태반을 묻은 산이라서 태봉산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마을 휴식 공간인 카페 고운뜰(사진=신우식 기자)
마을 휴식 공간인 카페 고운뜰(사진=신우식 기자)

 

프랑스 자수 공방을 겸하는 카페 고운뜰(대표 신혜선)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좌를 진행하고, 각종 행사에 후원을 아끼지 않는 마을의 자랑거리다. 아기자기한 내부 인테리어로 소규모 야외 결혼식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고. 최근에는 청주에서 특별한 카페로 공중파 방송에 나기도 했다. 지역의 맛집으로 유명한 울소가덕한우(대표 이개형)과 지경골 식당(대표 박진순)도 마을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마을 주민 대부분이 농업과 축산업에 종사하는데, 이 곳에서 생산된 물품을 주로 사용, 마을 경제에도 도움을 준다.

마을 공동 경작지에 심겨진 감자. 수확물은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일부는 판매해 마을 운영 기금으로 사용된다(사진=신우식 기자)
마을 공동 경작지에 심겨진 감자. 수확물은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일부는 판매해 마을 운영 기금으로 사용된다(사진=신우식 기자)

 

과거 마을은 영농철 이전 동각에 모여 천렵 후 음식을 나누고 대보름에 고사도 지냈었다.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두산2리 마을의 모습(사진=신우식 기자)
두산2리 마을의 모습(사진=신우식 기자)

 

김 이장과 마을 주민들은 마을 홍보를 위해 마을 경관 가꾸기 사업, 환경정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 이장 역시 젊은 피 특유의 추진력으로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도 고려한 역할분배가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김 이장은 “어르신들을 위해 메신저 사용법을 알려 드리고, 무슨 소식이 있으면 무조건 마을 단체방에 바로바로 공지하고 있어요. 다른 모든 행정도 주민들과 항상 소통하니 주민들이 너무 좋아하시네요”라고 말했다.

고운뜰 내부 모습(사진=신우식 기자)
고운뜰 내부 모습(사진=신우식 기자)

 

이렇게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을 행사 참여율도 높아졌다. 고령 주민의 경우 마을 행사에 “내가 무슨 도움이 되냐”며 참석을 거부했었다. 그러나 김 이장의 설득으로 연령에 맡는 역할을 부여 받고, 마을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고령 주민들의 애향심도 더 커졌다.

김 이장은 “집에만 계시면 외롭잖아요. 일부러 모셔다 놓고 ‘청년들 일하는데 커피라도 한잔 타주시면 그게 마을을 위한 거다’라고 설득했더니 나오셔서 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뿌듯해 하시더라. 아직은 발전이 덜 된 마을이지만, 주민들과 함께 청주에서 손꼽히는 마을을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 산책로인 태봉산(사진=신우식 기자)
마을 주민 산책로인 태봉산(사진=신우식 기자)

 

두산2리는 오는 6일 어버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마을입구~코스모스길 도로 조성, 태봉산 산책로 조성, 마을 진입로 백일홍 꽃길 조성, 남일초 학생들이 색칠한 담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우식 기자 sewo9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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