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욱 소리창조 예화 상임작곡가

 
 
필립스에서 발매한 이무지치 연주의 ‘사계’ 음반 표지
필립스에서 발매한 이무지치 연주의 ‘사계’ 음반 표지

 

[동양일보]“만일 날카롭고 빠른 음들이 나쁜 것이라면, 비발디는 속죄해야 할 것이 많다.”

영국의 작곡가 찰스 버니는 그의 저서 「일반음악사(A General Histort of Music, 1776)」에서 비발디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였다.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로 유명한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일생의 대부분을 그 곳에서 보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비발디의 아버지는 일찌감치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바이올린을 가르쳤으나 집안이 넉넉지 못했던 터라 음악의 길보다 사제의 길을 걷도록 한다. 천식으로 몸이 약했던 비발디는 사제가 되었으나 그 일들을 수행해 낼 수 없었고 1703년 ‘피에타 고아원’에 바이올린교사로 가게 된다. 당시 베네치아에는 고아원이 많이 생겨났는데 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란했던 연유였다고 한다.

바이올린 교사였던 그는 작곡과 합창지도에도 노력을 기울였고, 학생들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는 등 비발디의 활약으로 피에타 학교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음악교육기관이 되어 상당히 유명세를 얻는다. 그들의 연주회가 베네치아의 관광객들의 관광코스가 되었을 뿐 아니라 이탈리아 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아 귀족들조차 이 고아원의 음악학교에 본인의 자녀들을 보내고 싶어 할 정도였다. 비발디는 유전적으로 붉은 색 머리카락을 가졌는데 그의 별명이었던 '붉은 사제(il Prete Rosso)'도 이 당시 붙은 것이다.

안토니오 비발디
안토니오 비발디

 

비발디는 바흐, 헨델과 함께 바로크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꼽힌다. 바로크 음악양식은 16세기에서 18세기에 유행했던 사조로 ‘바로크’는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barroco’에서 그 어원을 찾는다. 바로크 이전 시대인 르네상스 시대의 정적인 특성을 무너뜨리고 기괴하고 불균형한 동적인 예술사조가 열렸다 하여 ‘바로크’라는 이름이 붙었다. 르네상스를 장식했던 다성 음악과 교회선법이 무너지고 조성 중심의 화성 음악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화성 음악들은 음악의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사용되는 조성음악의 체계로 자리 잡게 된다. 화성의 초기 이론서인 라모의 <화성론>도 1722년 바로크 시대에 저술되었다.

비발디는 바로크 음악 특유의 통주저음(반복적인 베이스)이 드러나는 힘차고 빠른 음악을 많이 작곡한다. 다작에 능했던 비발디는 기악곡, 오페라, 칸타타 등 다양한 장르의 많은 곡을 작곡하였다. 비발디는 빠르게 작곡하는 속작(速作)으로도 유명했는데 비발디 스스로 “필사가가 악보를 베끼는 것보다 내 작곡 속도가 빠르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곡들에서는 여느 바로크 작곡가들의 곡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자기표절’이 많이 발견된다. 바로크 시대에는 저작권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했다.

비발디는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들을 책으로 묶어 출판하는데 그 중 12개의 협주곡이 담긴 ‘조화의 영감(L’estro armonico)’ 유럽 전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계’는 이 책에 포함된 4개의 곡이다. 각각의 곡들이 3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빠르고 느리고 빠른’ 바로크 협주곡의 특징은 이 때 비발디를 통해 확립되었다고 한다.

‘사계’는 관현악의 대편성이 아니라 현악기 중심의 오케스트라로 연주되어지지만 비발디의 빠르고 힘찬 작곡 스타일 덕분에 청중은 악기 편성에 비해 매우 풍성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사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3악장으로 이루어진 12악장의 협주곡인데, 악보집이 출판되었던 1711년 비발디는 이 책에 각 계절마다 “봄이 왔다. 새들은 즐거운 노래로 인사를 한다.” 등의 14행시로 이루어진 소네트(서정시)를 붙인다. 자연의 변화를 표제음악으로 그려낸 비발디의 ‘조화와 영감’은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남았다. 비발디의 곡들은 예전 지하철 환승구간, 영화 <친절한 금자씨>, 영화 <샤인>, 드라마 <오징어 게임>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어 음악을 듣는 순간 우리는 상당히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 그의 음악을 해설과 함께, 또는 삽입된 장르의 스토리와 함께 들어보는 것도 흥미롭게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