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미나 기자]박병기 교수 “우리 교육 전반이 안고 있는 문제를 충북 교육도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충북 교육에서 더 두드러지는 것들이 인재 유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자사고가 없어서 수월성 교육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어떤 방식의 인식과 대안 모색이 가능할 수 있을지를 말씀해주세요.”



이철주 강사 “저는 충북 지역의 우수한 인재 유출이 이렇게 심각한지 잘 몰랐습니다. 예를 들어 옥천이나 조치원 쪽에 있는 학생들은 인근의 대전으로 진학하는 정도로, 그냥 뭐 몇몇 있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통계나 자료를 보니까 400여명 이상이 매년 타 지역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충북 지역은 교육 규모도 작고 학생도 적은 지역인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가는 주된 이유는 여기 계신 분들이 다들 충분히 공감을 하실 것 같은데, 아마도 좋은 교육 환경이나 좋은 조건 등이겠죠.”



박병기 교수 “핵심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철주 강사
이철주 강사

 

이철주 강사 “저는 우선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대한 생각을 개인적으로 많이 못 해봤기에, 추후에 논의를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충북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충북 교육에서 적극 수용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나 프로그램 등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병기 교수 “지금 충북 지역의 공립고등학교를 상징하는 학교가 청주고잖아요. 김 선생님께서 고등학교에 계시면서 이 인재 유출의 문제에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지점들이 있으실 것 같기도 한데 말씀해 주시겠어요.”

 

김석언 교장
김석언 교장

 

김석언 교장 “우리가 아주 거국적으로 생각하면 청주에서 배우나 대전에서 배우나 다 우리나라에서 배운다라고 생각을 해야 되는데 실은 이 부분에서 학교 격차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특히 특목고, 자사고는 교원 수부터 국공립에 1.5배에서 2배로 운영합니다. 교직원의 월급도 최근 현황은 잘 모르지만 거의 1.5배에서 2~3배 정도됩니다. 저도 실은 1990년대 중반쯤에 삼성그룹이 서울에 중동고 재단을 인수할 때 교원대 3대 학장님이 교장으로 가시면서 함께 가자고 제안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공립 월급에 3배 준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제가 서울에서 내려온 지가 한 3~4년밖에 안 된 상황이어서 사양을 했습니다. 그때 다시 올라갔으면 지금쯤 집도 한 채 샀을 텐데요.(웃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그냥 월급 많이 주는 것은 아니겠죠. 월급이 많으면 그만큼 일해야 합니다. 또 특목고, 자사고 학교 공간, 거의 캠퍼스 같잖아요? 모든 아이들이 기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숙 생활을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지만 단체 생활을 통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많이 있습니다. 인적, 물적 조건이 일반고하고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고교학점제도 이렇게 혹평을 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실은 특목고, 자사고처럼 일반고를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고교학점제와 병행 추진하는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도 특목고, 자사고의 교육 환경을 따라가 보자는 건데, 해결 과제가 학교마다 너무 다양한 상황입니다.”



박병기 교수 “충북 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이른바 진보 교육감 8년의 시대가 끝나고 보수 교육감이 새로 취임하는 시점이다 보니까 어떤 방식이든지 분출될 것으로 보이거든요. 잠재해 있거나 아니면 표출되지 못했던 것들이 다 드러날 수 있겠지요. 그러면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과 갈등의 양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그런 갈등들을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해소하면서 충북 교육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그런 말씀들을 좀 나눠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정 교수님 먼저 시작하시겠습니다.”

 

정세근 교수
정세근 교수

 

정세근 교수 “교장 선생님이랑 의견이 많이 공유돼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중동고, 지금 교장인 이명학 교장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이상 ‘스카이(SKY)’를 목표로 두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더라고요.”



김석언 교장 “배부른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할 수 있어요.(웃음) 서울대는 입시 요강에 우리는 골고루 다 배운 아이를 원한다고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1등급 아이들이 다 오니까요. 그 하위권 대학들은 소위 우수한 학생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수백가지의 입시전형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세근 교수 “그러면서 제가 놀랐던 게 중동고에는 철학 교사도 있고 윤리 교사도 있더라고요. 윤리 교사도 철학과 나온 분이고. 참 재밌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충북대와 충북교육청이 중심이 돼 제가 철학 교과서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박병기 교수님도 많이 봐주시고. 다 완성을 다 하고 나서 보니, 한편으로는 이게 자사고나 특목고를 위한 하나의 활동이 아니었나 싶어 맥이 빠지지만요. 그런데 학생들에게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참으로 토론 수업을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다만 상황이 안 되니까 못 한 겁니다. 제 교과서는 완전히 토론을 위한 교과서지 이론 교과서가 아닙니다. 청주고도 포함해서 선택을 부탁합니다.(웃음)”



김석언 교장 “우리나라는 199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대안 교육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대안교육은 왜 공교육을 부정하고 그 차이는 무엇인가? 한 가지를 든다면 철학이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될 수 있다고 봅니다. 종교든 사상이든 공교육이 내실화하지 못하는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지요.”



정세근 교수 “애들한테 여론조사를 했더니 철학이라는 말은 듣기도 싫은데, 철학 정도는 했다고 그래야지 멋있어 보인다는 거예요. 폼이 난다는 거지요. 그래서 제가 느낀 게 그게 아무리 겉멋이더라도 학생들은 철학 정도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는 점이었습니다. 다만 현재 나온 교과서를 보면 저도 학을 띠겠어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학이라는 말을 안 쓰려고 했어요. 그리고 교사가 가르치려 들지 말고 애들끼리 지적인 능력을 토론을 통해 나눠보는 경험을 학교에서 활기차게 벌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석언 교장 “철학적 질문이 없이 창의력 상상력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어요.”

 

박병기 교수
박병기 교수

 

박병기 교수 “중고등학교에 윤리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그 분들이 맡으시면 되지 않나요?”



김석언 교장 “윤리 선생님들 있지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윤리 과목이 사상 지식을 가르치는 거지 철학적 사유의 힘을 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박병기 교수 “이 박사님 말씀해주시죠.”



이철주 강사 “제가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것은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간에 서로 협력하고 조화를 이뤄서 ‘충북형교육공동체’를 잘 구성해서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앞으로 잘 추진해 나가면서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충북교육 외 교육 전반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저는 학부모이면서 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고,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학생이고,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교사와 학부모의 순서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 주체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들을 과연 우리는 어떤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가령, 5%나 10%의 아주 뛰어난 아이들을 만들기 위한 교육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러한 교육을 중심에 둘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90%나 95% 정도의 다수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가끔은 교육의 결과를 강조하다보면, 5%나 10%의 소수의 학생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교육은 늘 이 두 지점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90%나 95% 학생들에게 교육의 결과가 겉으로 보이거나 잘 드러나지 않고 때로는 좀 미흡하다고 할지라도 그 다수의 학생들을 생각하는 교육도 똑같이 소중합니다.”



김석언 교장 “정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고교교육이 입시에 종속돼 있다보니 심하게 표현하면 1,2,3,4 등급 40%만 학생입니다. 5~9등급 60% 학생들이 의미있는 학교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과제입니다. 역설적으로 1~4등급의 학생들은 내신 상대평가 틀 안에서 무한 경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비해 5~9등급 학생들은 오히려 학교생활에 스트레스가 덜하기도 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정치권이든 정부부처에 문제를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법령에 청소년, 학생, 아동, 어린이, 유아, 영유아라는 용어가 쓰입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3세부터 19세 미만의 아이들입니다. 청소년은 여성가족부, 학생은 교육부, 아동은 보건복지부, 유아는 교육부, 영유아는 보건복지부에서 관계 법령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나눠져야 하지요? 부처이기주의, 부처간 비협조라는 현실에서 아이들에 대한 일관성있는 정책의 부재는 필연적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지방자치하고 지역 자치도 마찬가지예요. 여가부, 보건복지부 사업은 시도 또는 시군구에서 교육부 사업은 교육청에서 담당합니다. 대상은 같아도 주무부서가 다르다보니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우리 학교 공간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창의·융합·인재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학교 공간은 가장 관리 통제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가장 관리 통제가 심한 공간이 교도소, 병원, 군병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교가 이에 버금간다는 것은 19세기 교실에서 21세기 인재를 기른다는 역설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안에 경제력을 갖춘 상황에서 우리 아이가 이런 공간에 공부해야 되느냐 하는 겁니다.”



박병기 교수 “사실 ‘교육 주체가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었다’는 표현 자체도 따져볼 여지가 충분히 있지만, 자칫 서로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그 갈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기본적으로는 상대방을 최소한 존중해주는 자세를 가지고 대화하면서 접점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것은 분명하게 다르다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교육감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체로 보수는 현실을 기반으로 이상을 지향하는 데 비해, 진보는 이상을 기준으로 현실을 개혁하려는 경향을 지닌다고 할 때, 교육에서는 이 현실과 이상 모두를 포기할 수 없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충북교육의 현실을 균형있게 바라보면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개선해가는 진정한 보수교육감 시대가 열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정 교수님도 말씀하시죠.”



정세근 교수 “학생을 중심으로 놓고 이야기하다보면 결국 비슷해진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저는 두 가지만 정리를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적어도 충북은 통합 교육위원회 같은 것이 있어서 소통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과거 무료급식 문제로 다투는 것을 보고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애들에게 좋은 밥이 나오는 게 중요하지, 무료 또는 유료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미국은 낼 사람은 내고, 안 낼 사람은 안 내더라고요. 근데 자꾸 한쪽으로 물고 들어간 거예요. 두 번째는 그린 스마트 사업 다시 한 번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보직할 때 전체 사업비가 남아서 한 교실을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러자 학생과의 인터페이스가 넓어지고 분위기가 달라지더라고요. 국제학회도 할 수 있을 정도로요. 현재의 건물로 보자면 중등학교의 복도의 창 쪽이 중심이 돼 선생님과 학생이 반원형으로 만나게 하자는 것입니다. 학령인구도 줄어드는데, 제발 생각을 바꿔, 바퀴 달린 칠판을 그쪽에 놓으면 그만이니 말입니다. 이상입니다.”



박병기 교수 “이 박사님도 마무리 말씀 잠깐 해주시죠.”



이철주 강사 “앞서 언급했던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협력하여 충북형 교육공동체를 구축하고 그것이 잘 운영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정도로 저는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석언 교장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새로운 수장을 맞은 것을 계기로 해서 다양성을 바탕으로 정책들이 다듬어지고,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정말 협업이 잘 이뤄졌으면 하는 절실한 바람을 가져봅니다.”



박병기 교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시도교육청은 이른바 보통교육을 책임지는 곳이거든요. 그런데 보통교육의 핵심은 시민 교육입니다. 학교는 사실 시민을 만드는 것이고 고등학교 단계에서 일차적으로는 완성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아무리 입시도 중요하고 인재 양성도 중요하다고 하지만,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어떤 시민을 만들 것이냐는 목표를 중심에 두는 시민교육이 핵심입니다. 그 기반 위에서만 입시교육도 하고 반도체 인력 양성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 방향으로 충북 교육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우리 한국교육 전체도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우리가 나눈 여러 이야기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는 데 발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포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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