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없는 획일적 문화 예술 지원사업 개선돼야”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철학하는 삶’을 위한 2기 동양포럼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19일 동양일보 회의실에서 ‘민선 8기 충북 지역문화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가졌다. 운영위는 이날 변광섭 청주대 교양학부 겸임교수와 한용진 충북민예총 사무처장을 초청해 새롭게 출범한 민선 8기 충북호에 거는 기대와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포럼은 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대화는 상, 하로 나눠 월요일자 10면에 2회에 걸쳐 싣는다.



●주제 민선 8기 충북 지역문화 전망과 과제

●때 2022년 7월 19일

●곳 동양일보 회의실

●참석 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운영위원장)

변광섭 청주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한용진 충북민예총 사무처장

●정리 김미나 차장

 

김양식 교수
김양식 교수

 

김 교수 “이번 동양포럼 주제는 민선 8기 충북 지역문화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잡았습니다. 오늘 포럼에 참여하신 패널은 변광섭 청주대 교수님, 충북민예총 한용진 사무처장이 나오셨습니다. 지난 7월 1일자로 민선 8기 충북호가 출범했는데, ‘충북을 새롭게 도민을 신나게’로 도정 슬로건을 잡았더군요. 그리고 5대 충북도정 방침을 제시했는데, 그 두 번째가 ‘문화를 더 가깝게’입니다. 문화를 두 번째 도정 방침으로 정한 것은 역대 충북도지사 가운데 처음인 것 같은데, 앞으로 충북도정에서 문화 비중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이 됩니다. 변 교수님 직접 인수위원으로 참여하셨는데, 민선 8기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지역 문화 비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변광섭 교수
변광섭 교수

 

변 교수 “그 이전에 이시종 지사의 12년을 평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이시종 지사 12년은 어떠했는가를 살펴봐야만 김영환 지사의 도정 방향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지역의 많은 문화예술인이 공통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지표상으로도 이시종 지사님의 12년 문화예술은 성장보다는 정체 또는 퇴보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전국적으로 볼 때 문화지표라는 게 있잖아요. 문화지표 중에 문화기반 시설이 있는데, 도립박물관, 도립미술관, 도립문학관, 도립도서관, 도립공연장 등 도립 문화기반 시설이 12년 동안 만들어진 게 전무하죠. 지금도 예술인들이 가장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또 예술인에 대한 지원정책이나 예술인 양성 등에도 눈에 띄는 일들이 없었습니다. 전국의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지역문화를 특화하고, 예술정책을 체계화하면서 문화예술로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죠. 이것이 이 지사 12년의 문화예술 한계이자 아쉬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도민들은 김영환 도지사가 당선되면서 문화예술에 거는 기대가 높았던 것입니다. 제가 도지사직 인수위 활동을 했는데, 사실 도정 철학을 보면 새로운 도정의 방향이 보입니다. 인수위가 도정 철학이나 방향을 정할 때는 당선인의 정책의지를 우선적으로 반영하지 않습니까? 그게 바로 ‘창조적 상상력’입니다. 창조적 상상력은 지역의 자원과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경제·과학·복지·농업·관광 등 충북의 전반적인 분야에까지 확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철학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가 가져오는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있고요. 어쩌면 충북의 역사는 김 지사 취임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터닝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김 지사의 도정 목표 다섯가지 중에서 ‘문화를 더 가깝게’라는 도정 방침이 두 번째로 설정이 돼 있다는 것도 주목할 일입니다.”



김 교수 “그 점은 이전 지사와 확실히 다른 점이죠. 이전 민선 충북도지사는 문화영역을 다섯 정책 분야 가운데 보통 네 번째에 놓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큰 비중을 두지 않았지요.”



변 교수 “말씀드렸듯이 이 전 지사는 도정방침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어요. 문화예술 정책이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예술인 지원사업 등 보수적인 행정에 그쳤던 것이죠. 무예마스터십 등 도민 여론과 무관한 당신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했을 뿐이죠. 사실 김 지사가 도정방침 첫 번째로 ‘문화를 더 가깝게’를 넣고 싶어했을 정도로 문화예술에 엄청난 관심을 가졌고, 문화예술을 통해 충북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충북형 르네상스를 만들고, 문화기반을 단단히 하고 품격있는 콘텐츠로 함께 누리는 충북을 만들며, 모두가 쉽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다만 경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를 풍요롭게’라는 도정 방침을 첫 번째로 올린 것이고, 경제 속에서도 문화경제와 창조경제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 교수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변 교수 “최우선 정책 비전이 무엇이냐가 충북도 정책의 흐름을 결정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중요한데, 그래도 두 번째로 설정이 돼 있다는 것은 충북이 어떤 형식으로든 문화예술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됨을 선언한 것이죠. 당장 김 지사는 문화예술에 관련된 기반 시설 조성을 약속했고, 문화예술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인력양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충북도교육청과 협치를 하겠다는 선언까지 했습니다. 따라서 문화기반시설 조성과 문화예술 분야의 인력양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또 도민들의 문화예술의 복지와 관련된 지원사업은 얼마나 다채롭게 펼칠 것인지 공약에 명시돼 있고, 이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가 큰 것입니다. 특히 충북을 누구나 오고 싶은, 또 누구나 머물고 싶은 충북 관광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메시지를 선포하면서 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충북인이 충북의 자원으로, 저마다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변화를 어떻게 일굴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제 행정의 역할, 또 우리 문화예술계의 전문가 역할, 도민들의 역할 등이 조화를 이루고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만 속도도 내고 내실화도 기하고 값진 결실로 이어질 것입니다.”



김 교수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도정 방침인 ‘문화를 더 가깝게’의 핵심 공약이자 민선 8기 김 지사의 중점 공약인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와의 관련성은 어떻게 정리를 할 수가 있나요?”



변 교수 “‘문화를 더 가깝게’라는 도정 방침 안에는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의 카테고리가 있고, 각각의 중요한 정책사항(공약)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예요. 많은 사람이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 충북의 호숫가에 정원이나 리조트 등 관광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는 분들이 많아요. 본질적으로 김 지사가 제시한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그런 의도가 아닙니다. 충북에 숨어있는 문화자원과 문화 원형을 먼저 발굴하고, 그 문화원형을 활용해 스토리텔링을 하며, 스토리텔링을 통해 충북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사업의 핵심입니다. 충북의 음식, 인문학, 영상, 공연 등 충북의 맛과 멋과 풍류를 만드는 일이겠죠. 더 나아가서 이들 콘텐츠가 충북의 레이크파크, 그러니까 충북의 주요 숲과 호수의 거점별로 배치될 것이고 그것이 새로운 100년을 약속하는 새로운 지평, 르네상스가 될 것입니다. 물론 꽃을 피우는 것은 관광일 순 있어도 씨앗을 뿌리는 것은 충북의 문화자원이죠. 씨앗을 뿌려서 관광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니까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죠. 이 때문에 저를 포함한 문화기획, 문화예술 전문가가 인수위에 참여한 것입니다.”



김 교수 “민선 8기에서 지역문화에 상당히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변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지난 10년 문화 관점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만큼 당면한 충북의 지역문화 현실은 상당히 우울할 정도로 많은 문제가 산적이 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가 처하고 있는 지역문화의 현황 내지는 문제점들을 좀 정확히 짚을 필요성이 있을 것 같아요. 이 점에 대해서 한 처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용진 사무처장
한용진 사무처장

 

한 사무처장 “우리 충북지역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청주 중심의 인구나 산업구조의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거든요. 지역 내에 이런 불균형, 그러니까 문화 불균형이든 산업 불균형이든 어떤 형태의 불균형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어요. 인구비율 등을 고려하면 차원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이시종 지사 때 나왔던 여러 가지 정책과 성과들이 모두가 다 잘못됐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미래에 대한 가치관보다는 현재의 필요성이 먼저 우선됐다는 것이죠. 변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먹고 사는 문제, 경제 문제가 우선이다보니 항상 경제나 가시적인 성과에 포획되는 그런 현상들이 계속 빚어졌죠. 그리고 정책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투입 대비 산출량을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져 보일수도 있겠죠. 그러다보니 지금 예술, 문화, 지역문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예술 현장에서 바라봤을 때는 충북에는 지역 문화예술 정책 자체가 없다라고까지 평가를 하거든요.”



김 교수 “아주 혹평을 하시는군요.”



한 사무처장 “지역 내에서 정책이 생산되고 담론이 형성되고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런 선순환 구조가 사라지다 보니까 좀 여러 가지 맥락에서 정체되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입니다.”



김 교수 “한마디로 지역문화 담론의 장이 없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한 사무처장 “그렇죠. 담론의 장도 없었고 그리고 그런 것들을 먼저 제시하는 정책적 제시나 아니면 커다란 맥락에서 비전 가치관 철학 이런 것들이 부재했었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변 교수 “그 부분과 관련돼 제가 보충 설명을 해야겠습니다. 최고의 경제는 문화경제이고, 최고의 복지는 문화복지죠. 행정도 문화행정이 중요하죠. 그러니까 어떤 문화적 관점에서 사업을 펼치고 정책화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실과 퀄리티는 완전히 다를 거예요. 세계의 선진국과 문화도시가 주는 교훈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문화경제가 뭔지 모르면서 행정을 하고 있어요. 왜 문화의 시대인지, 지역문화가 왜 중요한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지난 12년 충북도정의 문제는 그거였습니다. 또 하나는 정책이 없었죠. 정책은 없는데 지원만 있는 겁니다. 문예진흥기금 등의 공모를 통한 지역 예술인들 지원사업만 있었을 뿐, 문화정책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기획을 통한 사업화나 확산하는 일에 소홀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충북문화재단이죠. 제가 전국에 있는 문화재단을 다 분석을 해봤는데 유일하게 충북문화재단이 기형적입니다. 우선 대표이사가 비상근입니다. 사무처장은 공무원 출신이 와 있습니다. 지원사업만 있고 정책사업이 없습니다. 예컨대 조사연구와 콘텐츠 개발 등 관련된 다양한 정책 개발 또는 사업을 위해 힘써야 하는데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관련 분야 전문인력도 태부족이고요. 또 시군 행정과 네트워크를 통해서 그 정책이 지역사회에 스며들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그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어요. 문예진흥기금 등을 공모사업 형식으로 지원해 주고 관리만 하고 있죠. 그러니 말씀하셨듯이 충북의 문화는 정책 없는 획일적인 지원사업만 있었던 것입니다. 충북문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일회성, 이벤트성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 교수 “제가 보기에 문화는 보존, 계승, 창조 세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거든요. 충북 지역은 문화 보존 기능은 잘 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문화를 의미있게 계승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부분은 다른 지역에 비해 현격히 부족합니다. 이는 곧 충북다운 문화적 색깔과 끼가 부족한 문제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충북의 우수한 전통문화 자원으로 꼽을 수 있는

농요라든가 중고제 판소리라든가 또는 시조창 등은 전수 기능만 현재 남아 있지, 이것이 생활화되고 대중화되는 사회적 분위기는 전혀 형성이 안 돼 있어요. 그 다음에 문화 인프라 같은 경우에도 양적인 문화 인프라는 다른 시도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어요. 일부 지역은 문화 인프라가 전국 평균보다 더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문화 인프라를 활용하는 질적인 측면에서는 우리 충북이 현격히 떨어져요. 양질의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도 부족하고 전문직도 부족하고 예산 지원도 부족하고, 그렇다 보니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도민들의 시설 이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관람객 비중도 다른 지역에 비해 떨어집니다. 그래서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해야 주민들이 기존 문화 인프라를 활용하고 참여하고 즐기고 누릴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요구됩니다. 이는 문화시설을 짓는 것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현재 충북 예술인의 고령화, 문화예술인의 지역 불균형, 청년 예술인의 감소 등과 같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고, 이들 문제에 대한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 같습니다. 최근 충북문화재단에서 충북 예술인 실태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처장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 사무처장 “그 쪽에서는 할 말이 너무나 많지만 간략하게 요약을 한다면 충북이 가진 문화 자원을 어떻게 세분화하고 재배치하느냐의 문제라고 보는데요. 각각의 상황에 맞게 입체적으로 재배치하느냐의 문제가 관건인 것 같고요. 그 대상을 살펴보면 크게 사람과 공간, 시간이겠죠. 문화재단 이야기도 나왔었고 여러 행정조직에 대한 문제도 거론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충북에서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가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예요, 지금 충북의 4년제 대학의 예술대학도 없는 형편이고 충북예고 문제도 많이 지적이 되고 있구요. 또 2010년대 초반에 문화기획자를 양성한다고 많은 사업들을 했는데 양성만 해놓고 그다음은 책임을 못 져주는 거죠. 양성만 했어요.(웃음) 그 분들이 실제에서 필드에서, 현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까 그 인력풀이 그냥 다시 흩어져버리게 되는 거죠. 공간 같은 경우도 충북도, 또 청주가 도시와 농촌이 혼재된 지역이다 보니까 시나 군단위 같은 기초지자체 단위로 보면 시에서는 중소형 공연장이나 전시장 같은 유통 공간이 필요하고요. 그리고 군 단위에서는 지역 예술인들이 같이 연습하거나 협업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좀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형 공연장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고 도립미술관으로 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다양한 층위별로 존재를 하고 있고요. 예술가의 시간이나 예술의 시간은 전문성과 일상성 또 지속성의 관점에서 조화롭게 시간과 공간과 사람 이런 것들이 성장하고 서로 조화롭게 연결될 수 있는 그런 구조들이 많이 아쉽다라는 것이구요. 실태조사의 구체적인 대안을 요약한다면 사람, 공간, 시간의 세분화와 재배치로 정리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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