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 후 새로운 도전, 큰 상에 감사”
[동양일보]윤연옥
-1954년 충남 천안 출생
-청주여고, 충북대 사범대(물리전공) 졸업
-전 중등교장 정년퇴임(2016)
-한국문인 김소월백일장 운문부문 장원(2021)
-푸른솔문인협회 도민백일장 운문부문 장원(2022)
-새한국문학회 회원, 경암문학회 회장
내 어렸을 적 외가에서, 이른 봄이면 툇마루에서 햇볕을 안고 뒹굴었다. 그리고 가을이면, 홍시 하나를 밥사발에 담고 숟가락을 꼽아 주시던 외할머니가 계셨다. 혀끝에 녹는 달콤함은 무어라 말할 수업이 황홀했고, 감나무 꼭대기에서는 까치밥으로 남겨둔 감을 까치가 깍깍거리며 쪼아 먹고 있어 숟가락을 흔들며 깔깔대고 웃었었다.
그런데 지금 그 곳에는 나비가 우화하듯 크고 멋진 현대식 건물이 버티고 있다. 머릿속으로는 동강난 필름처럼 드문드문 어린 날의 추억이 스쳐 지나고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빼앗긴 듯 허전하고 슬프다.
아마 지금도 그곳 어디엔가는 할머니 향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 달큰한 냄새가 그립다.
전화가 온다. 낮선 번호다.
상냥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시가 당선 되었다고...
소녀시절엔 누구나처럼 문학소녀였고, 시집을 읽으며 괜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고, 메모지에 글을 낙서처럼 끄적거려 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후 내 삶의 궤적에는 열심히 사는 직장인이었을 뿐이었다.
정년퇴임 후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자 펜을 잡았다. 아직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큰 상을 준다니 그냥 감사할 뿐이다. 아마도 늦깎이 걸음 뒤처질까봐 주시는 채찍이라 생각한다.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동양일보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또, 당선을 함께 기뻐해 줄 모든 분들께 서릿발 속에서도 감도는 훈풍을 모아 보내드립니다.
모두가 행복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