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특별취재팀 현지 르포/ 국가균형발전 일본에서 찾다

지역 발전의 모델을 찾기위해 방문한 일본의 지방도시 다카마쓰시. 사진은 다카마쓰시가 자랑하는 심볼타워.

 

해가 바뀌어도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화두는 출산율 저하, 수도권과 지방의 발전 격차, 지방 소멸 등이다. 해마다 학자들은 이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책을 다양하게 건의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미래 한국을 고민한다면,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윤석열 정부도 이 과제에 대해 피해갈 수는 없다. 이에 동양일보는 일본 다카마쓰시, 나오시마섬, 카미야마 지역의 성공적인 사례를 5회에 걸쳐 소개하고 한국에 접목할 부분은 없는 지 살펴본다.

 

1. 갈수록 심각해지는 비균형발전
2. 다카마쓰 마루가메마치 상점가의 변신
3. 황폐화된 섬에서 관광지로 재탄생한 나오시마
4. 시골 마을의 재탄생 카미야마
5. 균형발전 대안은 없는가

한국 출신의 유명 작가 이우환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이우환 미술관이 일본 나오시마섬에 있다. 미술관 외부에 설치된 작품 무한문.

 

세계적인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지난 5월 한국 방문에서 “한국이 2750년이면 소멸할 위험이 있고 일본은 3000년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학자의 이 말은 상당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초저출생과 초고령화, 학령인구 감소,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인구의 감소세는 지방 소멸 위기로 이어진다. 수도권으로의 집중화는 물론 지방에서도 시골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농촌 지역은 통합을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지방소멸위험 지수가 0.5 미만일 경우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지수가 낮으면 변수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30년 뒤에는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118곳이다. 전체 228개 시군구의 52%를 차지한다.
특히 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인 소멸고위험지역은 51곳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20~39세 청년인구 순유입률은 소멸고위험지역 –27.3%, 소멸위험진입지역 –12.7%로, 정상지역 12.3%에 비해 크게 낮다.
일부 소멸위험지역은 5년간 청년인구 유출률이 40%를 넘겼다.
지금 이대로라면 지역균형발전은 실현되기 어려운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자립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해 5년 단위로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2004~2008년)을 세웠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역발전 5개년 계획(2009~2013년), 박근혜 정부 역시 지역발전5개년 계획(2014~2018년)을 수립했다.
문재인 정부도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세워 추진했다.
현 윤석열 정부도 그동안 분산 추진했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하나로 묶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략적 시너지를 기대하며 균형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은 중앙 권한을 지방에 분산하는 내용의 ‘지방분권법’과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균형발전법’을 하나로 통합한 법이다.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분권’과 ‘균형발전’을 모두 감안한 통합 정책, 즉 ‘지방시대종합계획’을 매 5개년 단위로 추진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주하고 있지만 행정에만 맡기고 자발적인 참여가 수행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헛수고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다카마쓰시의 마루가메마치 상가 간판. 재개발을 진행 중인 마루가메마치 상점가는 시의 상징이 될 만큼 놀라운 변화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일본의 다카마쓰시 마루가메마치 상점가의 새로운 변신, 나오시마섬의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 카미야마초의 인구 증가는 그래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마루가메마치 상점가는 전통의 구도심 상점가가 침체의 일로에서 민간이 주도하고 다카마쓰시가 지원하며 부흥을 일으켰다.지방도시가 만만치 않은 구도심 상가 재개발 사업을 통해 일본 열도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것이다.
어떠한 방법을 강구한 것이고, 이를 벤치마킹할 수는 있는 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나오시마섬의 이야기도 마치 전설처럼 들릴 수 있다.
황폐화된 섬이 한 기업가의 깊은 애정과 섬 마을 사람들의 협력으로 이제는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됐다.
후쿠타케 재단 후쿠다케 소이치로 이사장은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관들과 미술작품으로 수놓은 고택을 만들어 냈다.
미술관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땅 속 지추미술관과 한국 출신의 이우환 작가 미술관, 호텔 속 미술관인 베네세 뮤지엄을 탄생시켰다.
마을은 ‘이에프로젝트’를 통해 오래된 주택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는 놀라운 변화를 이끌었다. 주민들과 함께 한 결과였다는 점이 더 의미있다.

일본의 시골마을 카미야마초. 이 마을은 외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고, IT회사들의 위성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도쿠시마현에 있는 카미야마초(神山町) 마을의 ‘승승장구’도 지역 소멸을 이겨낸 대표적인 사례다.
고령화율이 높은 시골 마을에 청년들이 찾아오고, 기업에서는 이 마을에 지부를 설립하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외국 작가들은 바다를 건너 일본의 이 작은 마을을 방문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결혼을 하고 정착하면서 인구가 늘고 있다.
기이하기까지 여겨질 작은 시골마을의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을에는 예술작품이 함께 하고, 방문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어린이들도 증가하며 노인들만 있던 시골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지역과 수도권의 발전차가 더 벌어지며, 지방은 아예 소멸을 걱정하는 이 시대에 이들 지역의 변신이 어떻게 이뤄졌는 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정규 기자 siqjaka@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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