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재생에 성공한 다카마쓰시의 마루가메마치 상가 입구. 양쪽에는 상점가 주차장(왼쪽)과 신축된 주택(오른쪽)이 자리잡고 있다.
재생에 성공한 다카마쓰시의 마루가메마치 상가 입구. 양쪽에는 상점가 주차장(왼쪽)과 신축된 주택(오른쪽)이 자리잡고 있다.

[동양일보 박은수 기자]

2. 다카마쓰 마루가메마치 상점가의 변신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동양일보 취재진이 다카마쓰시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현장에서 느낀 점을 한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버블경제 위기에 놓였던 1980년대 일본.

시코쿠의 ‘현관 도시’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상업적 교류가 있었던 가가와현의 다카마쓰시는 한국의 명동을 연상케 하는 지역이다.

마루가메마치의 상징물 중 하나인 유리 돔 아래 명품관을 비롯한 다양한 상점이 위치해 있다.
마루가메마치의 상징물 중 하나인 유리 돔 아래 명품관을 비롯한 다양한 상점이 위치해 있다.

 

다카마쓰시의 주요 상권 중 하나인 마루가메마치 상점가는 1988년 40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그러나 같은 해 나오시마섬과 연결되는 세토대교의 개통과 연락선 폐지, 1998년 아카시 해협대교 개통, 2003년 다카마스 자동차 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교외 대형점이 들어오고 소비 지역이 다양화됐다.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골목. 평일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골목. 평일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

 

마루가메마치 상점가는 급속도로 몰락했다.

상점가 조합이 머리를 맞대고 자구책을 구상한 시점이 바로 이때다.

부친의 점포를 물려받으며 이곳에서 상권 활성화 활동을 했던 마루가메마치상점가진흥조합장 후루카와 고조(古川康造·66)씨는 쇠퇴하는 상권을 살리고자 주민주도의 상권 살리기에 돌입했다.

후루카와 고조(古川康造) 마루가메마치상점가진흥조합 이사장이 상가 재개발의 뼈대가 됐던 정책인 '정기차지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후루카와 고조(古川康造) 마루가메마치상점가진흥조합 이사장이 상가 재개발의 뼈대가 됐던 정책인 '정기차지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토지 소유와 건물 사용의 분리하는 정기차지권을 이용해 상가 재개발 방안을 구상하고 건물 사용의 경영을 외부화시키기 위해 ‘다카마쓰 마루가메마치 마을 만들기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토지주와 건물주의 권리를 분리함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상권이 형성될 수 있도록 했다.

‘마루가메마치 마을 만들기 주식회사’는 정부로부터 저리의 보조금을 받았다.

토지주와 건물주에게서 토지·건물을 제공받고 지대와 월세를 얻도록 했다.

후루카와 고조(古川康造) 마루가메마치상점가진흥조합 이사장과 동양일보 취재진들.
후루카와 고조(古川康造) 마루가메마치상점가진흥조합 이사장과 동양일보 취재진들.

 

현재 토지주에게는 주식회사 수익금의 연 8%를 배당하고 있다.

원도심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토지관계에 대해 정기차지권 제도를 활용해 국·공유지와 토지를 장기 저리로 임대하고 활용하는 방안이 재개발 수단으로 고려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루가메마치 상점가는 명품 시계 브랜드 바로 옆에 보세 옷가게가 있는 등 기존의 전통 점포와 해외 유명 브랜드가 혼합돼있다.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진흥조합 사무실. 6층에 위치해 있다.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진흥조합 사무실. 6층에 위치해 있다.

 

또 주차장, 편의시설(병원, 간병시설, 목욕시설, 영화관 등), 주택가 등이 어우러져 있었다.

후루카와 고조(古川康造) 마루가메마치상점가진흥조합 이사장은 “일본에서도 지역창생을 위해 중소도시에 지원금을 주는 등 정책을 펼쳤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면서 “중심시가지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쇼핑가의 활성화가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3개의 상점가가 만나는 지점인 마루가메마치 일번가 앞 돔 광장. 이 곳에서는 각종 공연과 이벤트가 열리곤 한다.
3개의 상점가가 만나는 지점인 마루가메마치 일번가 앞 돔 광장. 이 곳에서는 각종 공연과 이벤트가 열리곤 한다.

 

그는 “한국의 전통시장도 우리가 겪었던 진통을 앓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이제는 정부 주도가 아닌 주민, 상인들이 주축을 형성해 변화를 시도해야만 가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데에 다른 국가들도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비전 있는 민간 주도의 사업을 통해 지자체를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래야 행정기관 또한 주민들이 정녕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고 해결하는데 구체적인 도움을 줄수 있다”고 했다.

상점가 변두리에 위치한 백십사 은행.
상점가 변두리에 위치한 백십사 은행.

 

향후 계획에 관해서는 “주민들을 위한 시설 확충에 꾸준히 힘쓸 것을 약속하며 상권 활성화를 통한 인구유입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마루가메마치 상점가는 총 7개의 구획으로 나눠 서로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A구역은 백화점 입지를 살린 고급브랜드 중심, B,C 구역은 의료시설과 패션거리, D구역은 예술·문화 거리 등으로 꾸며져 있다. 현재 이 중 두 개 구역이 재개발 완료 상태며 나머지 구역은 점포 상인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핀란드의 유명 의류매장과 일본 잡화점이 함께 있는 이색적인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핀란드의 유명 의류매장과 일본 잡화점이 함께 있는 이색적인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도심 상점가에 명품 브랜드 매장과 백화점이 공존하는 점은 한국 지방의 상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집객 효과를 최대화 하려는 전략적 측면이 엿보인다.

여기에 주택 단지를 함께 배치하고 병원도 유치해 인근 주민들이 쇼핑과 의료 등 정착에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한 점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상점가의 활성화를 위해 행정기관도 물론 적극적인 정책을 폈다.

다카마쓰시는 2001년부터 ‘다카마쓰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재개발 사업’을 시작, 1, 2, 3기로 나눠 완료할 계획이다.

후루카와 고조(古川康造) 마루가메마치상점가진흥조합 이사장
후루카와 고조(古川康造) 마루가메마치상점가진흥조합 이사장

 

시는 상점가 전체를 A~G 구역으로 구분해 순차적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양 끝 지역인 A와 G구역은 마무리했으며, 나머지 구역에 대한 공사가 한창이다.

다카마쓰시는 개발사업과 함께 연간 400~500회에 달하는 행사를 상점가에서 열며, 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루가메마치 상점가 활성화 사업은 다카마쓰시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상점가에서는 작은 카페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나란히 있는 색다른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상점가에서는 작은 카페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나란히 있는 색다른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오카다 미쯔노부(岡田 光信) 다카마쓰시 도시정비국 도시계획과장은 “조합이 상권 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해 건의하면 시는 이에 대한 관리계획을 승인하고 구역을 지정해주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상인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게 되었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지역 발전을 보이고 있는 다카마쓰시의 고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청년층들은 대도시의 대학으로 빠지고 그곳에서 취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일자리 창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기쁘고, 한국 또한 겪고 있는 원도심 공동화 현상을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번창했던 시기를 지나 침체기에 빠졌던 다카마쓰 마루가메마치 상점가의 부흥은 지방 행정기관의 노력과 더불어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 민·관이 손을 잡고 방안을 강구해 해결책을 찾아낸 것이다. 박은수 기자 star0149@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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