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와 암기식 교육방식에 매달리는 현 교육 현상 심각, 인성이 첫째 그 위에 학력 쌓아야만 아름다운 청소년기 거쳐 건강한 문화시민 될 것…”

[동양일보]어떤 지역을 일컬을 때 대체적으로 그 지역에 있는 유명산이나 강, 명승고적을 찍어 이해를 돕는다. 이에 못지않게 지칭되는 것이 그 지역 출신 유명인물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유명 인물은 두말 할 것도 없이 그 지역의 자산이다.

충북 괴산 출신 중산中山안동준(安東濬· 1919~2010)선생도 그러하다. 그는 일본 주오中央대를 나와 광복이 되자 귀국한다. 육군사관학교(특7기)를 나와 창군에 참여하고 국방부정훈국장(대령)등을 거쳤다. 정계에 입문하여 3대 국회의원(국방분과위원장)과 5,6대 국회의원(예산결산위원장)등 정치가로, 1965년 학교법인 충주미덕학원을 설립해 충주미덕중학교와 충주상업고등학교를 같은 해 개교 육영사업에 열정을 쏟았다. 그는 생전에 ‘한국고전연구회’를 설립1978하여 한.일 고대사연구에도 몰입해 ‘민족문화논총’(전10권), ‘중산시조선’1,2,3권, ‘예절대요,존교록’1,2,3권, ‘동이한족 5천백년 왕통사’ 등 30권에 이르는 저작을 펴낸 저술가이자, 1978년부터 12회에 걸쳐 세종문화회관에서 ‘중산서예전’을 비롯, ‘전국유명가훈전’을 연 인정받는 서예가이기도 했다.



충북의 중부권이 물난리로 망연자실해 있던 중순을 지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 28일 오후 2시, 충주시 호암동 33 학교법인 충주미덕학원 이사장실을 찾았다.

안건일(81)이사장-.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대학원-대학교수 등 30년을 넘게 살아온 ‘미국물’이 밴 훤칠한 노신사다. 글 앞에서 소개한 중산 안동준 선생의 장남이다. 호는 중산中山이지만 생전의 업적이 대산大山인 부친의 그늘에 가리어 오히려 소심해 보이지 않을까싶었는데 기우杞憂였다. 초면의 사람을 맞는데도 복장과 태도가 자유롭고 소탈疏脫했다. 쉽게 가슴을 열어 2시간의 인터뷰 내내 묻는 이를 편안케 했다.

 

 

●미국에서 교수로 20년, 한국에서도 교육계에 30년 넘게 몸 담으셨습니다. 1992년에 충주중산외국어고(현 충주중산고)를 설립, 초대 교장을 하셨더군요.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면?

“입시위주로 모든 교육이 맞춰져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열린 사고思考로 응용력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암기식 일변도로 시험답안지 작성하는데 몰입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 그러니 시험이 끝나면 모두 잊어버리고 정작 인생을 살아가는데 쓸모 있는 상식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청소년-청년시기의 앎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큰 낭비입니까? 실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고등학교쯤에서는 아예 체육시간이나 예능시간 등이 무참하게 팽개쳐지기가 일쑤예요. 중·고 시절이 일생에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매우 중요할 때 아닙니까? 우리 때만 해도 오후에 일찍 끝나면 얼마나 자유롭고 신이 나서 활력이 넘치지 않았습니까? 공도 차고, 몰래 극장도 가고, 동네친구들과 몰려다니고…그런 어릴 때의 그 아름다운 추억들이 큰 재산인데 지금 보세요. 하루 종일, 야간학습까지 발목을 잡아놓고 있습니다. 청소년기가 아름다워야 건강한 문화시민으로 성장하는 것 아닌가요? 참, 안타까워요.”



●미덕학원 산하 중,고등학교들의 교육방향은 좀 다른가요.?

“일선 학교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이념이나 방침이 있어도 한국교육제도의 틀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미덕학원는 인성 위에 학력이란 점을 일깨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덕중-충주상고-중산고의 교직원들이 다른 학교의 교직원들 보다 그런 면에서 다르다는 평가를 시민들이나 학부모들에게서 들을 때면 참으로 기쁩니다. 설립자 육영의 뜻이 단군성조의 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의 구현이니까요.”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쉽게 풀이하면 어떤 뜻일까요?

“홍익인간이라 함은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함이요, 이화세계는 ‘이치로써 다스려진 세계’라는 사전적인 풀이로 보면 쉽지요. 학자에 따라 ‘홍익인간의 이념은 하늘과 인간은 하나이며, 이화세계는 인류의 삶터인 자연을 사랑한다는 의미’라고도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학원의 이름인 ‘미덕美德’의 뜻이 ‘도덕적으로 바르고 아름다운일’이니 이를 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산 선생께선 미덕학원 설립 이전에도 육영에 뜻을 두셨다 들었습니다.

“해방이 되자마자 서둘러 일본에서 귀국하셨고 곧바로 창군創軍작업을 하셨어요, 귀국해 고향인 괴산군 감물면 이담리에 와 보시니 초등학교가 없어 누구도 한글을 배울 데가 없더랍니다. 그래서 서둘러 1947년에 사재를 털어 이담초등학교를 설립해 국가에 헌납하셨습니다. 군인이면서 교육에 일찍부터 열정을 갖고 계셨던 것으로 압니다.”



●괴산군에서 큰 인물이 많이 나왔다지요?

“한국의 근 현대사에서 정계나 문화예술계에 이름난 분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도 괴산군 청천면 출신 인사들이 많은데, 언뜻 떠오르는 인물만도 자유당 때의 이기붕 부통령, 김사만 국회의원, 국졸 의사이자 서예가 김사달, 김종호 국회부의장, 김영환 현 충북도지사…등이 있지요. 괴산엔 또 감물면과 장연면에 걸쳐있는 박달산(825ⅿ)이 있는데 이 곳 사람들은 이 산을 ‘영산靈山’이라 하여 신성하게 여깁니다. 정상이 3개의 산봉우리로 되어 있는데 이 봉우리의 정기를 받았다는 3명의 큰 인물을 일컫고 있습니다. 천주교 103성인 중 한 분인 황석두(黃錫斗·1833~1866·장연면 방곡리)성인, 대순진리회 창시자 박한경(朴漢慶·1917~1996·장연면 방곡리)도전, 단군정신을 현창한 중산 안동준(감물면 이담리)선생이 그분들입니다. 모두 당대는 물론 현세까지도 그분들의 빛나는 생애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부친께서 남기신 많은 유품 중 서예작품이 유독 많다 들었습니다.

“아버님은 생전에 보신 신문 한 장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셨습니다. 언제 시간 나시는 대로 미덕학원에 있는 중산교육관(60평)을 돌아보시면 놀라실 것입니다. 생전에 받으신 서한만도 13만 통이 있습니다. 서예작품도 3만 점쯤 됩니다. 우리나라 성씨일람 등도 좋은 자료지요. 얼마 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유품을 살펴보았는데 오는 10월 27일 ‘중산 안동준 소유품’ 분석내용을 발표 한다 들었습니다.”



●‘원구지원圓丘之苑’이란 곳이 있던데요?

“부친이 생전에 민족의 국경일인 개천절에 단군성조를 모시는 제사를 지내기 위해 향리 터에 1300여평(4,543평방미터)에 사재로 조성하신 원형제단인데, 청소년 전통예절교육수련장소로 보시면 됩니다. 건평 100여평(365평방미터)의 2층 석조 건물로 ‘개천절’엔 괴산군민과 각계 지도자와 학생들이 참여하여 민족정기를 앙양하는 행사를 치릅니다. 2013년부터는 괴산군과 중산아카데미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석조건물 1층은 간이식당, 제례용품 집기 보관 공간이고, 2층은 시제를 올리는 장소입니다. 전국에서 유일한 민간 주관의 개천절 행사장일 것입니다.”



●일반인 방문도 가능한가요?

“원구지원 경내엔 이승만 건국 대통령을 비롯, 박정희 대통령, 백범 김구 선생, 면암 최익현 선생,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6.25한국전쟁 참전 16개국 참전군 현황, 국회의원 등 국민의 추앙을 받는 인물의 기념비석과 석탑이 세워져 있어 가족들과 함께 관람하셔도 좋을 곳입니다. 언제나 문은 열려 있고, 단체나 사전 방문예약을 하려면 중산고 행정실(☎043-851-2783)로 연락 주시면 친절하게 안내해 드립니다.”



●부친에 대한 느낌은 어떠신지요.

“살아계실 땐 부자간의 관계가 돈독하다거나 존경심 일변도가 아니었음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군인 출신이셨고, 정치가여서 다정다감한 분도 아니고 밤늦게 집에 들어오시면 아침 일찍 나가셔서 가족들은 얼굴 뵙기조차 어려웠지요. 일 욕심이 많으셔서 가족보단 일에 묻혀 사셨어요. 학구적이고 진취적이셨는데 국가나 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유별나셨지요. 더구나 저는 청년기와 장년기를 미국에서 보냈으니 문화적인 격차도 컸지요. 학교법인을 물려받아야 한다하여 억지로(?)귀국해 오늘에 이르지만, 나이가 들고 책임이 무거워지다보니 아버님의 유업이 막중하다는 것, 육영사업의 뜻이 얼마나 지고至高한 것인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왜 일찍이 그런 아버님을 돕고자 하지 않았는가 반성도 하지요. 그러다 80이 넘어섰어요.”



●충주시내에선 미덕학원이 공부 잘 가르치고, 영어 잘하고, 좋은 학교 많이 가고, 취업 잘한다고 입을 모으던데요?

“고마운 말씀들이지요. 미덕학원은 앞서 말한 대로 인성위에 학력이라는 대 전제를 하고 있습니다. 명문 학교법인의 명가名價를 밖에서는 입시와 취업률로 평가를 하지요. 충주미덕중(교장 김미석·61)은 2010년 전후하여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1등을 했지요. 충주상고(교장 김영교·61)는 취업률 최고의 금자탑을 유지해야 할 것이고, 충주중산고(교장 이병근·60)는 매년 서울대 4명 합격으로 충주지역 대표고등학교가 되었지만, 현 6학급에서 8학급으로 증설된다면 분명히 합격률은 훨씬 뛰어 오를 것입니다. 전 이사장으로 선생님들이 학업지도에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책무를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서예에 일가견 있으시다 들었습니다.

“어려서 훈장을 하시던 조부님에게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디 내놓을 정도는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하다보면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인전을 12차례나 하셨던 아버님 수준가까이 까지는 가지 않겠나 욕심내 봅니다.”



●가족은?

“아내(이유경·77·충주중산고 교장 퇴임)와 아들(안광선·53·미국거주 사업가)이 있습니다.



●소망이 있으실 텐데요.

“미덕학원 1400명 학생들과 180명에 이르는 교직원들이 사립학교만이 갖는 특별한 교육이념의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지역과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사학’의 주역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지요. 덧붙인다면, 충주상고의 외식조리과 관광레저과 스마트아이티과 등이 현재처럼 가장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충주중산고가 학급증설이 되어 유수대학 입학률이 쑥 올라갔으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우리의 소명은 첫째도, 둘째도 이 지역청소년들에게 인성과 학력을 갖춘 인재로 육성해 배출하는 것임을 늘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폭염의 날씨에 성심껏 응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빠른 기간 내에 괴산군 감물면 이담리 안 이사장님 고향에 설립된 계담서원이며 원구지원, 학원 내에 있는 중산교육관 등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학교법인 미덕학원에 만인이 우러르는 빛기둥이 세워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조철호 시인·동양일보 회장
조철호 시인·동양일보 회장

 

■ 동양일보 회장·시인

 


■안건일 이사장은…



△1942년 충북 괴산 출생 △경복중·고, 미국 하와이대 졸 △미국 훠트 헤이스주립대 국제정치학 석사·미국 조지아대학원 정치학 박사 △미국 메인대 행정학 조교수·동 대학 종신교수·부교수 △건국대, 중앙대, 동국대 교수 △ 충주중산외국어고 교장△한국중등교장협의회장 △세계교장협의회장 △현)학교법인 충주미덕학원 이사장 △현) 사)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충북도회장. 현) 충주시 호암동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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