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스승들의 ‘중흥’ 부활시키고파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창작 기반 강화 지원과 무용예술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품격 있는 콘텐츠로 함께 누리는 충북무용을 만들겠습니다. 투명한 운영과 발굴지원책으로 회원이 누리고 머무르고 싶은 지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관기관과의 연대강화를 통해 무용계 활성화와 예산 확보에 주력하겠습니다”
지난해 2월 치러진 협회장 선거에서 박정미(56·충북예고 교사) 충북무용협회장이 내건 공약들이다.
취임한지 1년이 더 지났다. 잘 지켜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여의치 않은 듯 고개를 젓는다.
지난 5일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는 33회 충북무용제가 열렸다. 유치원생부터 일반에 이르기까지 1층 객석을 가득 메운 8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3편의 축하공연과 2편의 경연작이 펼쳐졌다. 다소 단출한 공연무대였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축하공연으로 초대한 발레공연은 어린 관객들의 호응과 탄성을 자아냈다. 단순히 지역에서 흔치 않은 공연이어서가 아니다.
박 회장이 적은 지원금을 쪼개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초대공연을 유치한 것은 지난해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 출품작들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함도 있지만 미래의 무용 인프라가 될 어린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내년에도 또 무용공연장을 찾을 테니까.
박 회장에 따르면 청주에 어린 무용수는 많다. 대여섯 살 아동들이 엄마 손에 이끌려 태권도장이나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등에 다니듯 무용학원도 그중에 하나다. 그날의 어린 관객들도 대부분 무용학원 수강생들이다.
그들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이면 재능 여부에 따라 그만두거나 전공자가 되기도 한다. 전공으로 진로를 정한 학생은 또 둘로 나뉘어 아예 서울로 가거나 충북예고로 진학한다. 그가 시내 학원계와 연대를 지속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의 무용인프라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
박 회장은 “도내 대학에 무용과가 남아있는 대학이 한 곳도 없다. 실용화, 생활화를 추구하는 시대 흐름에 순수예술이 위축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소연한다. 지역에 남아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사라져 맥이 끊기고 이로 인한 지역무용계의 노령화도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거기에 도내 최대 무용잔치라고 할 수 있는 충북무용제에 대한 지원금은 늘기는커녕 해마다 삭감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작은 것부터 다져나가자 마음먹었다. 전 집행부에 이어 투명한 운영과 소통으로 협회 내실을 꾀하고 부족한 예산은 지속적인 건의와 발로 뛰는 스폰서 유치로 충당했다. 청주시립무용단 등 다양한 예술단체와의 협업을 위해 협회 소속이 아니어도 무용제에 출품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박 회장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충북에는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대 스승님들이 계시다. 박재희 교수님을 비롯해 강혜숙, 윤덕경 선생님 등 그분들이 활동하시던 시절의 충북 무용은 그야말로 중흥기였다”며 “그 중흥기가 다시 부활하는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무대와 도민을 연결하는 끈이 되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경북 김천 출생으로, 청주사범대(현 서원대) 체육학과(무용 전공)를 졸업하고 문광부장관상, 충북무용대상, 전국무용제 금상 등 다수 수상했다. 현재 충북예고 교사로 재직 중이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