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청주필한방병원장
[동양일보 박은수 기자]5월부터 기승을 부린 더위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과 치솟는 물가로 인해 가정마다 근심이 많다. 최근 정부 지원으로 인해 다소 주춤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2만원을 훌쩍 넘는 수박 한 통을 선뜻 집어 들기 위해서는 나름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진료실에선 어떤 과일을 그리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지 묻는 환자분들이 늘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섭생(攝生)’을 강조해왔다. 한의학에서의‘섭생(攝生)’은 먹고 입고 자는 것 즉 일상생활을 잘 관리하여 병에 걸리지 않고 천수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계절별로 먹어야 할 음식, 계절별로 일어나고 잠들어야 하는 시간 등 계절에 따른 일상생활에서의 관리를 중요시했다.
그럼 무엇부터 해야 여름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식료치병(食療治病), 동의보감에서는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고 그 다음 약을 쓴다고 했다.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에서는 공통적으로 수박, 참외, 복숭아, 포도, 자두, 토마토 등 대부분의 여름 과일이 수분을 보충하고 진액을 만들어 내어 갈증을 줄이고 열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각각의 과일들에 따라 약처럼 활용되는 쓰임새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오늘은 이 중에서 수박, 참외, 자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 한다.
먼저 요즘 이슈가 되는 수박은 과육은 물론 씨와 껍질까지 모두 약이 되는 과일이다. 과육의 거의 대부분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수분 보충에 탁월하고, 칼륨이 다량 함유되어 이뇨작용에도 효과적이다. 아울러 부종 완화 효과가 있어 신장질환 및 비만체질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그리고 수박 껍질은 땀띠와 같은 피부질환 시 진정작용이 우수하고, 수박씨는 콜레스테롤을 낮춰 배변 활동과 노화방지에도 효과적이다. 다만, 손발이 차고 소화력이 좋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과다 섭취 시 탈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참외는 과육의 97%가 수분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등 탈수증상이 있는 경우 효과적이고, 간에 열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어 원활한 이뇨활동 및 체력을 회복하고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껍질과 씨를 모두 먹을 경우 그 효과가 배가 된다는 점, 수박과 마찬가지로 몸이 찬 사람들과 당뇨가 있는 분들은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두는 갈증을 멎게 하고, 식욕증진을 꾀하며 숙취 해소와 과로 시 간과 신장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특히 항산화작용을 하는 비타민 A,C,E가 풍부하여 혈압조절에 효과적이고 다량의 칼륨을 함유하고 있어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은 과일이다. 다만, 수박, 참외와 같이 과다 섭취 시 배탈이나 설사를 일으키고,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신장 결석을 불러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하난장섭(夏難將攝)’, 동의보감에서도 사계절 중 여름철이 건강을 지키기 가장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여름 과일을 잘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과유불급(過猶不及), 나의 건강 상태를 잘 파악하고 과일의 효능을 이해한 상태에서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