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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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비만은 만병의 근원으로 인류 건강의 최대 적이다. 세계 인구 1/8이 비만이고 국내 성인 비만율은 38%에 이른다. 비만은 체지방 과다 축적으로 체중이 증가한 상태로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과잉 섭취에 의한 에너지 불균형으로 일어난다. 내장지방 축적에 의한 복부비만은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관상동맥질환, 뇌졸증, 비알콜성지방간 등 대사증후군 위험을 높여 만병의 근원이다.



비만치료제 광풍이 불고 있다. 비만,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등을 대사성 질환이라 하는데 식생활과 연관돼 있다. 위와 장은 뇌와 서로 연결되어 식욕 중추를 자극하거나 억제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위장관 호르몬인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위억제펩타이드(GIP), 글루카곤(CGC)은 뇌에 신호를 전달해 배고픔과 식욕, 포만감을 느끼게 해 무한정 음식 섭취를 막아주는 리모컨 역할을 한다. 최근 서울의대 연구진이 GLP-1 비만약이 뇌의 배부름 중추에 작용해 음식 먹기 전 음식인지만으로 배부름이 증폭되는 체중감소 기전을 최초로 밝혀 ‘사이언스’지에 등재했다.



비만치료제는 약물 작용방식에 따라 분류되는데 위장관 호르몬인 GLP-1, GIP와 연관된 포만감유도제가 만병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1970년대 약물치료가 힘든 고도비만 비만대사수술 환자에서 식욕을 억제하고 위내용물의 장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GLP-1이라는 호르몬이 발견되었다. 이 호르몬을 비만, 당뇨병 치료에 적용했지만 짧은 체내반감기로 실패하고 반감기가 긴 독도마뱀 유래 ‘엑센딘-4’를 활용한 ‘엑세나타이드’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이후 GLP-1 유사체인 ‘세마클루타이드’가 주성분인 위고비는 비만, 오젬픽은 제2형 당뇨치료제로 승인되었다.



노보노디스크사의 위고비는 인슐린을 유도하는 GLP-1이 뇌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억제, 위장관 운동저하, 혈당감소로 포만감을 높여 주 1회 주사로 15% 체중감량 효과가 있다. 위고비 대항마인 일라이 릴리사의 GLP-1, GIP수용체에 동시작용하는 이중작용제 ‘티르제파타이드’가 주성분인 ‘젭바운드’는 비만, ‘마운자로’는 제2형 당뇨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젭바운드는 위고비 보다 높은 체중감소 효과에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은 낮고 가격은 저렴하다. GIP가 GLP-1 RA의 약리학적 이점을 높여 위장관 부작용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CGC는 포만감 조절과 함께 에너지 소비와 지질대사 조절에도 관여한다. 이들 호르몬의 장점을 살린 GLP-1/GIP/CGC 3종 호르몬수용체에 작용하는 삼중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가 개발 중이다.



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열풍인가? 최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로 비만 치료에 적용되고 비알콜성지방간, 심혈관질환, 퇴행성뇌질환(치매, 파킨슨병), 수면장애, 난임치료 외에 비만 관련 특정 암에 대한 예방효과 때문이다. 최근 당뇨 환자에 적용시 시력저하와 실명 가능성이 4배나 높다는 연구도 있지만 도파민 분비를 조절해 식욕억제 효과 외에 음주, 흡연, 마약 욕구까지 억제해 모든 병을 예방하는 ‘21세기 만병통치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만치료제는 초고가이기에 부자들은 더 슬림해져 비만은 가난의 징표가 될 것 같다. 위고비는 작년 4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물량 부족으로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고 있다. 국내 제약사도 여러 제형의 비만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 머지않아 블록버스터 국산 치료제 출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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