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 / 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동양일보]극한 폭염과 극한 호우로 견디기 힘든 여름이다. 극한 이상 기후는 온실가스 배출, 탄소배출 증가에 의한 지구 온난화, 엘리뇨 등이 원인이다. 이런 기후 변화에 적응못한 동물들은 멸종 위험이 있지만 극한 환경에도 놀라운 생존력을 가진 동물들이 있다. 이들 극한 동물들의 생존 비밀을 배우고 극한 폭염을 슬기롭게 극복하자.
우주 최강의 극한 동물은 물곰(곰벌레)이다. 크기 1mm 이하의 진드기 유사한 완보동물(느리게 걷는 동물)로 영하 273도 극저온, 영상 151도 온천열, 심해 마리아나 해구보다 6배 높은 수압 등 지구상 어디에도 생존한다. 산소나 물 없는 공간, 치사 방사선 1000배 농도에 피폭돼도 살아남는 불사조 동물이다. 최근 물곰의 특정 단백질이 인간의 신진대사를 늦추고 극한 환경에도 견딜 수 있는 노화 억제의 비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었다.
극한 추위에 적응한 동물이 있다. 남극 황제펭귄이나 북극곰은 방수 기능이 있는 두꺼운 털과 지방층으로 덮여 체온을 유지하여 극한 추위에도 견딜 수 있다. 극한 건조 환경에 적응한 동물이 있다. 사막폐넥여우는 가장 작은 체구의 여우로 큰 귀는 체열을 방출하여 체온을 조절하고 두터운 털로 덮인 발바닥은 사막의 모래 열기를 견딜 수 있다. 캥거루쥐는 먹이 소화 시 생기는 수분과 공기에서 물을 얻고 습도가 높은 밤에만 활동해 효율적으로 수분을 관리한다. 농축된 똥과 오줌을 먹는 식분 행위로 수분 총량을 줄여 평생 물 없이도 살 수 있다.
낙타는 단열재 역할을 하는 털, 한 번에 엄청난 물을 마실 수 있는 큰 입, 호흡시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코를 가졌다. 밤에 차가운 사막 공기가 복잡하게 꼬인 비강을 통과하면 비강 온도가 낮아지면서 물이 응결되어 수분 60%를 재사용한다. 등에 난 혹속의 지방을 이용하여 물을 보충한다. 모래도마뱀붙이는 안개가 낀 날 온몸에 적셔진 수분을 섭취해 갈증을 해소하고 사막거북은 우기에 방광에 소변을 저장해 1년 이상 물을 마시지 않고도 살 수 있다. 도깨비도마뱀은 온몸에 덮인 크고 작은 가시모양 피부 주름사이의 홈에 물을 잡아두어 입으로 보낸다.
치명적 환경에 생존하는 동물이 있다. 3,000m보다 깊은 심해는 높은 압력, 완전 암흑, 낮은 온도 등 상상하기 힘든 극한 환경이다. 심해 아귀는 큰 입, 날카로운 이빨과 매우 유연한 몸체 구조 및 특수 효소가 있어 높은 압력에도 버틴다. Yeti게는 270~380℃의 열수구 근처에도 생존한다. 해파리는 몸 안에 소금물을 축적시켜 희석된 소금물에도 살 수 있다. 갈매기는 부리를 통해 바닷물을 토해 염분을 제거하여 생존한다. 고산 지대에 사는 야크는 큰 폐와 많은 적혈구로 산소 흡수율을 높여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두꺼운 털은 추위를 막아주고 강력한 다리는 산악 지형의 적응에 적합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극지방이나 열대 지방과 같은 극한 기후에 사는 종들이 멸종에 불균형적으로 취약하며, 생존 온도 범위가 15°C 미만의 좁은 동물들이 멸종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지구 온난화와 큰 폭의 기후 변화가 극한 동물에게도 치명적인 것을 시사한다. 극한 동물의 생존력을 연구하는 적응과학은 인간이 미래의 이상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할 수 있는 지혜와 영감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