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재생사회적협동조합 사무장 유성현

[동양일보]성안동 동네기록관(이사장 박종명)은 ‘한복 문화 거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예쁜 한복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성안동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6.25 전쟁 이후 처음 이 동네가 형성되었을 때만 해도 대목이 오면, 예쁜 빛깔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명절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며 활기찬 거리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한복에 대한 의미와 중요도가 점점 약해지면서 거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한복을 찾는 사람이 줄어서 이전과 같은 분위기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아직도 골목마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동네의 정체성을 되살리기 위해 문화재단으로 도움으로 시작된 ‘동네기록관’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거리의 역사와 더불어 사는 주민들의 삶 속 이야기로 채워가며,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성안동 동네기록관은 지난해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구술 인터뷰를 진행하여 그들의 삶과 거리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기록하였고 이를 단행본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지역문화재생사회적협동조합 사무장 유성현
지역문화재생사회적협동조합 사무장 유성현

 

동네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마을 주민 열 분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다들 연세가 많으셨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나이가 많았던 분은 올해 90세 되신 어르신이었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70년대부터 이곳에서 보내고 이곳을 잘 안다고 생각한 나도 잘 모르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어르신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그분은 젊은 시절, 이 거리에서 가족과 함께 한복 가게를 시작했고, 활기로 가득했던 거리의 황금기 모습을 상세히 말씀해 주셨다. 이 어르신께서 자신이 겪은 6·25 전후의 변화와 거리의 변천사를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설명하시는 것을 듣고 어떻게 한복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하여 동네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생생한 기억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터뷰를 엮어 '남문, 주단길을 거닐다'라는 책으로 출판하고, 청주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이 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릴 기회를 제공했다. 이 책은 동네기록관 사무실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처음 주민들에게 공개하였고, 주민들은 동네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이 담긴 책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며, 공감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출판기념회는 12월 23일 마을 주민들을 초청하여 진행하였는데 우리 지역의 9팀 정도가 플리마켓을 열었고, 참여해 주신 주민들을 위한 체험도 진행하였다. 1층에서는 공연과 함께하는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2층에서는 동네기록관이라는 감성에 어울리는 느린 우체통을 설치하여 엽서를 쓰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연말 분위기가 더해져서 그런지 그날만큼은 오랜만에 거리에 활기를 가져왔고, 개인적으로도 굉장한 보람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동네기록관은 실제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역사를 보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네 주민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감하고 동네의 활성화에 큰 이바지 하고 있다.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장소를 넘어, 지역 주민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성안동은 마치 38선처럼 육거리 시장, 중앙공원과 중앙로가 나뉘어 전혀 다른 세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동네기록관 프로젝트가 우리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더 나아가 젊은 세대들이 발길을 돌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여 세대 간의 교류와 이해를 증진하는 가교역할을 하여 옛 활기를 되찾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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