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선규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동양일보]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거의 모든 기록들을 갈아치운 역대급 무더위가 드디어 끝나고 추석 명절이 있는 가을이 왔다. 하지만 긴 무더위 속 지친 때문인지 최근 ‘갑자기 목이 돌아가지 않아요’, ‘어깨가 돌덩이처럼 굳었어요’, ‘날개뼈와 갈비뼈 부근이 너무 아파 숨쉬기가 힘들어요’등 ‘담결림’으로 인해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늘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담(痰)’또는 ‘담음(痰飮)’이란, 체내의 기혈 순환이 잘 되지 않을 때 우리 몸 안에 쌓이게 되는 비생리적인 체액(진액)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몸속에 쌓인 노폐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담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근육이 뭉치면서 주로 목, 어깨, 등, 옆구리 등에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담결림이다. 이러한 담결림은 X-ray 등 영상검사에서는 별 특이점이 없으나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의학적 명칭은 ‘근막동통증후군’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십중구담(十中九痰)', 즉 10가지 병 중 9가지가 담으로 인해 기인하는 병이라 여길 만큼 담을 중요한 질병 발생 원인으로 봤다. 하지만 담이 쌓였다고 해서 언제나 담결림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고 원천적으로 담이 쌓이는 것을 막는 것도 어렵다. 보통의 담결림이 체내에 쌓였던 담이 과도한 스트레스나 긴장감, 잘못된 생활습관, 면역력 저하, 명절 음식처럼 기름진 음식 과다섭취, 과도한 음주, 장시간 운전 등의 원인으로 인해 근육이 수축되고 경직되면서 혈관을 압박하고 혈액순환을 저하시켜 ‘통증유발점’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가벼운 담결림의 경우, 통증부위에 파스를 붙이거나 냉찜질을 함으로써 수일 내 통증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고, 소염진통제, 근육 이완제를 복용하여 호전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담이 계속 체내에 머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경우 근골격계 통증을 넘어 소화장애, 비만, 두통은 물론 중풍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담에 자주 걸리거나 만성적으로 통증이 계속될 경우, 근육이 잠시 뭉친 정도라 치부하지 말고 반드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함께 치료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긴장되고 수축된 근육의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신경 근육계 및 근골격계 기능을 회복시켜 만성적으로 발전되는 걸 방지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 일부를 이용하여 환자의 신체에 유효한 자극을 주어 구조적·기능적 문제를 치료하는 추나치료, 혈액 순환을 개선시켜주며 통증유발점인 ‘담’을 풀어주는 침치료, 약침치료, 부항치료, 한약치료 등을 시행하게 된다.

최근에는 특히 다리를 꼬거나 목이 구부정한 상태로 공부하는 잘못된 자세 등으로 인해 척추나 골반이 틀어져 목, 어깨, 등 부분에 담결림이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추나요법이 주목 받고 있다. 추나요법이 신경근육계 및 근골격계의 기능상 불균형과 비틀어짐(부정렬)이 있는 환자를 의료진이 직접 진단, 치료, 평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추나요법으로 교정하더라도 잘못된 습관이 교정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틀어질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일상생활 습관과 업무환경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것을 병행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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