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

[동양일보]얼마 전 쥐 떼로 속을 썩고 있는 뉴욕시 의회가 쥐피임약을 살포해 개체 수 증가를 막는 계획을 승인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뉴욕에는 300만 마리가 넘는 쥐가 있어 거리와 지하철에는 온통 쥐들이 들끓어 이를 구경하는 관광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 쥐의 왕국이다. 뉴욕 쥐는 다른 쥐보다 훨씬 크고 공격성이 있으며 체장 50㎝, 체중 1㎏에 이르는 혐오의 대상이다.



‘플라코 법’이라 일컫는 이 계획은 뉴요커가 사랑한 부엉이 플라코의 사망이 계기가 됐다. 뉴욕 동물원에서 탈출 후 1년간 맨해튼 하늘을 자유롭게 누비던 자유의 상징인 플라코가 쥐 사냥 등 홀로서는 과정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시민들을 환호했다. 하지만 얼마 후 플라코가 건물 외벽에 부딪혀 사망한 것으로 보도돼 시민들은 충격을 받고 애도했다. 최근 플라코의 실제 사망 원인이 4종의 쥐약을 먹은 쥐, 비둘기 등을 잡아먹어 체내 쌓인 쥐약임이 밝혀졌다. 이후 쥐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쥐피임약 살포 계획으로 이어졌다. 쥐피임약 살포한 이유는 쥐를 박멸하고 쥐 외의 동물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각종 세균, 바이러스와 전염병의 온상인 쥐가 팬데믹 감염병을 옮기고 생태계의 모든 것을 먹어 치워 유해 환경을 만드는 이유는 놀라운 번식력 때문이다. 쥐는 생후 5개월이면 임신 가능하고 발정주기는 5일, 임신기간은 21일이다. 1년에 6~8회 새끼를 낳고 1회 6~10마리를 출산한다. 교배 직후 질입구의 정액이 굳어지면서 마개처럼 막혀 사정한 정액이 질밖으로 새지 않고 질내에 가득 차 수태율이 높아져 1년에 암컷 한 마리가 수백 마리 또는 수천 마리까지 개체를 늘릴 수 있다.



쥐는 농작물, 곡물, 씨앗, 곤충, 파충류, 새알 등 닥치는 대로 먹는 기회주의적 포식자이다. 쥐의 해악의 예로 뉴질랜드 루아푸케 섬에 침입한 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바닷새 등을 멸종시켰다. 새 보호를 위해 섬 전체에 쥐약 살포로 쥐는 사라졌지만 아직 쥐퇴치 작업은 이어지고 있다. 호주 로드하우섬의 난파선에서 탈출한 쥐가 무한정 늘어나면서 로드하우 대벌레는 멸종했다. 북대서양 및 북극해에서 서식하던 큰바다쇠오리도 사람의 남획과 배에서 탈출해 늘어난 쥐들이 오리의 알과 새끼를 먹어 치워 멸종했다.



1960년대 국내 곡물 생산량의 10%를 먹어 치우는 쥐 박멸을 위한 ‘전국 쥐잡기 운동’이 실시되었다. 쥐약 먹고 죽은 쥐의 꼬리를 잘라서 학교에 가져가면 꼬리 하나당 연필 한 자루를 주었다. 당시 아끼던 우리 집 강아지가 쥐약을 먹은 쥐를 먹고 펄펄 구르며 죽어가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쥐약으로 쥐는 급격히 줄었지만 많은 동네 개들이 쥐약을 먹은 쥐를 먹고 죽었고 토종 여우들도 모두 사라졌다.



여러 팬데믹 감염병의 시작은 쥐에서 시작되었다. 14세기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흑사병은 몽골족이 원주민이 터부시하던 마못쥐의 고기와 가죽을 접하면서 사람에 최초로 전파되었다.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힌 감염병인 천연두의 첫 전파 동물도 켐프저빌 쥐로 밝혀졌다. 그밖에도 쥐는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같은 감염병의 전파 동물이다.

최근 설치류의 12%만 인간에게 병원균을 전파한다는 연구도 있었지만 쥐는 인류의 오랜 숙적으로 박멸의 대상이다. 하지만 생의학 연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실험 쥐는 사람의 난치성 질환의 모델동물로서 질병의 원인 규명 및 치료에 활용되고, 사람을 대신하여 신약 개발 연구에서 신물질의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에 희생되는 고마움 동물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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