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골 청연담 박명희 대표와 장(醬) 이야기

[동양일보 임재업 기자] 가을의 기운이 짙게 느껴지던 날,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박명희(58) 대표의 환한 미소는 흐린 날씨조차 환하게 밝혔다.

박대표는 30년 전 새재골 휴게소 집 아들 유진호(62)씨와 결혼, 괴산 연풍면에 자리 잡았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그녀에게 시골 생활은 생소했지만, 결코 힘들다고 느끼진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시골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그녀의 뛰어난 음식 솜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점점 인정받기 시작했다. 2007년 문경새재 국도 4차선이 개통되면서 휴게소를 접었다. 앞날이 캄캄했지만 남편은 1만 5000㎡밭에 사과나무를 심고 박대표는 장을 담가 새로운 꿈을 펼쳤다.

자연스레 된장, 고추장, 간장을 손수 만들어 젊은 층 소비자 고객을 확보해 나갔다.

그러나 수작업으로 인한 노동력 부담과 제품의 표준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차에, 2021년 괴산군농업기술센터의 ‘농산물 가공사업장 시설장비 개선사업’에 선정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청연담 박명희 대표가 정성스레 장단지를 관리하고 있다.
청연담 박명희 대표가 정성스레 장단지를 관리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보다 더 위생적이고 표준화된 장류 제조 공정을 도입하며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이 공정으로 생산된 장(醬)류는 연중 1회 청주 하나로마트 판촉 행사에서 인기를 얻고있다.

대표 상품인 별미장은 소규모 장류 업체의 제품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2023년 괴산군 농업기술센터와 충북농업기술원이 공동으로 연구 개발한 제품이다.

괴산 특산물인 대학찰옥수수가루를 첨가해 가공효율을 높였다. 별미장은 고온에서 잘 발효되며 특정 유해 세균에 저항성이 있는 발효종균(bacillus velezensis)을 사용해 감칠맛이 뛰어나고 짠맛이 덜해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박대표는 이 기술을 이전받아 소량이지만 일본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새재골 마당에는 약 100여 개의 항아리가 놓여 있는데, 그 안에는 2~3년된 장이 숙성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몇십 년 또는 100년 된 장이 좋다고들 하지만, 박대표는 오래된 장은 색상이 너무 어두워져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린다며 최대 3년 된 장만 취급한다. 이러한 제품들은 괴산장터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박대표는 2006년부터 배추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계약 재배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약 6600㎡ 규모로 확장, 김장 체험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가을이 무르익는 이 시기는 박대표에게는 일년 중 가장 바쁜 때다. 10월 말부터 절임배추 주문을 받고, 동시에 김장 체험 프로그램도 같이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재골의 약 660㎡ 규모의 김치 체험장에서는 청정 지하 암반수와 국내산 천일염, 그리고 직접 재배한 배추와 재료들로 김장을 버무리며 방문객들과 함께 시골의 따뜻한 정을 나누고 있다. 올해도 김장 체험은 11월 1~ 31일 한 달간 진행된다.

박대표는 “ 김장 체험 지도사 지원 사업이 큰 도움이 됐는데 최근 몇 년간 없어져서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며 다시 시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쉴 새 없이 달려온 박 대표는 “지금처럼 건강하게 일을 하면서 새재골을 찾는 사람들이 다시 방문하고 싶어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괴산 임재업 기자 limup00@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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