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친 이들에게 체험·치유농장 역할 해 나갈 것
포도농사 그 첫 비법은 땅을 살리는 일
“농사를 통해 배운 순리는 기다림, 감사”

이선경 영재농장 대표가 자신의 포도농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부여군 은산면에 위치한 영재농장(충절로 3009-2)은 가족농가다. 이선경(43·사진) 대표는 영재농장에서 포도농장을 운영한다. 어머니(이정숙·66)와 4000천여 평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아버지(이영범·74)는 250여 마리의 소를 키운다. 남동생(이재환 42)은 양돈업자다.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짓기 시작한 지 이제 5년째인 이 대표는 후계농으로 포도농사 분야 대선배인 어머니로부터 비법을 전수받고 있다.

포도 수확 후 판매하고 남은 2000여키로 포도는 저온저장고에 저장하고 2월까지 판매할 계획이다.

그녀는 포도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땅이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땅을 살리기 위해 유기질비료와 아버지의 축사에서 거둬들인 분뇨를 3년간 발효해 만든 퇴비를 이용한다.

이렇게 땅을 살려 키워낸 포도는 절대 조기 수확을 하지 않는다.

10월 23일이 상강인데 이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한다. 나무에서 숙성시킨 포도는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아 그 맛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비싼 가격에 출하하기보다 상품성을 우선으로 하는 이 대표만의 가치관은 확고하다.

지난해와 올해 샤인머스켓 가격폭락으로 이 대표뿐 아니라 많은 포도농업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녀에게 농업은 놓을 수 없는 희망이고 위안이다.

고가의 신품종 포도 계약재배도 계획 중이다.

비혼주의자로 자연과 결혼했다는 그녀는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의 품 안에서 사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로타리치기, 알솎기 웬만한 포도재배 작업은 직접하면서 건강을 되찾은 것에도 감사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작업치료학과를 전공하고 공주에서 노인재활전문치료사로 12년간 근무했다. 생의 마지막에 있는 노인들을 돌보는 일은 보람 있었지만, 정든 분들이 죽음에 이르면서 그 슬픔을 이겨내는 일이 힘에 부쳤다. 그녀는 번아웃으로 건강이 악화돼 2019년 고향인 은산으로 내려왔다. 포도농사를 짓는 어머니를 도우며 자연에서 지내는 생활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에 충분했다. 포도나무와 함께 하는 사계절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부모님을 도와 가업을 이어가는 귀농인으로 살아가는 이 대표는 “농사일은 육체적 노동이긴 하지만 마음이 평안해지고 주변에 산과 시냇물 소리를 곁에 두고 사는 일은 축복”이라며 “농사는 욕심을 내려놓게 하고 삶의 순리를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자신의 명의로 된 농장이 있어야 한다며 동생이 선물한 750여평의 포도 농장에 체험농장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그녀의 꿈이다. 자연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살아야겠다는 삶의 의지를 갖게 된 만큼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치유 받을 수 있는 치유농장으로서의 역할도 해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부여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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