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욱경 영동초 교사
[동양일보]‘Simple is the best’ 단순한 것이 가장 탁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나는 한때 삶을 관통하는 문장이나 명언에 매력을 느껴 그것들을 한창 수집한 적이 있다.
보통은 독서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우연히 명언들을 접하지만, 교실에서도 유독 생각이 깊고 현명한 아이들과의 대화 혹은 글쓰기 숙제를 읽으며 명언을 만날 때도 있는데 이렇게 초등학생을 통해 만난 문장들은 왠지 모르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인간의 감정은 누군가를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가장 순수하며 가장 빛난다.(장 폴 리히터), 몇 년 전 6학년 졸업을 앞두고 제자에게 받은 편지에 담긴 문장이다.
1~5학년의 종업식과는 다르게 6학년의 졸업식은 이후에 같은 공간에서 아이들을 더 이상 마주칠 수 없기에 선생님도 아이들에게도 졸업까지 하루하루 남은 날들이 점점 더 소중하고 극적으로 느껴진다.
그전까지 세 번의 6학년들을 졸업시키고 이제 또 다른 졸업식을 앞둔 상황에서 느끼는 알 수 없는 감정의 의미를 밝힐 길이 없었는데, 위 문장을 보자마자 ‘이렇게 복잡 미묘한 감정을 실타래 풀 듯 단순하고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약간의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감정이 가장 순수하며 가장 빛나는 그 헤어짐의 순간을 위해 아이들 사진 뒷면에 2~3주에 걸쳐 한 명 한 명 편지를 써줬고, 몇몇 아이들의 진심이 담긴 답장 역시 우리의 마지막을 가장 순수하고 빛나게 해줬다.
이후에 문득 저 위인은 누구인지, 또 다른 명언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장 폴 리히터는 독일의 작가이며 많은 명언들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행동만이 삶에 힘을 주고, 절제만이 삶에 매력을 준다’는 문장이었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절제 없는 쾌락과 즐거움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내가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었다.
이 문장을 만나고 나서는 운동이나 일 등등 무언가를 하기 전에 고민으로 낭비하는 시간이 줄었고, 기호 식품들을 더 현명하게 즐길 수 있게 돼 삶이 단정해졌다.
세상이 나날이 혼란스러워지고 복잡해지는 와중에 나의 중심을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과 살아오던 관성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 되돌아보며 오늘도 내 삶의 방향을 잡아줄 몇 가지 문장들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