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경 속리초 교장
[동양일보]지난 8월 말, 부모님과 동생 2명과 보은 만수계곡에 갔다. 여행을 계획할 때는 부모님께서 추우실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당일에는 너무 더워서 그늘을 찾아다녀야 했다.
30년쯤 전에 만수계곡을 다녀갔다는 아빠는 만수계곡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옛 기억을 끄집어내셨다. 가족여행은 주로 부모님께서 안 가보신 곳으로 가는데 젊으셨을 때를 회상하시는 모습을 보면 예전에 가 보신 지역을 여행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멀리 있는 나무를 보며 봄에는 두릅이, 가을에는 도토리가 달린 것까지 말씀하시는 엄마는 눈에 많은 것들을 담고 싶어 하신다. 90세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차 타고 가면서 바깥 경치를 구경만 해도 좋다고 하신 말씀이 이제는 이해가 되신단다.
여행을 무척 많이 좋아하는 둘째 딸인 나는 운전을 하면서 가이드 역할을 한다. 지인들과 여행하거나 블로그 같은 곳에서 소개하는 여행지를 보면 부모님과 가보고 싶다. 나물 캐러 다니기 좋아한 엄마와 산을 누비기도 했다.
나와 여행을 주로 하는 동생은 출퇴근이 일정해 주말에 출근을 안 하는 넷째다. 조용하고 조심성 많은 넷째는 엄마, 아빠를 챙기기도 하고 술을 좋아하시는 아빠의 분위기를 맞춰준다. 일은 벌리나 덜렁거리고 술을 못 마시는 나의 결점을 잘 보완해 준다. 부모님 연세가 많아지면서 자주 와서 청소해 드리기도 한다.
다음으로 자주 여행을 함께 하는 형제는 입담이 좋은 다섯째 막내 여동생이다. 재치 있는 말로 같이 있는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노래를 좋아하시는 아빠에게 노래도 잘 시킨다. 청주에 오면 부모님과 드라이브하면서 맛집 투어를 한다.
시간이 되면 언니, 셋째, 여섯째도 함께 한다. 특히 온천 여행을 할 때는 남동생인 여섯째가 꼭 참석해서 아빠와 함께 한다.
어려서부터 화도 내지 않고 부모님께서 하라는 대로 말도 잘 들었던 착한 언니는 집안의 정기적인 행사를 책임진다. 부모님의 생신이나 결혼기념일 당일에 꼭 부모님과 저녁을 함께 하며 즐거움을 드린다. 올해 공로연수에 들어간 형부가 부모님 병원을 모시고 가거나 집안일을 챙겨줘서 참 고맙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셋째는 우리 형제 계를 책임지고 살뜰하게 살림하면서 통장 관리를 참 잘한다. 일 처리가 시원시원하다.
나의 원가족은 5녀 1남, 6남매이다. 손자를 바라셨던 할머니 덕분에 6남매가 된 우리는 무척 행복하다. 형제가 많아 부모님께서는 키우기 힘드셨겠지만, 우리끼리는 참 재미있었다. 자매끼리는 2살 3살 터울이니 학교도 같이 가고 같이 논 기억도 많다. 지금은 서로 의지가 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집안일과 부모님에 대한 역할이 분담되어 몸과 마음이 가볍다.
자라면서 가끔 토닥토닥 거리기도 했지만 크게 싸운 기억은 없다. 언니가 60이 되어가고 다들 50을 넘어가면서 나이 듦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고 노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자매이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우리에게 형제자매를 선물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릴 때가 많다. 최근에 부모님께 제일 감사드리는 점은 두 분이 나이보다 건강하게 지내신다는 것이다. 82세, 86세의 연세에도 수술 한 번 안 하시고 몸에 이상이 있으시면 자식들에게 연락하기 전에 알아서 병원을 잘 다니신다. 엄마가 80이 넘으시면서 두 분이 알아서 병원 다니시는 게 제일 감사하다. 병원에 꼬박꼬박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니셨던 엄마에게 죄송하기도 하지만 6남매가 모두 일을 가지고 있으니 소소한 병원은 알아서 다니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모는 건강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 부모님께서는 잘 실천해 주시고 계신다. 두 분이 지금처럼 서로 이해하고 아껴주면서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