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캠핑마니아 김미나 대표가 고향에 옮겨놓은 캠핑장 . 천여 평 정원카페에 구근 움트는 소리…“편안하게 쉬다 가시길”

▲ 사진 도복희 기자

겨울 지나 봄빛 반가운 날 찾아가기 좋은 곳이 있다. 프린세스 피크닉 카페(공주시 치미마을길 74)가 바로 그곳. 해 질 녘 서쪽 격자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풍성하다. 바닥은 물론이고 나무 의자와 책상에 떨어진 빛 무늬가 넘실댄다. 바깥 논밭으로 봄이 얼굴을 내밀고 멀리 해를 끌어안는 산마루가 아득하게 보인다. 레트로 감성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양철 지붕에 나무 각관으로 내단 공간은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하다. 실내이긴 하지만 3면 전체가 격자무늬 창으로 되어 있어 안에 있어도 바깥 풍경이 전부 들어와 있다.
벽난로가 놓여있고 곳곳에 캠핑 소품들이 놓여있는 실내는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산 아래로는 대나무 물결이 봄바람에 넘실댄다. 1층에서 보이는 댓잎의 춤사위에 시선을 던져두면 혼자서도 한참을 앉아 있을 수 있다.
나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여러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이곳에도 장작 난로가 있어 지인들이 함께 모여 불멍을 하면서 속내를 풀어내면 한겨울 추위도 달아날 것만 같다.

사진 도복희 기자
사진 도복희 기자

 

잔디가 깔린 천여 평 넓은 공간은 캠핑도 가능하다. 곳곳에 방갈로 같은 2인 미니 텐트가 보인다. 톰소여의 모험에 나올법한 오두막도 있다.
프린세스 피크닉 카페를 운영하는 김미나(54) 대표는 캠핑 마니아였다 그는 20여 년간 캠핑을 다니다가 스스로 정원 캠핑장을 만들기로 했다. 공주가 고향인 김 대표는 어린 시절 살던 장소에 2015년부터 캠핑장을 꾸며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친 도시인들이 찾아와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원했다. 캠핑 소품을 이용해 공간 곳곳에 배치하고 정원을 곁들여 편안함을 배가시켰다.

사진 도복희 기자
사진 도복희 기자

 

그는 “비가 오는 날 1층 양철지붕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게 들린다”고 귀뜸해 주었다. 어떤 공간은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자극한다. 잔잔하게 봄비 내리는 날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비가 양철지붕과 만나 노는 소리가 궁금해서다.
주말 캠핑장 손님이 몰려오다가 주중에는 한가했다.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22년 카페를 오픈했다. 카페를 열고 공주밤을 이용한 ‘공주밤크림라떼’와 ‘프린세스 크림라떼’, ‘프린세스 에이드’ 등을 직접 개발해 내놓았다. 반응이 좋아 시그니처 메뉴로 만들었다. ‘크로와상샌드위치’와 ‘딸기크로플’도 곁들이니 멀리서 오신 이들에게 든든한 한 끼 메뉴로 제격이었다.

사진 도복희 기자
사진 도복희 기자

 

김미나 대표는 다른 계획이나 야망을 꿈꾸지 않는다. 소소한 하루의 일상에 감사한다. 봄이 오니 튤립 구근에서 새 움이 올라오는 모습이 반갑다. 화분마다 움트는 봄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프린세스 피크닉 카페’ 곳곳을 가꾸는 일에 진심을 다한다. 그의 손길로 만들어진 공간은 여행지에 온 것처럼 편안함을 선물한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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