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을 갤러리로 24시간 개방... 동네 골목길 희망 불 밝혀
찾아가는 ‘장수사진’... 예술로 마음 밭 가꾸고 봉사로 도리 실천

▲최선종 대표가 사택을 24시간 개방형 갤러리로 만들고 누구든지 와서 감상하고 가라는 뜻을 담아 갤러리 입구에 매단 풍경을 울리고 있다.
▲최선종 대표가 사택을 24시간 개방형 갤러리로 만들고 누구든지 와서 감상하고 가라는 뜻을 담아 갤러리 입구에 매단 풍경을 울리고 있다.

[동양일보 박현진 기자] 청주시 개신동 아파트 건물이 사방을 에워싼 어느 골목길, 또 다른 아파트의 거대한 담벽이 마주한 곳에 개인 빌라 세 채가 나란히 서 있다. 그중 지하 1층, 지상 3층의 가운데 건물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울타리 없이 외벽과 입구에 다수의 사진 작품이 전시돼 있는 24시간 개방형 갤러리 둥지향(서원구 창직로 32번길 74. 선인빌라)이다.

외벽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안으로 들어가니 지하부터 원룸 입주민들이 사는 2, 3층 복도에 이르기까지 빼곡히 작품이 걸려 있고 옥상층은 또 하나의 단독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삭막하고 컴컴한 골목길에 전시로 불을 밝히고, 바쁘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잠시 감상하며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예술 텃밭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진작가인 최선종(73) 대표의 첫 마디다.

그랬다. 그는 지금 ‘봉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최 대표는 1952년 강원도 인제에서 나고 자랐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당시 수학여행 온 서울 학생들에게 관광지를 안내하고 사진을 찍어주며 비교적 일찍 ‘사진’에 재미를 붙였고, 고교 졸업 후 입대해서는 사진병으로 차출되며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제대 후 산골마을을 벗어나 ‘큰 도시’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사진을 통한 봉사’도 시작했다. 시골에서 자라 콩 한 쪽이라도 생기면 나눠 먹는 것이 몸에 밴 그는 조그만 사진관을 차리고 어려운 노인들에게 일명 ‘장수사진’(영정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이후 사업장을 옮긴 대구에서 아내 김인자(71)씨를 만나 결혼, 1녀를 두고 1990년 아내의 고향인 청주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충북대 병원에 취업해 원무과와 홍보팀을 거치며 25년여간 근무했다. 그간 병원 홍보책자에 건물 전경 사진 게재를 시작으로, 사진동호회와 기독교도 모임인 신우회를 결성, 병실, 수술실 복도에 환자를 위한 전시회를 추진하고 환자 위안의 밤 등을 열며 의료봉사 행렬에 동참했다.

2015년 퇴직하면서 현재의 빌라 건물을 짓고 어려운 청년이나 결혼 이주민 등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원룸을 내어주다, 궁리 끝에 급기야 2021년 설날, 빌라 건물을 갤러리로 오픈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 작가의 시화전과 사진전을 비롯, 신명섭 서예가, 최종열 탐험가, 이종구 한국화가, 안병호 만화가, 고재경 헤어아티스트 등 숱한 인사들과 작품을 소개했다. 광복기념 연평도 천안함 사진전도 열고 희귀 난치성 질환 아동청소년 돕기 나눔전을 통해 기부도 했다.

유튜브, 블로그 등 SNS 활동도 활발히 하며, 민박 네트워크인 ‘에어비엔비’를 통해 그의 숙박형 갤러리를 찾아온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우리 직지와 문화유산 등을 알리는 홍보도우미 역할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봉사는 갤러리에 머물지 않는다. ‘장수사진’도 계속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 동료의 전화를 받고 한걸음에 달려가 시한부 환자의 사진을 찍어 위로하기도 하고, 오지마을 보은 임곡의 작은 교회를 찾아 간판도 만들어 주고 형광등도 갈아주며 동네 주민 어버이날 효잔치도 열어준다.

 

▲사택 건물 외벽에 작품을 전시해 행인 누구나 잠시 멈춰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24시간 개방형 갤러리 둥지향.
▲사택 건물 외벽에 작품을 전시해 행인 누구나 잠시 멈춰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24시간 개방형 갤러리 둥지향.

그런 최 대표의 스타렉스는 언제나 비좁다.

그가 조직한 비영리 예술인 봉사단 둥지향 단원들의 음향 장비와 악기를 실어야 하고, 장수사진을 찍어줄 할아버지, 할머니의 양복과 한복, 때로 무학의 노인을 위해 준비하는 교복까지 부대 소품이 만만찮다.

여기에 최 대표의 봉사에 뜻을 같이하는 헤어아티스트들이 동참하면서 메이크업까지 진행되고 있다.

“근사하게 변한 자신의 모습에 환하게 웃는 어르신들을 보며, 남을 즐겁게 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깨닫는다”는 최 대표.

 

실제로 그는 개인적인 봉사 외에 충북실버예술단 설립이사, 충북도 도민홍보대사, 비엔날레 홍보대사, 충청대 성인학습자 홍보대사 등 공익활동도 하며 충북봉사대상, 교육부장관 표창, 경찰청장 감사장, 자원봉사센터 봉사왕패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배움을 선사해 준 게 바로 봉사”라며 “문화 활동을 통해 사람의 도리를 실천하고 있을 뿐”이라는 최 대표.


그가 이어 나가고자 하는 세상은 서로 나누며 함께 사는 세상이다. 그가 일군 예술 텃밭에서 희망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박현진 문화전문기자

artcb@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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