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충북농업기술원 작물보호팀장
농업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식량을 책임지는 기반 산업이다. 그러나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는 농업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를 해결하려면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식물병 신속진단키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장점은 농작물에 발생한 병원균의 감염 여부를 빠르게 진단하여, 작물보호제의 오남용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농작물재해보험의 손실 평가와 의사결정 지원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속진단키트는 주로 항원-항체 반응 원리를 이용해 병원균의 단백질을 탐지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고 빠른 현장 진단이 가능하다. 농업인들은 이를 통해 농작물에 병이 발생했을 때 즉시 진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병원균의 확산을 미리 차단하고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2020년대 초 도입된 과수 화상병 신속진단키트는 현장에서 10분 내로 병원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실제 방제 시기 결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기존의 세균병, 곰팡이병, 바이러스병 진단은 주로 실험실에서 이루어졌으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반면, 신속진단키트는 현장에서 병원균의 감염 유무를 즉시 확인할 수 있어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농업인들이 농작물의 병해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작물보호제는 필수적이며 등록된 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없이, 농작물과 문제 병원균에 맞지 않는 약제를 사용할 경우 오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작물보호제의 오남용은 환경 오염은 물론, 병원균의 교차저항성 증가, 농산물의 잔류 농약 문제, 농가의 경제적 부담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신속진단키트를 이용한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농업인들이 자연재해나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보험금을 청구할 때 재해손실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기존의 평가 방법은 종종 주관적이거나 부정확한 경우가 많아 농업인과의 분쟁을 초래하기도 한다. 식물병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하면 병원균 감염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재해보험의 손실 평가가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병원균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하면 보험사는 피해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농업인에게 더 공정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정확한 진단에 기반한 피해 평가는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되며, 장기적으로는 제도의 신뢰성과 운영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신속진단키트는 일부 병원균에 한정되어 있으나, 현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주요 병원균에 대한 진단 기술 개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식물병 신속진단키트는 농업 현장의 대응력을 높이는 혁신 기술로,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병원균의 확산을 막고, 작물보호제의 오남용을 줄이며, 농작물재해보험 평가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농업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환경을 보호하며, 농업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향후 다양한 병해에 대응하는 진단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확대된다면, 농업은 더욱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병 신속진단키트는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으며, 농업 현장의 변화를 선도할 중요한 도전과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