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좌경 성향 보인 조선학병동맹

▲ 학병동맹사건은 1946년 1월 16일 반탁전국학생총연맹이 주최한 반탁성토대회 후에 시작된 학생들의 가두시위에 대해 조선학병동맹 단원들이 계획적인 테러행위를 가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40여 명의 학생이 다쳤다. 이후 19일 새벽 3시경 서울 삼청동 한청빌딩 학병동맹본부를 포위했고, 학병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날 경찰의 총격으로 학병동맹원 3명이 피살됐다. 그 3명의 희생자가 망우리공동묘지에 묻힌 삼학병이다.

● 실망만 안게 된 조선학병동맹
그는 우리나라가 패망한 원인이 군대가 약했던 탓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군대로 끌려갔다 살아온 당사자로서 강군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 굳건해졌다.
안동준은 이튿날인 9월 2일 삼청동에 있는 조선학병동맹(朝鮮學兵同盟)을 찾아갔다. 그리고 조직의 위원장인 왕익권(王益權)의 강력한 권유로 총무부장직을 맡게 된다.
물어물어 찾아간 학병동맹은 삼청동 꼭대기에 있었다.
‘ㄷ’자 형으로 된 단층 건물이었다. 여관방처럼 20여 개의 온돌방을 연결시켜 지은 집이었다.
그곳에선 60명 가량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계급장은 떼어냈지만 그가 입고 간 것이 군복이라, 그들은 한눈에 그가 학병 출신이라는 것을 알아봤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누군데 무슨 일로 왔느냐’ 물었다.
일본서부터의 경로와 경위를 설명하자 한 사람이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내가 위원장인 왕익권이오. 동지 참 반갑소. 잘 찾아오셨소.”
이춘영 부위원장과, 신요철, 박진동 등등 구성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 조선학병동맹의 급진적 강령
조선학병동맹은 1945년 일제강점기의 학병제도에 의해 징병됐던 학병 출신들 중 좌경 인사들에 의해 결성된 단체였다.
1945년 9월 1일 왕익권을 중심으로 조직됐는데, 이 단체는 공산당에서 사용하는 ‘동무’라는 용어를 강령에 표현할 정도로 급진적이었다.
강령은 다음과 같다.
“강제학병제도로 인해 사선(死線)을 넘은 동무들의 친목을 도모하며 견고한 단결을 위해, ① 제국주의 세력을 철저히 구축(驅逐)하여 민족해방의 완전을 기함 ② 신조선 건설의 추진력이 될 것 ③ 신조선문화운동에 진력할 것 ④ 현 과도기에 있어서 치안유지에 협력하고 장차 국군창설에 노력할 것임” 등이다.
위원장에 왕익권, 부위원장에 이청영(李靑榮), 총무 이형화(李亨華) 등 7명, 기획 이준오(李濬五) 등 7명, 문화 박혁(朴赫) 등 6명, 선전 고인권(高仁權) 등 5명, 경리 김근배(金根培) 등 6명, 실천 박진동(朴晉東)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안동준은 총무부장을 맡았다.
조선학병동맹은 일제치하에서 학병에 끌려가던, 굴욕의 날인 1월 20일을 학병기념일로 정하고, 전국학병대회의 개최와 희생 당한 학병들의 추도제와 같은 행사를 거행하기 위해 각 도별로 학병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 계획적인 테러 학병동맹사건
그러나 이 단체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낸 사건은 학병동맹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1946년 1월 16일 반탁전국학생총연맹(反託全國學生總聯盟)이 주최한 반탁성토대회(反託聲討大會) 후에 시작된 학생들의 가두시위에 대해 조선학병동맹 단원들이 계획적인 테러행위를 가한 사건이었다.
이처럼 학병동맹 지도부의 좌익 성향이 뚜렷해지자 안동준은 최홍희 박근배 등 우익 인사들과 함께 학병동맹을 탈퇴하고 학병들을 규합해 12월 16일 ‘학병단’이라는 새로운 단체를 결성했다.
안동준은 단장에 선임됐으나 선배인 김완룡을 대신 추천하고 자신은 총무부장으로 활동했다.
학병단 창설 후 안동준이 주력한 일은 장차 국방대학 설립을 전망하고 단원들을 교수요원으로 양성하는 것이었다. 식민지 엘리트로서 일본군에 강제 징집됐던 이들은 국군의 간부가 돼 국방을 담당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이자 사명이라 여겼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군정청 군사국으로부터 12월 5일 개교한 군사영어학교에 입학생을 약간 명 추천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학병단 측은 교섭을 통해 군사국 차장 아고(Reamer. W. Argo) 대령으로부터 배정 인원을 늘려주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이를 계기로 다수 단원들이 군사영어학교에 입교했다.
김명기 기자 demiankk@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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