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원 충북농업기술원 곤충연구소장
스마트 농업의 발전이 전통적인 농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자동화 장비 및 설비, 드론 활용, 데이터 수집․ 분석과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도입되면서 노동력 감소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농촌 여성의 역할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023년 기준 한국 농촌의 여성 인구 비중은 50.9%로 남성보다 높으며, 45세 이상에서는 51.9%를 차지한다. 하지만 농촌 여성의 31.4%는 성평등 수준이 낮다고 인식하며, 특히 40대 이하 여성은 45.8%가 불평등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성 농업인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농사일에서의 체력 부족’(35.7%)이며, 주요 해결 과제로는 복지 확대, 필수 서비스 확충, 과중 노동 부담 경감이 꼽혔다.
스마트 농업 기술이 확산되면서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이 줄어들고 있다. 자동화된 농기계와 원격 조정 시스템의 발전으로 농작업이 단순한 체력 노동이 아닌 기술적 운영과 관리의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농촌 여성들에게도 농업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농업은 농장의 경영관리를 비롯하여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 드론을 이용한 작물 관리 등은 신체적 노동보다 기술적 이해와 디지털 활용 능력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스마트 농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시설원예에서 스마트농업 도입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스마트팜 기술 및 장비에 대한 낮은 이해도’(55.9%)가 꼽혔다. 또 ICT를 활용한 데이터 수집을 실시하는 농가는 61.1%이지만, 이를 분석하는 농가는 32.3%에 불과했다. 이는 스마트 농업 확산을 위해 여성 농업인 대상의 교육과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들이 스마트 농업을 활용해 새로운 경영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여성 농업인의 경제적 자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인 기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저조한 성평등 교육 기회 확대 및 적극적인 참여를 통하여 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여야 한다. 둘째, 스마트 농업 기술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셋째, 여성 농업인들이 스마트 농업을 통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 및 유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결국 스마트 농업의 발전은 농업 혁신을 넘어 농촌 사회의 성평등 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성들이 농업 경영의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인식 변화가 병행된다면, 스마트농업과 여성농업인은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